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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파묘 - 역사와 정치의 알레고리

by 똥이아빠 2024.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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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 역사와 정치의 알레고리
 
이 영화가 친일매국노와 일본 침략의 역사를 다룬 내용이라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무덤을 팠더니 험한 것이 나왔다는 말은, 영화에서 두 개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제는 1천만 관객을 향하고 있으니 더 이상 스포일러라고 말하기 어려운데, 친일매국노의 영혼과 진짜 왜구의 '진령'이 그것이다.
이 영화를 '깔고 보는' 사람들은, 영화가 가져야 할 교과서적 내용에 집착한다. 시나리오, 미장센, 연출 의도, 서사의 흐름, 형식(오컬트)의 불일치 등등 지적할 내용은 끝도 없다. 심지어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에 별 2.5를 주었고, '매불쇼'에 나와서 영화를 이야기 하는 두 명의 영화평론가와 두 명의 영화 리뷰어는 '파묘'가 갖는 진짜 의미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파묘'를 보고 수준 낮은 영화라고 말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역사적 인식이 천박함을 인정해야 한다. 영화 형식을 두고 말하는 사람은 내용보다 형식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비본질주의자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모든 예술은 형식이 중요하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영화 역시 형식을 갖춰야 하고,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건 말하나마나다. '파묘'에서 형식을 말하는 건, 내용에서 트집잡을 게 없기 때문이다.
 
나는 장재현 감독이 만든 '검은 사제들'을 보고 심하게 비판했는데, 그 영화는 서양의 오컬트 영화를 모방한 수준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서양의 오컬트 영화는 1973년에 개봉한 '엑소시스트'를 뛰어 넘는 작품이 지금까지 없고, 오컬트 영화를 만들려면 '엑소시스트'보다 뛰어난 작품을 만들 때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바하'에서는 '검은 사제들'보다 나은 연출과 내용을 보였지만, 흥행은 '검은 사제들'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장재현 감독은 꾸준히 오컬트 영화를 만들었고, '파묘'는 '한국 오컬트' 장르에서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한국 오컬트 영화의 최고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인데, '파묘'도 그 반열에 오를 걸로 기대한다. 한국 오컬트 영화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7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에서 원형을 찾을 수 있다.
김기영 감독의 '화녀' 이후 한국 영화에서 공포, 호러 영화는 다양한 변주를 통해 오컬트 영화를 생산하는데, 1981년 개봉한 고영남 감독 작품 '어느날 갑자기'는 지금의 '곡성'이나 '파묘' 같은 충격을 주었다. '파묘'가 나올 수 있었던 건 장재현 감독의 재능에 있음은 분명하지만, 한국 영화의 역사 속에서 다양한 작품의 창작이 가능했던 맥락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파묘'에서 첫번째 묘는 친일매국노의 묘라는 게 드러난다. '처음부터 부자'인 집안이 알고보니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 적극 부역한 친일매국노 집안이라는 건 중요한 시사점이다. 첫번째 파묘 사건이 끝나고 두번째 파묘가 시작되면서 극의 흐름이 끊겼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이 영화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해서 하는 말이다. 심지어 '파묘'를 두고 '국뽕' 영화라고 말하는 건 자기 비하를 하는 것으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처럼 보인다.
우리는 해방 이후 8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일제강점기 시기에 나라를 팔아 먹거나, 일본에 부역했던 친일매국노를 단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해방 직후 제헌의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처벌법'을 만들었으나 당시 대통령이던 이승만이 노골적으로 반대했고, 친일 경찰들에 의해 국회가 침탈당하고, 의원들을 폭력으로 제압해 이 법률이 제정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현대사에서 우리는 친일매국노, 부역자를 처단한 경험이 없으며, 그 결과 지금도 한국사회에는 친일매국노들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설치고 다닌다. '파묘'는 이런 한국사회의 현실을 '오컬트' 형식으로 진지하게 다룬다.
'파묘'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 영화를 재미없다고, 지루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영화가 가진 재미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 자신의 문제이고, 관객의 수준 문제라고 본다.
 
