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멋진 하루!/1980년대

1980년대-16

by 똥이아빠 2011. 11. 3.
728x90


김영록 선생님의 도움으로 잡지사에 취직을 했다. 월간 '현대해양'. 얼마 전에 폐간을 했다고 들었다.
안국동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면접을 보러 간 날 시험을 봤다. 이력서만 내고 면접을 보는 것으로 입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뜬금없는 시험이어서 조금 당황했다. 시험은 글쓰기, 즉 논술이었다. '한국의 바다'를 주제로 원고지 10매를 쓰라고 했다.
즉석에서 원고지를 받아 글을 썼다. 글의 내용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막히지 않고 곧바로 써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출근하라는 연락이 왔고,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번듯한 직장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월간 현대해양은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바다전문 잡지였다. 당시 바다 전문잡지라야 전체 잡지 가운데 딱 두 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나마도 내용이나 수준은 형편없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해양 전문잡지가 이렇게 없다는 것은 이상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월간 현대해양은 매달 약 3천부 정도를 찍어서 각 수산업협동조합 등에 배포하고, 남은 일부를 서점에 몇 권 배포하는, 반 기관지 성격을 띄고 있었다. 따라서 판매망은 안정되어 있고, 일본 잡지 등에서 무단 전재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기자'로 입사했지만 원고지에 글쓰는 방법도 몰랐고, 교정도 할 줄 몰랐다. 편집장 선배-사진 두번째 줄 오른쪽-에게 하나씩 배워가며 일을 했는데, 부산수산대 출신의 선배는 인내심을 갖고 가르쳐주었다.
잡지사의 수입은 광고였는데, 직원이 광고를 수주하면 그에 따른 수수료를 직원에게 주었다. 사장은 직원들에게 광고를 따오라고 종용했으며 나에게도 그런 요구를 했다. 하지만, 어디 가서 광고를 딸 수 있다는 말인가. 사회 초년생에게 사장의 요구는 매우 무리였다. 울며 겨자먹기로 김영록 선생님에게 부탁해 광고를 하나 받았지만, 몹시 자존심이 상했다. 결국 그 일로 사장과 싸우고 회사를 그만 두었다. 그렇게 첫 회사 생활이 끝났다.

반응형

'멋진 하루! > 1980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80년대-21  (0) 2011.11.13
1980년대-20  (2) 2011.11.13
1980년대-19  (0) 2011.11.13
1980년대-18  (4) 2011.11.12
1980년대-17  (0) 2011.11.03
1980년대-15  (0) 2011.11.03
1980년대-14  (0) 2011.11.03
1980년대-13  (0) 2011.11.03
1980년대-12  (3) 2011.11.02
1980년대-11  (0) 2011.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