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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스페이스 워커

by 똥이아빠 2021.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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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워커

 

러시아 우주과학 영화. 1963년, 쏘련은 미국과 냉전 체제를 유지하면서 우주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우주과학에서는 러시아가 앞서고 있는 상황. 미국은 1965년 5월까지 유인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을 이미 발표했다. 러시아는 이미 유리 가가린이 1961년 4월 12일, 지구인으로는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했으며 지구 궤도를 도는데도 성공했다. 유리 가가린은 1968년 일곱 번째 우주비행에 나섰다가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미국이 우주 경쟁에 뛰어든 직접적 사건은 쏘련의 스푸트니크호 때문이다. 쏘련은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다. 여기에 곧바로 11월 3일에 스푸트니크 2호를 쏘아올리면서 그 안에 개를 태웠다. 미국은 1958년 1월 30일, 겨우 5kg짜리 위성 익스플로러 1호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하지만 며칠 뒤인 2월 3일, 쏘련은 과학 탐사위성 스푸트니크 3호를 쏘아올리는데, 이 위성의 무게는 1.3톤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미국은 초조하고 심하게 열 받은 상태였고, 쏘련은 충분히 앞서가고 있었지만, 미국의 기를 완전히 꺾어놓으려는 시도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 계획이 바로 '유인우주선'이었다.

 

이 시기의 쏘련과 미국은 냉전 상태로 군비 경쟁과 우주 경쟁에 동시에 뛰어들어 서로의 체제가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1950년대 이미 매카시즘 광풍이 불어 미국의 정치, 문화,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진보적 지식인을 공산주의자로 좌표를 찍어 내쫓거나 감옥에 보내거나 불명예 퇴진을 강요했다. 한국에서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존재했던 '블랙리스트'가 미국에서는 이미 이 시기에 존재했다.

1962년에는 쏘련의 미사일이 쿠바에 설치되고 있는 걸 미국 정보기관에서 탐지했다. 이 사건으로 미국은 발칵 뒤집혔고, '공산주의의 위협'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공포를 미국인들이 실감하는 사건이었다. 미국 정부로서는 이런 사태를 쏘련과의 군비, 체제 경쟁으로 끌어들여 미국 - 자본주의 -의 우월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우주 경쟁에서 러시아는 초반에 확실한 승기를 잡고 있었다.

 

유인 우주선 프로젝트는 미국이 먼저 발표했는데, 이미 쏘련의 유리 가가린이 우주 비행에 성공한 만큼, 이번에는 우주인이 지구 궤도를 돌면서 우주 유영을 하는 단계로 나가야 하는 과제가 부여되었다. 쏘련은 앞서 가고 있었지만, 미국이 바짝 뒤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번 우주 유영 프로젝트에서도 앞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개발 팀에서는 정상적으로 우주선을 만든다면 1967년이 되어서야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쏘련 당국은 1965년 3월까지 앞당기라고 주문한다. 개발 팀장은 쏘련 정부의 입장과 실제 개발을 담당한 과학자들 사이에서 일정을 조절해야 하는 압박을 느낀다.

 

최초의 우주 유영 비행사는 두 명이 선정되었고, 베랄예프 중령과 레오노프 소령이 그들이다. 쏘련 최고의 공군조종사이자 우주인인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우주 유영 우주선 보스호드 1호는 시험 발사에 성공했고, 이제 2호를 쏘아 올리기 직전이다. 사람을 태우지 않은 시험 발사는 성공했지만, 우주인을 태워야 하는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개발 팀장은 1965년 3월의 일정에 맞출 수 없다고 상부에 보고한다.

하지만 두 우주인은 불완전한 우주선이라도 타겠다고 팀장에게 말하고, 두 사람의 의지를 확인한 팀장은 보스호드 2호에 두 사람을 태우고 발사한다. 1965년 3월 18일 오전 10시, 미국보다 한 발 앞선 시도였다.