무덤에서 나온 관이 친일파의 관이라는 사실, 그 악령이 가족을 해치고 있다는 현상 그리고 관을 불태우면서 삼대에 걸친 저주가 해소된다는 내용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앞부분 이야기는 가벼운 떡밥에 불과하고, 진짜 이야기는 중반 이후부터 시작한다.
일본 지배를 공고히 하고, 한국에 영원히 저주의 주문을 걸려는 의도로 일본의 '음양사'가 한반도의 허리에 말뚝을 박았다는 설정을 활용해, 일본 장수의 시신을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져와 저주의 마법을 건 다음, 관을 세로로 세워 말뚝처럼 묻었고, 그걸 감추려고 세로로 묻은 관 위에 친일파의 묘를 다시 묻은 것이다.
여기서 역사적으로 말뚝이 사실이니 거짓이니 하는 논란은 의미 없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니고 대중 상업영화에서 모든 사건에 '사실'을 설명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노릇이고, 그걸 주장하는 건 멍청하거나 어리석은 짓이다.
'영화적 상상력'이라는 건 모든 예술이 그렇듯, 제한이 없어야 한다. '파묘'는 '오컬트'와 '공포' 형식을 가져와 우리 근현대사에서 핵심 내용을 다루고 있다.
 
우리 영화에서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가 높은 완성도로 개봉하는 건 바람직하다. '암살', '봉오동 전투', '밀정', '군함도', '말모이' 등 좋은 영화가 많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우리가 일제강점기를 36년 겪는 동안 민중이 겪은 고통과 억압의 정도를 충분히 말하려면 앞으로도 수백, 수천 편의 영화로 만들어 36년 일제 강점의 역사를 완전히 재구성해야 한다.
이건 유태인들이 독일 나찌에게 당한 역사를 지금까지 꾸준히 영화로, 다큐멘터리로, 소설로, 개인 또는 집단의 기억으로 출판하거나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는 사실로 확인할 수 있다. 유태인은 독일 나찌에게 6백만 명이 학살당했다는 말을 끊임없이 하고, 또 한다.
우리 역시 일제 36년 동안 수십만 명이 살해당하고, 강제 징용, 억압, 착취당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 참혹한 기록을 정통 드라마로 그릴 수도 있지만, '파묘'처럼 오컬트 장르 영화로도 만들고, 공포 영화로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파묘'에서 등장인물이 모두 독립군의 이름이라는 사실, 자동차 번호 등이 모두 한국 역사와 관련 있도록 설정한 사실은 감독의 의도가 명백함을 말한다. '파묘'는 친일파와 일본 제국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또 하나의 알레고리를 떠올렸는데, 그건 현재 한국 정치 상황과 맞물려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개혁'이라는 무덤을 팠는데, 거기에서 험한 것이 나왔다. 그 험한 것의 정체는 '정치 검찰'이었다. 검찰 생활 수십 년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대통령과 참모들을 속이고, 직속 상관인 법무부장관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결국 권력을 찬탈한 정치 검찰은 세상을 검찰이 지배하는 국가로 만들어 온갖 불법을 저지르며 정치 검찰의 이익만을 위해 권력을 사유화 하는 집단이며, 그 정점에 손바닥에 '王'을 쓴 자가 대통령이 되었다.
더구나 이 '정치 검찰'은 일본의 정령이 깃들어, 친일매국노로 빙의했으며, 일본에게 충성하고, 일본의 이익에 복무하며, 일본의 똥구멍을 핥는 자발적 노예이면서, 과거 일제강점기 때 일본 경찰이 한국인을 핍박한 것처럼, 한국의 경제를 망가뜨리고, 나랏돈을 어디론가 빼돌려 한국의 나라 경제와 국민이 가난하도록 만들고 있다.
 
'파묘'에서는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한 무당과 풍수사 등이 왜국의 정령과 맞서 싸우는데, 지금 한국 현실에서는 법학자 조국과 변호사 이재명(독립운동가 이름과 같다)이 왜국의 정령을 받아들인 친일매국 정령인 윤정권과 맞서 싸우고 있다.
조국과 이재명은 정치 검찰에 의해 목숨을 잃기 직전까지 가는 참혹한 피해를 입었으며, 하늘이 도와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이제 무덤에서 나온 험한 것(정치 검찰)을 잡아 없애기 위한 중대한 혈투를 앞두고 있다.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조국과 이재명은 '험한 것'들이 지배하는 정당보다 압도적으로 승리해, 친일매국노와 그 집단을 이 땅에서 뿌리 뽑을 기회를 갖게 될 걸로 본다.
'파묘'는 잘 만든 영화다. '오컬트' 형식 그 자체도 훌륭하고, 형식과 내용, 주제 모두 지금 우리 현실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파묘'는 다양한 알레고리를 제시하므로, '파묘'의 알레고리를 읽어내는 사람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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