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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특별시민

by 똥이아빠 2017. 6. 2.


[영화] 특별시민

한국영화에서는 드문 선거를 소재로한 영화. 최민식과 곽도원의 연기는 늘 그렇듯 탁월하다.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변종구 시장의 선거운동을 그린 영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개인과 조직의 논리를 확인할 수 있다. 어느 집단이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걷게 되는데, 그것은 불법으로 규정한 내용들이 유권자의 표를 얻기에 더 쉽거나 빠른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거나 모르는 내용 가운데 하나가, 의회주의 국가에서 정당이 권력을 차지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이 권력을 차지하려는 이유는 오로지 '권력' 그 자체를 원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차지한 다음, 그 힘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은 부차적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정의'나 '도덕'이나 '윤리'나 '민주주의'와 같은 개념이 기본으로 갖추어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착각이라는 말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 또는 가지려는 자들이나 정당, 조직은 그 자체로는 도덕적 가치판단을 할 수 없는 대상이다. 예를 들어 조직폭력 집단은 폭력을 수단으로 경제적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결성한 이익집단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할 수 있다. 정치활동을 하는 정당의 경우는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공동의 목적을 갖고 모인 집단이다.
조직폭력배가 불법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조직이라면, 정당은 겉으로는 합법적 테두리에서 활동하는 조직이고, 조직폭력집단이 드러내놓고 경제적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면, 정당은 '국민을 위한'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다.
그렇더라도 정당 역시 조직논리로 들어가면 조직의 기반을 확대하고, 조직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합법은 물론 불법의 영역에서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기 확대를 시도한다. 예전에 민정당, 새누리당 등이 북한과 내통해서 총풍 사건을 만들어 낸 것이나, 기업들에게서 차떼기로 돈을 뜯어낸 것들은 정권 유지를 위해 폭력과 금력을 불법적으로 활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도 3선에 도전하는 시장 변종구는 경쟁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선거캠프에서 온갖 더러운 일을 만들어 낸다. 변종구 시장에게 있어 서울시민과 서울시 행정은 자신의 출세를 위한 도구이자 발판에 불과하다. 즉, 그는 서울시민의 삶과 서울시의 살림이 자신의 지위와 능력에서 핵심이 되고 있지 않다. 서울시장이라면 당연히 서울시민과 서울시의 행정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상식이지만, 권력을 가진 자들-물론 여기서 '권력'이란 '부패한 권력'을 말한다-은 권력을 사유화하기 때문에 자신의 욕망과 실제 해야 할 역할이 도치되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이런 현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 박근혜와 그 일당들의 행위가 그렇다. 그들은 대중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되었고, 권력을 잡았지만,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민과 국가의 행정을 대상화했기 때문에 나라를 봉건시대로 돌려놓으려 했다. 이명박이 국가를 대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장사를 했다면, 박근혜는 봉건화하려는 시도를 했고, 이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민주주의의 기본을 모를 때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역사란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과정이 어떻든 권력을 잡은 자들의 입맛에 맞게 역사가 씌여져 왔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촛불 혁명 이후 승리한 자들이 부패했을 때는 그 역사가 결코 승리한 자들 마음대로 쓰여지지 않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시민들이 권력을 감시하고, 부패한 권력을 뒤집을 수 있는 힘을 키워가고 있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승리한 자의 모습처럼 비추지만, 그 미래가 결코 밝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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