이 우주선 발사는 세계 최초의 시도였기에, 생방송으로 쏘련 연방에 방송되었다. 보스호드 2호는 지구 궤도에 도달해 마침네 레오노프 소령이 기체에서 나와 최초의 우주 유영을 한다. 이 장면 역시 생방송으로 중계되었으며, 레오노프는 당시 공산당 서기장이던 브레즈네프와 직접 통화한다.

우주 유영은 성공했으나 다시 우주선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레오노프는 거의 죽을 고비를 넘긴다. 우주복은 뻣뻣하고, 팽창해서 팔이 잘 구부러지지 않았고, 에어록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우주복의 팔다리의 관절이 접히지 않아 몹시 고생한다. 여기에 에어록 문이 닫히지 않아 수동으로 어렵게 닫아야 했고, 레오노프는 에어록에서 산소가 소진되어 기절하걸 벨라예프가 살린다.

 

우주선은 지상 관제소와 통신을 유지하지만 일시적 사각지대가 있고, 이곳을 지날 때는 통신이 끊겨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보스호드 2호는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궤도를 그려야 하는데, 연료 문제로 22시간 동안 지구를 12바퀴 돌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렇게 서서히 돌면서 대기권을 향해 내려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 우주인은 산소중독의 위험에 놓인다. 에어록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산소가 새나와 우주인들이 산소중독을 일으킨 것이다. 지상관제소에서는 원인을 발견했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주인이 직접 수리를 해야만 했다. 이미 두 사람은 산소 중독이 시작되고 있었다. 게다가 우주선이 사각지대로 접어들고 있어서 지상관제소에서도 통제할 수도, 상황을 알 수도 없는 위험한 시간이었다.

다행히 레오노프는 새고 있는 산소 문제를 해결하지만, 이번에는 자동착륙 유도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우주선을 수동으로 조정해 지구 궤도에 진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우주선을 수동으로 조정한 것도 이번이 최초였으며, 아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벨라예프는 우주선의 각도를 지구에 맞추고 엔진을 가동한다. 하지만 아주 작은 움직임만으로 하강 각도가 7도 정도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처음 계획했던 착륙지점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내리게 된다.

이때 지상관제소에서는 자동착륙 유도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우주인이 수동으로 우주선을 조작하다 쏘련 땅이 아닌, 미국이나, 중국 땅에 떨어지면 쏘련의 우주 정보가 새나가게 되니 우주선을 추락시키고 두 우주인을 사망하는 것으로 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개발팀장은 단호하게 반대한다.

 

우주선이 수동으로 지구를 향해 내려오는 과정에서 대기권을 지나며 우주선 몸체가 차츰 분리되고, 공기마찰로 연소되는데, 우주선은 이런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고 무사히 땅에 착륙한다. 이미 내려올 때 각도 차이로 착륙지점과는 매우 먼 곳에서 내리게 되는데, 이들이 떨어진 곳은 허허벌판, 깊고 깊은 숲속이었다. 영하 35도에 폭풍이 몰아치는 극한 상황에 놓인 두 우주인은 우주에서 겨우 살아 돌아왔지만 지구에서 다시 죽음의 위기에 놓인다.

두 우주인은 구조를 위한 활동을 하지만, 너무 넓고,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벌판에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어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이 두 우주인을 살린 사람은 아마추어 무선사였고, 이 사람의 전화를 받은 지상관제소에서 위치를 확인하니 사할린 숲속으로 밝혀진다. 그 사이에 쏘련 당국은 두 우주인이 지구로 귀환하다 사망했다는 뉴스를 내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주선이 착륙해서 무려 9시간이 지나서 두 사람은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생존과 귀환은 쏘련 연방 최고의 뉴스가 되었으며, 두 사람은 영웅이 되었다. 이 영화를 만들 때, 실제 주인공인 레오노프가 자문을 했으니 사실성이 높은 거라 생각한다. 

 

러시아 우주과학 영화는 미국 헐리우드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지지만, 내용은 훌륭하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기 어려운 긴박한 순간들로 이어진다. 때로 쏘련의 체제를 홍보하는 듯한 내용도 잠깐 등장하지만,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우주탐사를 하는 쏘련 과학자들과 우주인의 노력이 돋보이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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