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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테이크 쉘터

by 똥이아빠 2018.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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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테이크 쉘터


훌륭한 영화. 사람마다 영화를 보고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이 영화는 나에게 맞춤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커티스가 바라보는 세상은 불안하다. 불안의 정체는 모호하고, 불안함에는 이유나 근거가 없다. 그는 자신이 서서히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불안을 잠재울 수 방법을 찾고, 행동으로 옮긴다. 집 마당에 있는 대피소를 확장하고 무슨 일이 발생하면 그곳으로 들어가 가족과 함께 안전하게 대피하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자신의 불안을 외부에서 닥치는 재앙이 원인이라고 생각한 커티스는 불안의 근거를 합리화하기 위해 대피소를 만들지만, 아내나 직장 동료, 형이 볼 때 그의 행동은 비정상으로 보인다. 커티스 자신도 날마다 악몽을 꾸면서 자신의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커티스가 꾸는 꿈은 거대한 폭풍우가 밀려 오는 것이고, 폭풍우는 누런 기름같은 액체이며, 그 비를 맞은 사람들은 좀비가 되어 자신을 공격한다. 어떤 때는 아내가 자기를 죽이려는 꿈도 꾸고, 기르던 개가 자신의 팔을 물어 뜯는 꿈도 꾼다. 이런 악몽의 원인은 뒤로 가면서 차츰 이해하게 된다. 커티스는 어려서 매우 힘든 환경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아무 이유없이 집을 떠났고, 엄마는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힘겨워 하다 결국 정신병에 걸려 평생을 정신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어려서 쇼핑센터 주차장에 차에 갇힌 채 사라진 엄마를 기다렸던 커티스의 공포는 트라우마로 남는다. 

커티스가 꾸는 악몽과 그가 느끼는 불안, 그의 어릴적 트라우마 등 대부분을 나는 이해하고 공감한다. 나도 자주는 아니지만 악몽을 꿀 때가 있고, 늘 가벼운 불안을 느끼며 살고, 어릴적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커티스의 아내는 결정적 순간에 남편인 커티스를 믿고 그와 함께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큰 희망이자 커티스의 불안이 치유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금처럼 경쟁이 격렬한 자본주의 체제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늘 미래에 대한, 존재에 대한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삶 자체가 불안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억눌린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거나 알려고 의식하지 않을 뿐이다.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돈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인데, 그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거의 모든 사람은 평생을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하고, 자신의 불안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거나 자의든 타의든 불안을 전이하면서 살아간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불안의 원인은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체제와 제도와 경쟁과 착취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만사제어심'만으로 불안의 뿌리를 제거할 수는 없다. 그것은 대개 외부에서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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