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롤 인 셀 블록 99
영화를 꽤 봤다고 생각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을 비롯해 주조연 배우들, 감독의 이름은 처음 보았다. 그만큼 낯선 영화였지만, 이 영화는 B급 영화의 정서와 하드보일드, 리얼 액션이 결합한 독특하면서도 훌륭한 영화다. 조금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한 연출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투박한 듯 느껴지는 연출에서 리얼리티가 살아나고 있다.
감독의 경력을 살펴보니 전작이 하나 있는데, 그 작품으로 상을 받았다. 데뷔작도 나쁘지 않았다는 증거다. 게다가 그의 데뷔작인 '본 토마호크'는 커트 러셀을 비롯해 유명한 배우들이 여러 명 등장하고 있다.
이 영화는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한 남자의 불행한 삶을 하드보일드하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 브래들리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는 평범한 서민이자 노동자로 보이지만, 그는 젊어서 복싱으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사람이다. 그는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일해서 살아가려 하지만,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어떤 놈팽이와 바람이 났다. 그는 먹고 살기 위해 마약을 운반하는 일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동료를 죽이고 경찰에 자수한다. 그럼에도 무려 7년형을 받고 감옥에 갇히는데, 마약상 두목은 브래들리의 아내를 납치한 다음, 조건을 내세운다. 임신한 아내를 살리기 위해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감옥에서 싸움을 시작한다.
시나리오가 참신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지루하지 않고,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보이는 액션은 과장하지 않은 리얼 액션처럼 보인다. 물론 진짜 때리지는 않겠지만, 흔히 영화에서 과장된 몸짓과 화려한 액션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액션이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액션의 리얼리티는 뛰어나서, 느리지만 묵직한 느낌이 든다.
주인공 브래들리는 자신에게 씌어진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필연적으로 죽음이 눈앞에 있음에도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내를 구하고 죽는다. 주인공 역을 한 빈스 본은 주로 코미디 영화에 자주 등장했는데, 찾아보니 그가 '핵소 고지'에도 출연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키가 무려 2미터에 가까운 거구로, 이 영화처럼 하드보일드한 액션 영화는 처음이다.
이 영화의 미덕은 감상적인 장면도 거의 없고, 무뚝뚝할 정도로 건조한 대사와 장면들로만 2시간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개인의 과거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선과 악을 구분하지도 않는다. 무언가를 말하려 하지 않고, 교훈 따위는 더더구나 전혀 없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처럼 잔혹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나오지만, 그것은 웃기려는 의도가 아니라 제작비가 적어서 어쩔 수 없이 투박하게 표현한 장면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투박함이 오히려 리얼리티를 강화하는 역설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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