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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일본영화

[영화] 자살 클럽

by 똥이아빠 2017.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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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살 클럽

소노 시온 감독 작품. 2002년 작품이니 비교적 초기 작품에 해당하는데, 이때 이미 컬트적 요소가 강한 영화를 만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만듦새가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B급 영화와 컬트적 요소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장치들을 배치했다. 그냥 영화로만 본다면 그다지 재미없지만 이걸 하나씩 뜯어보면 소노 시온 감독이 일본 사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공감할 수 있다.

영화 제목부터 '자살 써클'인데, 집단으로 자살하는 것을 표현하는 나라는 아마도 일본이 유일할 것이다. 이 영화는 제목부터 철저하게 '일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컬트적이기는 하지만 일본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어서 그런 영화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보면 재미없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다. 여고생 54명이 철길에 뛰어 들어 동반 자살하는 장면인데, 비위 약한 사람은 가능한 이 영화를 안 보는 것이 좋겠다.
또한 학교 건물의 옥상에서 고등학생들이 단체로 뛰어 내리는 장면도 있고, 그보다 훨씬 더 고어한 장면들도 등장한다. 수 많은 사람들이 자살하거나 가족을 살해하는데, 거의 대부분이 '학생'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2년이면 인터넷이 조금씩 활성화하기 시작하고, 휴대전화도 보급되고 있어서 일본에서도 통신문화가 급격하게 발달하던 시기였다. 여기에 10대들의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면서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준다. 인터넷, 휴대전화, 아이돌 그룹. 지금 한국에서도 이 세 가지는 가장 뜨거운 이슈로 이야기되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컬트적 요소로 추가된 것이바로 '어린이들'이다. 
집단 자살이 '사고'가 아닌 '타살'이라고 여기는 경시청의 형사가 있는가 하면, 단순한 자살일 뿐이라고 말하는 형사도 있었다. 하지만 자살 현장에서 발견된 인간의 피부로 만든 띠가 발견되면서, 단순한 자살일 수 없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눈치가 빠른 관객이라면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아이돌 그룹이 자살 사건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실제로 뒷부분에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아이돌 그룹(10대 초반이다)이 부르는 노래는 밝고 경쾌하지만 자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 노래 때문에 자살을 한다는 것은 억지스럽다. 게다가 수십 명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자살한다는 것은 더더욱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앞에서 영화 제목에서 '일본적'이라고 말한 것처럼, 일본인들의 행동방식 즉 개인이 철저하게 독립적이지 못하고 집단 속의 하나로 살아가는 특징이 이 영화에 반영되어 있음을 안다면, 이 영화가 비록 표현의 과잉은 있지만 본질에서는 일본 사회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인들은 해외여행을 할 때도 깃발을 따라 다니면서 철저하게 집단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즉 그들은 레밍이 단체로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는 것처럼,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여럿이 하면 쉽게 행동을 하는 집단주의적 경향이 강하고, 이 영화는 그것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집단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시청에 전화를 한 제보자는 '박쥐'라는 젊은 여성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한 어린이였다. '박쥐'는 해커지만 자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어린이가 피부로 만든 띠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었고, 집단 자살은 아이돌 그룹의 보이지 않는 싸인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지만, 그것도 분명하지는 않다.

어린이의 목소리는 경시청 형사에게 매우 철학적인 질문을 한다. '당신은 당신과의 관계에서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현대 사회의 일본은 끝없이 허무하고 공허한 내면의 인간들이 껍데기만 살아가고 있다는 걸 소노 시온 감독은 말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것도 허망하고, 살아있으나 죽으나 아무런 차이도 없다면,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죽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라고 묻는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매우 끔찍한 내용이지만 사람들의 파편화, 개별화, 고독을 컬트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일정한 성과라고 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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