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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비열한 거리

by 똥이아빠 2015.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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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열한 거리

유하 감독 작품. <거리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작품.
이 영화는 당연히 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처음 보는 영화였다. 다른 영화와 착각을 한 듯 하다. 최근 개봉한 <강남1970>을 먼저 보고나서 이 영화를 봤기 때문에, 아무래도 두 영화를 비교하게 된다.
유하 감독은 느와르 장르를 퍽 좋아하는 듯 하다. <거리 3부작>의 1편에 해당하는 <말죽거리 잔혹사>가 1970년대의 말죽거리-강남-의 고등학교를 무대로 학생들의 싸움을 보여 준 것이었다면, 이 영화는 그보다 강렬한 '깡패'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병두 역을 맡은 조인성은 외모가 너무 잘 생겨서 오히려 연기력이 잘 보이지 않는 배우이기도 한데, 이 영화에서는 무난했다. 다만 말투가 전혀 다른 두 가지 버전을 쓰고 있는데, 일(폭력)을 할 때는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 쓰고, 가족이나 친구, 애인과 함께 있을 때는 정확한 서울말을 쓰고 있다. 이것이 병두의 의도인지, 아니면 연기가 서툴러서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병두의 고향이 남쪽이라면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이 영화에서도 조연의 중요함은 새삼 강조할 수 있다. 비록 조연이었지만, 윤제문, 박효준, 진구, 천호진 등 연기파 배우들이 등장하면서 영화가 더 묵직해졌다.
영화의 주제는, '배신'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 상철은 병두에게, 병두는 종수에게 배신 당한다. 또한 병두가 믿었던 영화감독 친구 민호에게도 배신 당하면서 병두는 비참한 종말을 맞는다.
조직폭력배, 깡배 영화에 해피엔딩이나 동정, 연민의 감정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이 했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고, 그 결과는 결코 좋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나쁜 짓을 하면서도 잘 먹고 잘 사는 자들이 많지만, 그렇더라도, 많은 경우, 깡패들의 종말은 대개 비참하다.
깡패나 조직폭력배가 사람들에게 동정을 얻을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약한 자를 상대로 폭력을 쓰고, 돈을 갈취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깡패나 조직폭력배들이 무리를 지어 돈 많고, 권력 있는 놈들을 향해 폭력을 사용한다면, 사람들은 그들을 '의적' 또는 '홍길동', '임꺽정'이라고 부를 것이다.
돈과 권력 앞에서는 약하고, 힘 없고 가난한 사람들 앞에서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자들이 바로 깡패이고 조직폭력배라는 점에서, 유하 감독은 이들의 생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 사이에서의 이전투구는 결국 '배신'으로 끝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병두의 삶은, 가난과 절망 속에서 자란 자신에게도 한 줄기 희망과 따뜻한 인생이 눈앞에 보였다는 것에 큰 기쁨을 얻는다. 결국 배신을 당하기는 하지만 영화감독 친구인 민호를 만나면서 떳떳한 친구를 두었다는 기쁨이 있었고, 국민학교 동창이자 늘 좋아하는 마음을 간직했던 현주를 만나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고, 한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설레임을 느끼기도 한다.
병두는, 자신이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돈을 벌면 깡패 짓을 그만 두겠다고 결심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철썩같이 믿었던 친구는 출세를 위해 자신을 배신하고, 손에 피를 묻히며 충성을 다했던 황회장에게서도 배신 당하고, 한 가족이었던 조직의 후배에게 결국 죽음을 당하는 병두의 삶은, 그들의 세계가 얼마나 비열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별 네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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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조폭조직의 2인자 병두. 조직의 보스와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틈에서 제대로 된 기회한번 잡지 못하는 그는, 조직 내에서도 하는 일이라곤 떼인 돈 받아주기 정도인 별볼일 없는 인생이다. 
병든 어머니와 두 동생까지 책임져야 하는 그에게 남은 것은 쓰러져가는 철거촌 집 한 채 뿐. 삶의 무게는 스물아홉 병두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어렵사리 따낸 오락실 경영권마저 보스를 대신에 감방에 들어가는 후배에게 뺏긴 병두는 다시 한번 절망에 빠지지만, 그런 그에게도 기회가 온다. 
조직의 뒤를 봐주는 황회장이 은밀한 제안을 해온 것. 황회장은 미래를 보장할 테니 자신을 괴롭히는 부장검사를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병두, 고심 끝에 위험하지만 빠른 길을 선택하기로 한다.
황회장의 손을 잡음으로써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된 병두는 영화감독이 되어 자신을 자신을 찾아온 동창 민호와의 우정도, 첫사랑 현주와의 사랑도 키워나가며 이제야 인생을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새로운 삶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던 어느 날, 병두는 동창 민호에게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속내를 털어놓게 되는데… 민호야, 너는 내 편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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