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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일본영화

[영화] 분노

by 똥이아빠 2017.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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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분노

무더운 여름의 도쿄, 평범한 부부가 무참히 살해된다. 피로 쓰여진 “분노”라는 글자만이 현장에 남은 유일한 단서. 그리고 1년 후, 연고를 알 수 없는 세 명의 남자가 나타난다. 치바의 항구에서 일하는 요헤이(와타나베 켄)는 3개월 전 돌연 가출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딸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코는 2개월 전부터 항구에서 일하기 시작한 타시로(마츠야마 켄이치)와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요헤이는 타시로의 과거를 의심한다. 클럽파티를 즐기는 도쿄의 샐러리맨 유마(츠마부키 사토시)는 신주쿠에서 만난 나오토(아야노 고)와 하룻밤을 보내고 동거를 시작한다. 사랑의 감정이 깊어져 가지만, 유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나오토의 행동에 의심을 품게 된다. 오키나와로 이사 온 고등학생 이즈미(히로세 스즈)는 새로 사귄 친구인 타츠야(사쿠모토 타카라)와 무인도를 구경하던 중 배낭여행을 하던 타나카(모리야마 미라이)를 만나게 된다. 친절하고 상냥한 타나카와 친구가 되는 두 사람. 하지만 그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범인을 쫓고 있던 경찰은 새로운 수배 사진을 공개하는데… 내가 사랑하는 당신… 살인자인가요? (위의 줄거리는 나무위키에서 가져 왔습니다.)

영화 제목이 '분노'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 이야기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나타났다면 우리는 그를 일단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의심이 풀리기 전까지 그 사람을 믿지 않으려 한다. 여기에 의심할 만한 근거가 주어지면 더욱이나 그렇다. 지명수배된 살인자와 비슷한 용모를 한 세 명의 남자는 그래서 의심받는 이방인이 된다.
세 명의 낯선 남자들과 인연을 맺는 사람들은 모두 일본사회의 현상을 상징하는 사건을 겪는다. 청소년 가출, 청소년 성매매, 일본의 미군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여성,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청년, 동성애자(성소수자), 폭력조직 야쿠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한 사건과 인물이 얽키는데, 이것은 감독이 일본사회에서 '믿음'이라는 주제를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져온 장치다.
영화에서 직접 드러나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지점은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살인사건과 '분노'라고 피로 쓴 커다란 글자다. 이 글자를 쓴 사람은 분명 살인범이고 쫓기고 있다. 영화의 주제는 외지에서 들어 온 '이방인'을 의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살인범이 왜 젊은 부부를 죽였고, 벽에 '분노'라고 썼을까를 새겨보는 것이 이 영화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살인범이 된 청년은 평소처럼 '노가다'를 하러 현장을 찾아간다. 인력사무소에서 알려 준 주소로 갔지만 현장을 찾기 어렵다. 날씨는 불타는 듯한 뜨거운 한여름의 열기로 온몸이 녹아내릴 듯 하고, 무더위와 습도로 불쾌지수는 높다. 여기에 공사현장의 위치를 잘못 알려줬다는 인력사무소 직원의 황당한 전화는 그의 감정에 불을 지른다. 머리가 벗겨질 듯한 뜨거운 열기에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고, 공사현장은 주소가 다르고, 의지할 부모도, 가진 것도 없는 그는 열패감에 휩싸여 분노가 활화산처럼 솟아오른다.
그런 자신에게 시원한 물을 가져다 준 친절한 이웃 여성을 살해한 것은 분명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범인을 이해하거나 용서할 빌미를 줄 여지는 없지만, 적어도 범죄자가 되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발작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가를 알 필요는 있다.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처럼 사회정의를 위해 악인을 처단하는 것도 범죄자의 한 모습이고, 순간의 충동을 참지 못해 발작적으로 저지르는 범죄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충동적이고 발작적으로 살인을 했더라도 그것을 빨리 뉘우치고 후회하며 스스로 자수해서 처벌을 받았다면 일말의 이해와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그것도 쉽지 않겠지만-영화의 범인은 성형수술까지 해가며 도피를 하고 있다는 점이 용서할 수 없게 만든다.

방송에서 범인의 모습이 공개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것도 범인이 자신의 행위를 뉘우치지 않고 도망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방인'으로 인식되는 사람들이 의심의 눈길을 받는 중요한 이유가 되며, 대중이 '이방인'을 쉽게 비난하고 함부로 대하게 되는 근거가 된다. 그 과정에서 쫓기는 사람들의 다른 유형과 이유들이 등장하고, 일본사회의 그늘을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사회문제들은 일본만의 현상은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 못지 않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있고, 이 영화가 말하는 바에 공감하는 이유가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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