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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사람

by 똥이아빠 2011.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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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SE (2disc) - 10점
밀로스 포먼 감독, 루이즈 플레쳐 외 출연/워너브라더스


내 인생의 영화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사람

 

‘책 한 권, 영화 한 편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영향을 끼친 책과 영화가 있겠지만, 10대 청소년 시절, 내 영혼을 흔든 영화에 대해 말하고 싶다.

17살, 모든 것들이 낯설었고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모호한 정체성으로 혼란스럽던 그 시절, 나는 일찍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둥지에서 막 벗어난 어린 새처럼 모든 것들이 경이로웠고, 낯설고, 거칠었으며 두려운 상대들이었다.

하루하루 고단한 노동의 연속이었으며 미래는 불투명했고,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삶이 재미있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그런 어느 날, 지방에서 주어진 모처럼의 휴일. 함께 일하는 형과 함께 극장– 광주 양동 극장, 지금은 그 개천마저 복개되어 흔적조차 사라진 - 에서 영화를 봤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사람] 어떤 영화인지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들어가서 보기 시작했다. 주인공(잭 니콜슨)이 얼마나 유명한 배우인지, 아카데미 상을 몇 개를 받았는지도 몰랐고, 심지어는 영화 제목이 뜻하는 아이러니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는 그런 것들을 알기에는 너무 어렸고 영화에 대한 관심도 많지 않았던 때여서 그저 시간만 재미있게 보내면 되는 걸로 생각을 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도 그 영화의 장면들은 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난 직후, 나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영화를 보기 전과 영화를 보고 난 후 내 자신이 달라진 것을.

잭 니콜슨은 정신병자가 아니지만 중형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정신병자 행세를 하고 정신병동에 갇힌다. 그 속에서 수간호사의 절대권력을 보게 되고, 정신병자 동료들을 위해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다.

결국 잭 니콜슨 자신이 전기충격실에 끌려가 진짜 정신병자가 되어버리고, 말이 없던 ‘추장’은 마침내 벽을 부수고 병동을 탈출한다.

잭 니콜슨이 전기충격실에서 나올 때의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거대한 세면기를 들어올려 벽을 부수고 유유히 사라지는 추장의 뒷모습이 눈에 어른거리며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내 몸과 마음 속에서 자라고 있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눈을 뜬 것이다. 자유롭고 싶은 욕망은 모든 인간의 공통 요소겠지만 실제로 자유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사람]이 생각난다. 인간의 권리,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 준 영화. 이후 [빠삐용], [쇼생크 탈출] 등 자유를 갈망하는 영화들이 늘 마음에 와 닿았고 감동을 주었다.

10대 때, 나를 정신적으로 키운 것이 책이라면, 이 영화도 한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상당히 중요하게.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감독 밀로스 포먼 (1975 / 미국)
출연 잭 니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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