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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블랙머니

by 똥이아빠 2019.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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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머니

한국의 금융범죄를 다룬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영화의 재미를 위해 몇 가지 장치를 설정했다. 초반 두 명의 핵심관계자가 타살되고, 담당 검사가 피의자 성추행범으로 지목되며, 펀드투자사의 자문변호사가 한국여성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모두 극적 장치를 위해 설정했으며, 본질은 영화의 마지막에 검사 양민혁의 고발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영화의 소재가 된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은 '론스타 펀드 대 대한민국 정부'의 '국제투자분쟁'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요약하면, 론스타 펀드는 이미 70조 가치의 외환은행을 2조에 매입해 순이익 5조원 이상을 남기고 팔았다. 론스타 펀드는 외환은행 말고도 부실채권 매입, 동양증권 빌딩, SNC사옥, 스타타워, 극동건설 등을 헐값에 매입해서 되팔아 5천억 이상을 벌었다.

론스타 펀드는 미국의 사모펀드로, '사모펀드'는 요즘 조국 전 장관과 그의 아내가 들었다고 하는 바로 그 '사모펀드'와 같은 펀드형식이다. 즉, 개개인이 돈을 모아 그 자금을 투자해 수익을 내면, 그 수익에서 투자비율대로 배당받는 투자형식이다.

론스타 펀드는 한국에 들어와 엄청난 수익을 내고 빠져나간 다음, 다시 한국에 투자하지 않았다. 론스타 펀드는 외환은행 매입, 판매로 가장 큰 수익을 남겼지만, 그 과정에서 론스타 펀드와 관련된 한국 금융관료들이 벌인 온갖 범죄행위가 드러났고, 그 이후로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로 돌아가서, 교통사고 피해자를 조사하던 양민혁 검사는 그 피해자가 자동차에서 자살하며 남긴 유서에서 자신을 성추행한 검사 때문에 수치심으로 자살한다는 유서가 나오자, 성추행 검사로 찍힌다. 양민혁은 절대 성추행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자살로 위장한 타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국내은행과 해외투자 펀드, 금융감독원 같은 거대한 조직이 드러나고 양민혁 검사는 혼자 이 사건에 뛰어든다. 하지만 이미 검찰특수부에서도 펀드 사기사건을 수사하고 있었고, 정치권의 반응을 보면서 수사의 강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반면 양민혁 검사는 전력을 다해 수사하면서 점차 사건의 본질을 밝히지만, 해외투자 펀드는 국내 은행을 비싼 값에 팔고 떠난다.

검사 양민혁은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정의로운 검사처럼 보이지만, 지금 한국의 현실로 보면, 이런 인물은 만들어진 가상의 존재일 수밖에 없다. 한국 검찰에 이렇게라도 진실을 밝히려는 검사가 과연 있을까?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판타지에 가깝다.

영화의 본질은 한국에서 발생한 금융범죄를 드러내는 것이다. 영화는 분명 픽션이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었고, 실제 사건 과정에 매우 흡사하게 전개된다. 은행의 자기자본율(BIS)를 조작하는데, 이 조작에 은행관계자, 금융당국자가 모의했다는 증거가 드러났으며, 이 조작된 증거를 바탕으로 외환은행 매각이 결정된다. 즉 처음부터 범죄로 시작한 것이다. 이 범죄에 가담한 자들이 바로 은행관계자, 금융감독 당국,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이었다. 이런 화이트범죄는 일반인은 도저히 알 수도 없고, 개입할 수도 없는 고도의 범죄이므로, 이들이 외국자본과 결탁하면 국가를 부도내고, 헐값에 외국투자펀드에 팔아먹는 것은 식은 죽먹기라는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한국정부가 부패했다면 이런 화이트범죄는 날개를 달게 된다. 정치가들과 고위관료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쓰면서 자신들이 얻을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은 투자, 투기의 기본이기도 하다. 실제 국내은행 인수, 매각 사건에서 화이트범죄에 가담한 자들은 자신들이 차명으로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데, 영화에서 마지막 장면에 2천억 수익을 얻는다는 말이 나온다. 이들은 투자금액의 3-4배에 이르는 수익을 가져가는데,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말처럼, 한국인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외국인처럼 투자하는 형식으로 사기를 친 것이다.

 

평범한 서민은 이런 금융사기를 통해 잃을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크게 보면, 국가의 부가 빠져나가게 되어, 국가가 가난하게 되는 걸 뜻한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한달에 100만원을 버는데, 여기서 가게세로 30만원을 내야한다고 하자. 그러면 매출 100만원에 재료비, 인건비, 관리비 등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50만원이고, 여기서 기타 비용을 제외해서 순이익이 40만원일 때, 30만원을 가져가면 내가 버는 돈은 실제로 10만원에 불과하다. 해외투자 펀드가 가져가는 돈은 한국인들이 버는 '순수익'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맹이만 쏙 빼먹고 도망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외펀드가 돈을 벌도록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만들어 준 자들이 바로 은행관계자, 금융당국자, 로펌의 변호사들이고, 이들은 막대한 부를 나눠가지며 한국에서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다.

역시 영화에서, 검찰특수부는 이들의 범죄를 모두 알면서도 정치적인 행위를 한다. 검찰이 범죄자를 잡지 않고, 정치를 하면 나라가 어떻게 부패하게 되는가를 잘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다. 차기 검찰총장으로 밀어달라면서 범죄를 덮어주는 검찰 간부의 태도는, 지금 한국 검찰이 보여주는 무능과 부패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는 시의적절하게 개봉했다. 시민들은 이제 더 이상 검찰을 믿지 않으며, 검찰개혁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찰은 정확하게 표현하면 '국민의 칼'이다. 국민이 휘두르는 칼이 바로 검찰이어야 하고, 그 칼은 정의롭고 평등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검찰은 '정권의 칼'이었고, 권력자를 위한 칼이었다. 금융범죄를 비롯한 화이트범죄를 잡아내려면 검찰이 '국민의 칼'로 환골탈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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