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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소설을 읽다

데미안

by 똥이아빠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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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같은 책이라도 어떤 시간에 어떤 공간에서 읽느냐에 따라 다가오는 느낌이 매우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그 구체적인 예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었을 때의 느낌을 말씀드리죠.

데미안을 처음 읽었을 때가 10대 후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문고본으로 읽었죠. 다들 읽어보셨으니까 아시겠지만, 이게 그렇게 쉬운 책은 아닙니다. 일종의 성장소설인데, 메타포가 많이 내포된 내용이어서 저같은 경우는 한번 읽고 이해를 하지 못하겠더라구요.

지금도 그렇지만, 헤르만 헤세가 우리나라에서는 꽤 유명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헤르만 헤세를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도 않고,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여전한 것이 사실이죠.

하여간, 10대 후반에는 그런 것들을 알 리 없었으니까,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읽었습니다. 읽고나서 그다지 큰 감명을 받지 못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쩌면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시간이 흘러서 군대에 입대를 하고 군수행정병으로 근무하면서 책을 읽을 시간이 좀 있었습니다. 휴가 때면 집에서 책을 가지고 들어가서 읽고 다음 휴가 때 가지고 나오고 하는 식으로 책을 읽었는데, 일병 때부터 부대 안에 도서관이 생겨서 책을 좀 더 자주 읽을 수 있게 되었지요.

그때 다시 [데미안]을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때 당시에는 책을 아주 꼼꼼하게 읽기로 작정을 했던 터라 메모까지 해가면서 책을 정성껏 읽은 생각이 납니다. 군대에서 남는 게 시간이니 책 읽는 것 외에 달리 할 것도 없었지요.

[데미안]을 읽으면서, 그 전에 읽을 때보다 이해하기가 쉽고 내용이 잘 전달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프로락사스의 알에서 깨어나는 부분에서 왠지 모를, 일종의 감동의 눈물이 나더군요. 내가 책의 내용을 잘 이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내가 [데미안]을 읽고 눈물을 흘린 것은, [데미안]이라는 작품이 주는 감동이었다기 보다는-어느 정도는 영향이 있었겠지만- 내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군대라는 억압된 상황 속에서, 나는 늘 자유를 꿈꾸며 살았었죠. 늘 반복되는 집합과 구타, 점호...고참병들의 횡포...이런 것들이 정말 견디기 힘들었고, 내 군모에는 늘 'Free as the Wind'라는 단어가 써 있었습니다.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자유를 꿈꾸며, 비상하는 그날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하루 하루를 참았던 거죠.

그런 상황에서 알을 깨고 나오는 내용을 읽게 되니 자연히 감정이 일치하게 되고, 감동을 느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같은 책을 읽어도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느끼는 점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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