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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말콤 엑스

by 똥이아빠 2011.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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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X - 10점
스파이크 리 감독, 덴젤 워싱턴 외 출연/에스엠픽쳐스(비트윈)


영화 말콤 엑스는 무려 3시간 30분의 상영시간이 말해주듯 할 말이 많은 영화이다미국 흑인의 지도자로 널리 알려진 말콤 엑스의 일대기를 그린 이 영화는 그러나 그리 큰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영화를 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감동도 천차만별일 것은 당연하겠지만 영화의 보편적 정서는 대게 비슷하다고 볼 때이 영화를 보고 감동한 관객이 많지 않음은 이 영화가 시대와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는 이유 말고도 다른 이유들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덴젤 워싱턴은 영화 남과 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흑인 연기자이다그 영화에서 탈출한 노예로북군 최초의 흑인부대원으로 등장하는 덴젤의 연기는 참으로 감동적이었다말콤 엑스 에서도 그의 연기는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영화의 성격상 연기의 뛰어남이 관객의 눈에 두드러지게 들어오지는 않았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 스파이크 리는 흑인 감독이다그는 최근에 한국인 이민자들이 등장하는 영화 속에서 한국인을 비하했다고 비판을 받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그런 감독이 말콤 엑스를 만들었다는 것이 아이러니이기는 하지만 흑인인 그로서는 흑인의 지도자를 멋지게 그려보고 싶은 충동이 있음은 당연한 일이겠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거리의 부랑아였던 말콤이 도둑질을 하다 들켜서 감옥에 가게 되었고감옥에서 이스람교의 지도자를 만나 이슬람교를 믿게 되고 흑인의 처지를 깨닫고 흑인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다가 암살 당한다는 것이다그 사이에 스승의 교파와 갈라지고 백인들의 테러위협에 시달리는 과정들이 등장한다.말콤이 이집트에서 이슬람에 대한 공부를 더 하면서 그동안 가졌던 인종에 대한 편견을 벗어나 평등과 평화자유를 부르짖게 되었다는 부분이 있었으나 그것을 실천하기도 전에 암살을 당하고 만다.

이 영화는 흑인인 한 지도자의 삶이기 이전에 한 인간의 성장과정 면에서도 뜻있는 영화이다쓰레기 같은 삶에서 주체적이고 이타적인 삶으로 바뀌는 것은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그런데영화의 전편에서 석연치않은 느낌이 자꾸 드는 것은 왜일까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른다이 영화가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그 하나이다미국은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매우 심한 곳이다겉으로는 아닌척하지만 실제로 인종차별때문에 잠시라도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미국인구의 십분의 일인 25백만명의 흑인이 이렇게 차별대우를 당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보다 훨씬 더 적은 소수인종들의 경우는 어떠할까흑인들이 검은 것은 아름답다고 부르짖는 것은 자신들의 자존심을 위해서는 바람직할지 모르지만 유색인종의 차별을 근본에 깔고 있는 것이라면 또 하나의 편견만을 부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최근에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벌어진 흑인들의 폭동에서 유색인종인 한국인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미국내의 흑인은 미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인종이라고 알려져 있지만근본적인 것은 차별당하는 흑인들의 처지가 아니라 차별을 당하고 있는 흑인들의 의식인 것이다흑인들의 사상적이데올로기적 토대는 매우 복잡한 경로를 통해 생성되었기 때문에 여기서 간단히 말할 성질은 아니지만타의에 의한 억압과 차별의 피해자임은 분명하다그러나 보다 시야를 넓게 본다면 흑인들에 대한 동정이 그들을 위하는 길이 아님을 알 것이다.

미국에서 백인들은 400년동안 1억이 넘는 흑인들을 학살하고 노예로 부렸으며 그보다 많은 인디언들을 멸종시켰다인디언들은 지금 마치 동물들처럼 수용되어 관광기념물 정도로 전락하고 말았다이른바 보호구역이라는 것이 그것이다말콤도 말했듯이 백인들은 범죄자이고 학살자이며 강도이다그렇다면 악질적인 백인들에 대해 흑인들은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말콤도 말했다흑인들에게도 두 부류가 있다고백인에게 봉사해서 아부하며 살아가는 부류와 타협을 거부하고 흑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부류가 있다그런데오늘날 이런 부류의 분리가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또는 그런 의미가 있는가흑인들도 유색인종의 멸종에 한몫을 담당했고 제3세계의 착취와 억압과 독재정권의 수립을 돕는데 한몫을 했다흑인들은 미국내에서 백인들의 차별만을 강조하고 피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밖의 세계에서 백인들이 하고있는 만행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지금 미국내 흑인지도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흑인집단이기주의에 다름아니다그들은 백인에게 차별당하고 있다는 것을 빌미로 다른 유색인종들을 차별하고 있다흑인의 인권을 신장하기 위해 유색인종을 억압하고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흑인들은 어리석고 못배워서 무식하며 판단력이 없고 가난하고 알콜중독자에 마약을 하고 뒷골목에서 싸움질이나 하고 백인여자를 강간이나 하는 쓰레기같은 인종이라고 몰아부치는 것은 백인들의 의도적인 음모이다그렇다그것은 명백한 이데올로기적 음모이다하지만실제로 그렇고 그 원인은 바로 그동안 백인들이 저질렀던 모든 분야에서의 차별과 억압의 결과이다따라서 그런 음해와 현실역시 백인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흑인이 모든 분야와 경제적 처지에서 열등한 조건에 있는 것은 백인들이 만든 결과이지만그것을 역전시키는 것은 흑인들의 몫이다너희들이 이렇게 만들었으니 너희들이 책임을 져라,하고 아무리 떠들어 봐야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흑인들이 비판받아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유색인종들은 흑인들보다 훨씬 늦게 미국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흑인들보다 잘 살고 있다이것은 유색인종들이 백인들에게 노예신세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고역사적으로도 주인과 노예멸시와 복종의 악연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그보다는 스스로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보아야 한다백인사회에서도 유대인들은 돼지취급을 받는다유대인들은 어디서나 수난을 당하고 멸시를 받으며 살았다그렇지만 오늘날 유대인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올랐으며 모든 부분에서 탁월한 결과물을 배출하고 있다유대인이 백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면 너무 단순한 논리일 것이다.

