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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일본영화

[영화] 스팀보이

by 똥이아빠 2017.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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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팀보이

'아키라'를 만들었던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작품. '아키라'의 내용이 너무 강렬해서 그 이상의 영화를 만들기 어려울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영화는 '아키라'를 능가할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오토모 가츠히로의 명성에 어울리는 훌륭한 작품이다. 산업혁명이 막 시작되었고 증기기관이 공장과 자동차에 쓰이기 시작하던 19세기 초기의 영국. 증기기관을 발명한 스티븐슨이 등장하고, 그와 라이벌인 스팀 가문이 주인공들로 등장한다.
증기기관의 발명은 자본주의가 급격하게 발달할 수 있는 동력이었으며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주역이었다. 이 영화의 무대는 1851년 제1회 영국 만국박람회를 무대로 한다. 영화에도 그려지지만 유리로 지은 수정궁이 나오는데, 이 당시 최첨단 기술로 만든 건축물이기도 하다. 영국은 최초로 자본주의가 시작된 나라로, 19세기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세계 여러나라에 식민지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자본주의 발달사는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데, 귀족과 농노가 있었던 농노제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은 유물론에 근거하면 '질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증기기관은 '질적 변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즉, 생산도구와 생산력의 급격한 변화는 사회 관계와 구조(상부, 하부) 전체를 뒤바꾸게 된다. 단적인 예로 영국의 초기 방직사업은 수작업에서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대량생산은 원재료의 생산을 늘리고, 판매량과 판매금액의 급격한 확대로 시장의 크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효과가 생긴다.

이 영화는 증기기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스티븐슨의 증기기관 발명은 분명 획기적인 사건이지만, 그보다 훨씬 강력한 증기기관을 만들고 있는 스팀 가족은 오랜 시간의 노력을 통해 작지만 훨씬 강력한 도구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스팀 기관을 서로 갖기 위한 미국과 영국 사이에서 스팀 집안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적대적인 관계로 변하고, 주인공 스팀은 그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 일인지 알지 못한다.
할아버지는 혁명적인 증기기관의 발명이 올바르게 쓰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아버지는 과학기술은 정부나 엘리트 집단의 독점물이 아니라 대중에게 고르게 쓰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만, 아버지의 철학은 자본가들에 의해 대량 살상무기의 발명으로 이어진다. 즉, 당시 최대의 혁명적인 발명 기관이 문명의 발달이 아닌, 전쟁 무기로 가장 먼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어느 시기든 과학기술의 발명이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원자력은 핵발전소를 짓기도 하지만, 핵폭탄이 되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 바로 대표적인 현상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문명의 발달은 인류의 역사에서 필연적 수순이다. 그것이 인류의 멸망과 멸종으로 가는 길이라 해도, 그것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다. 인간이 진화를 거듭해 과학기술 문명을 일으킨 것은 계속되는 진화의 과정이고, 인간의 이성과 과학이 고도로 발달했을 때까지 멸망하지 않는다면, 인류가 좀 더 지혜로워져 자체적인 공멸은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도 과학기술은 당대의 수준을 뛰어넘어 그 힘을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일부 과학자들은 획기적인 과학기술이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급격한 기술문명은 오히려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다. 그 와중에 정치가들은 전쟁을 위해 첨단 기술을 사용하려 한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도 그렇듯, 한 명의 미치광이 과학자가 인류를 멸망으로 길로 끌고 들어갈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과학기술이 과학자의 전유물일 수는 없다는 말이 설득력 있다.

이 영화에서는 스팀볼을 가지고 작은 로켓처럼 이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개인용 비행로켓이 개발되면서 날개 없이 작은 로켓을 배낭처럼 메고 하늘을 날 수 있는데, 스팀볼이 로켓처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으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마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배달마녀 키키'에서도 키키의 남자친구가 자전거 앞에 프로펠러를 달아 하늘을 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상상력들이 과학기술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상상력은 아직도 무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기술들이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는 것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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