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븐 싸이코패스
마틴 맥도나 감독 작품. '킬러들의 도시'에 이어 두번째 연출 작품이다. 시나리오 잘 쓰는 마틴 맥도나 감독의 장점과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영화를 만드는 이야기면서, 영화(시나리오)와 현실이 맞물려 작동하는 방식으로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없앴다. 영화에서 시나리오가 곧 현실이 된다는 설정을 다룬 영화들은 여럿 있는데, 이 영화처럼 교묘하고 완벽한 것은 처음 본다.
제목은 '일곱 명의 싸이코패스'로 되어 있지만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실제 싸이코패스로 설정된 인물은 서너 명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인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싸이코패스인 릭비가 이야기 하는 과거의 사건에서 싸이코패스가 등장한다. 사회적으로 높은 직위에 있는 판사가 여성들을 납치해 자기 집 지하에서 살해하는 것을 발견하는 릭비는 판사를 죽이고 생존여성 매기와 함께 '연쇄살인마들만 골라서 죽이기'를 실행하는 싸이코패스가 된다.
조폭 두목인 찰리는 기르는 개가 사라지자 개를 찾기 위해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개를 훔친 사람은 빌리이고, 빌리는 시나리오를 쓰는 마티의 친구다. 빌리는 동네 사람들의 애완견을 훔친 다음, 사례금을 받고 돌려주는데, 조폭 두목 찰리의 개를 훔친 것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끝나고 모든 상황을 볼 때, 빌리가 계획적으로 찰리의 개를 훔쳤다는 걸 알게 된다.
시나리오가 끌고 가는 힘은 결국 이야기의 내용일텐데, 영화에서 직접 눈으로 보이지는 않아도 관심을 끄는 내용은 릭비(탐 웨이츠)가 조용하게 말하던 과거의 사건에 관한 이야기 같은 것이다. 릭비는 처음 단순한 도둑이었지만, 그가 어느 집-나중에야 그 집 주인이 판사라는 걸 알게되지만-에 도둑질을 하러 들어갔다가 지하에서 살해당한 여성들의 시체를 발견하고, 살아 있는 여성도 발견한다. 집주인인 판사는 겉으로는 사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권력자였지만, 집에서는 연쇄살인마이자 싸이코패스였던 것이다.
조금 생각해 보면, 감독 마틴 맥도나는 시나리오를 쓰는 마티를 통해 왜 이런 이야기를 끌어들인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다른 많은 살인에 관한 이야기도 있을텐데 왜 하필이면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있거나 존경받는 위치에 있을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판사를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로 그린 걸까.
요즘 한국에서 법비들의 난동을 보면서, 판사가 물리적으로 사람을 죽이지는 않지만, 말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즉, 판사를 연쇄살인마이자 싸이코패스로 묘사한 것은, 판사의 사회적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이야기다. 인간의 이성이 발달하면서, '사적 복수'를 법으로 금지하는 건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공공의 약속인 '법'이 정의롭지 않게 쓰이는 순간, 사회의 규약은 깨지게 되고, '사적 복수'가 살아나게 된다.
지금 한국에서도 법비들이 난동을 부리게 되면서, 정의롭지 못한 사법부를 향한 국민의 분노가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싸이코패스인 (일부)판사를 죽이기 위해 국민들이 싸이코패스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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