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터슨
짐 자무시 감독 작품. 시를 쓰는 노동자의 이야기. 주인공 패터슨은 미국 뉴저지주의 작은 도시 패터슨에 살고 있는 노동자다. 그는 버스를 운전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시를 쓴다. 패터슨이 생활하는 일주일을 담은 영화로, 지극히 평범하고 조용한 영화다. 일상의 변화가 거의 없고, 삶의 기복이 크지 않은, 그래서 지루할 수도 있는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패터슨이 시를 쓰기 때문이다. 누구나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만, 시인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떤지, 노동자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시인의 눈과는 다른지 영화는 패터슨의 눈길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도록 한다.
패터슨은 시내버스를 운전한다. 그의 하루는 규칙적이고, 단조롭지만 번거롭지 않고, 단순하면서 소박하다. 하루 8시간 노동하고, 기르는 개를 산책시키고, 단골 주점에 들러 맥주 한 잔 하고, 일찍 잠에 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평범한 소시민이고 노동자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과장하지 않은 인물의 일상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이렇다는 것을 반영한다. 우리는 생활에 매몰되어 우리의 모습을 객관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짐 자무시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번쯤 돌아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무수한 디지털 기기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전철에서, 버스에서, 카페에서 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작은 화면만 들여다보며 소통하지 않는 우리의 자화상을 거울처럼 비추며 우리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건지 묻고 있는 것을 아닐까.
패터슨은 운전을 하다가도, 맥주를 마시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문득 문득 떠오르는 단어를 기록한다. 단어는 그의 사유에서 비롯한 것이고, 사유는 그가 발을 딛고 있는 주변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한다. 버스에서 떠드는 많은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맑고 흐린 날씨에서,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게 되는 낡은 건물과 골목과 사람들의 표정에서 그는 단어를 떠올린다. 그렇게 떠올린 단어는 시가 된다.
시는 노래이고, 노동요이며, 삶의 언어다.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동경하며, 따뜻한 마음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시는 사유에서 나오고, 사유는 시간과 공간을 압축한 결과물이며, 사물과 정신의 본질을 추구하는 작업이다. 패터슨은 평범한 노동자로 살아가지만, 그의 정신은 고양되고, 삶은 충만할 거라고 생각한다.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삶과 사물을 보다 핍진하게 바라보기에, 자신의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조용하고, 고요하지만 충만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과 시간에 관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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