미국내에서 복잡한 인종문제는 백인들에 의해 시작되었고 그 비극의 씨앗은 여전히 백인들에게 있지만 그렇다고 백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없다그들이 하루아침에 인종편견을 없애고 평등과 자유를 흑인들에게 허용한다고 말할 것같은가어림없는 소리다겉으로는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면서도 가장 확고한 자본주의적 계급질서를 옹호하고 유지시키려는 것이 미국의 백인이라고 본다그들은 자본가의 안전을 위해서는 그들이 뽑은 대통령도 대낮에 암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하물며 그깟 검둥이 몇 명 정도는 우습지 않은가.

미국에서 성공한 흑인들은 하나같이 정치적인 인물이 없다뉴욕시장인 브레들리 정도가 흑인일 뿐이다하원에 약간 명이 있고주지사에도 몇 명이 있다하지만 그것이 흑인들의 인권을 신장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인권신장이라는 말도 웃기는 말이다인간은 똑같지 않으면 짐승과 마찬가지이다그야말로 흑백논리이다누가 누구에게 조금이라도 차별을 가한다면 그때부터 동등한 인간이란 없어지는 것이다이것은 인종이 달라서 벌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계급의 차별이 그렇고 계급과 인종을 뒤섞은 것이 그렇다미국에서는 이 두가지가 모두 해당된다.

마이클 잭슨이 전세계의 톱스타라고는 하지만 그가 수십번의 수술을 하는 엄청난 고생을 하면서 되고자 한 것은 바로 백인의 얼굴이었다그는 흑인이면서도 흑인을 거부했던 것이다남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이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반대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미국 최고의 인기코미디언 빌 코스비나 영화배우 에디머피같은 사람들은 흑인이긴 하지만 흑인이 아니다농구선수 매직 죤슨도 그렇고 육상선수 칼 루이스도 그렇다그들은 흑인이면서도 흑인이 아니다베버리힐즈에 수십만평의 대지에 어마어마한 저택을 지어놓고 완전히 별세계에서 사는 그들이 동족인 흑인들의 고통을 이해하겠는가이해할려고 노력이나 하겠는가미국은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사회라고 한다.그들은 능력대로 벌고 능력대로 산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 노력하면 잘산다는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킨다그래서 몇몇의 성공한 흑인들이 마치 모든 흑인들의 갈길인 것처럼 선전을 해대는 것이다.

미국이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일은 너무나 당연하다흑인들은 자신들의 단결에 힘쓰기 보다는 유색인종들이 자신들의 구역에서 돈을 벌어 몽땅 가지고 간다고 불평을 하고 기회만 되면 가게를 약탈한다인종의 도덕성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것이다이것은 물론 흑인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미국이라는 양키 자본주의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니 그것에 물든 사람이 어디 흑인뿐이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말콤 엑스같은 영화가 나오기 위해서는 흑인의 자존심과 도덕성에 대한 반성의 소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흑인이 당하고 있는 억압과 차별에 대해서 전세계 민중에게 호소를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지금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이 영화가 매우 신중하고 객관적이며 흑인의 처지를 충실하게 보여줄려고 노력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자기 반성없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보인다그런 면에서 오히려 리처드 라이트의 자전적 소설이 나에게는 더 감동으로 와닿는다같은 흑인이어도 스파이크 리와 리처드 라이트는 다르다흑인들이 먼저 알아야 할 것은미국내의 흑인이 가지고 있는 위치와 함께 인종의 국제주의이다말콤도 이집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깨달은 것이 바로 인종의 국제주의이다전세계 사람들은 어느 민족어느 인종을 막론하고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흑인이 당하고 있는 피해와 역사적 피해의식은 상처가 깊은 것이지만 인디언도 있고 제3세계의 민중들도 흑인들 못지않은 고통을 당했고 당하고 있다흑인들만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처럼 행세한다면 그것은 또다른 인종이기주의를 낳을 뿐이다.

흑인들의 처지를 백번 이해하면서도 인간의 보편적 진리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계급차별은 있지만 인종차별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의 인종차별 실태가 실감있게 다가오지 않는다그러면서도 우리가 말콤엑스의 삶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것은 그가 흑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


말콤 X
감독 스파이크 리 (1992 / 미국)
출연 덴젤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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