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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소설을 읽다

죄와 벌

by 똥이아빠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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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한때 도스또예프스키에 빠져들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또스또예프스키의 마력은 쉽게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범위도 넓고 깊이도 깊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의 이력도 소설만큼이나 드라마틱하죠. 또스또예프스키는 자신이 직접 처형 직전까지 가는 죽음의 공포를 느꼈기 때문에 더욱 삶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가 도박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설을 썼다는 것도, 나이가 들면서 반체제 인사에서 왕정 옹호주의, 보수주의자로 변신해 가는 것도 충격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 인간에게 완벽함을 기대한다는 것은 부조리한 일이죠. 인간은 끊임없이 변하고, 또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그렇더라도, [죄와 벌],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악령] 등 걸작들만을 써낸 작가의 변신-변절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을 보면서 인간의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도스또예프스키를 위대한 작가로만 기억할 것인지, 아니면 반체제인사에서 극우주의자로 변신한 것을 두고 나약한 지식인의 전형이라고 비판해야 할 지, 초점을 어디에 두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지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에서 그의 작품만큼은 아끼고 싶은 마음입니다.

뭐, 도스또예프스키와 이문열을 굳이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위대한 작가-또스또예프스키 선생님, 죄송합니다. 이문열이 선생님과 동급이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작가로서 이룬 업적만 보고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이니 용서하시길-가 시대의 흐름을 올바르게 읽지 못해서 점차 보수화하고 타락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입니다.

신경림 선생도 대학 입시공부를 앞두고 그만 또스또예프스키에 빠져서 입시공부는 팽개치고 또스또예프스키 전집만 읽었다고 했지만, 그만큼 마력이 있는 작가의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평생 삼국지를 두세번은 읽게 되겠지만, 또스또예프스키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늘 가까이 두고 싶은 책 가운데 하나가 도스또예프스키 전집입니다.

이 소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입니다.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가 전당포 노파 알료나 이바노브나와 그의 동생 리자베타 이바노브나를 도끼로 살해하고, 물건을 훔쳐 나옵니다. 그는 자기가 저지른 살인을 정당화, 합리화하려고 피해자를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라고 묘사하지만, 그의 양심마져 속이지는 못합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소냐를 만나면서, 그녀의 삶에 감화를 받고, 그녀의 설득으로 경찰에 자수하게 됩니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변화를 매우 세밀하게 그리고 있는 일종의 '심리 스릴러' 같은 작품이라서 읽기에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대학생으로, 지식인입니다. 그가 자기의 행위 - 살인 -를 스스로 합리화, 변호하는 것은 분명 지식인의 부정적 모습입니다. 그를 변화시키는 건 소냐인데, 소냐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여성으로,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파는 매춘여성이 되었지만, 그녀의 인성은 라스콜리니코프를 감화시키고, 그의 삶을 근본에서 바꾸는 위대한 인물입니다.

결국 라스콜리니코프의 구원은 소냐를 통해 이루어지고, 그가 시베리아로 8년간의 유형을 떠날 때도 소냐가 함께 하면서, 이 두 사람이 깊이 사랑하는 사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또한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가진 여성으로 인해 남성이 근본적으로 교화된다는 점에서, 매우 종교적인 메타포를 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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