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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8

제0호 제0호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광고가 조금은 선정적이다. 이 소설은 나중에 쓰긴 했어도 이미 오래 전-[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를 발표한 이후-에 이미 소재를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나 서점의 광고는 한결같이 '언론과 권력에 대한 풍자'라고 말하는데,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탈리아의 언론을 장악하고 총리가 되어 나라를 망가뜨린 베를루스코니와 그가 운영한 지저분하고 타락한 언론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고 다른 하나는 움베르토 에코가 즐겨 사용하는 역사적 음모론이다. 소설의 시작도 그의 예전 작품들-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등-과 같은 구조를 보인다. 즉, 생존한 주인공이 위험에 놓인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사건을 회상, 기록하는 것이다. .. 2022. 11. 24.
암퇘지 암퇘지 프랑스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의 데뷔작. 첫 작품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특징은 대화가 거의 없는 독백체라는 것과 의식의 흐름을 쫓아가는 방식이다. 한 여성이 점차 돼지로 변해간다는 줄거리인데, 인간이 동물로 변해가는 이야기는 꽤 많다. 늑대인간이 그렇고, 벌레로 변하거나, 심지어 진짜 돼지로 변하는(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경우도 있다. '붉은 돼지'에서도 주인공은 어느 순간 돼지로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인간(개인)이 인간의 모습이 아닌, 다른 동물의 모습으로 살아가려는 것은 자의적인 선택(붉은 돼지)이거나 아니면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카프카의 '변신') 어느날 갑자기 변하기 때문이다. 자의적인 선택일 경우라도 그것은 자신이 살아왔던 시간적, 공간적 원인 때문이므로 .. 2022. 11. 24.
소송-프란츠 카프카 소송-프란츠 카프카 은행의 업무대리인 요제프K는 어느날 '체포 당했다'는 통보를 받는다. 살아가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지만, 그는 소송을 해야 하고, 법정에도 출두해야 한다. 소송은 실체가 없지만, 그의 삶을 지배하고, 그는 삼촌의 소개로 변호사를 만나고,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법원의 판사에게 도움을 받으려 한다. 하지만 법원의 실체는 모호하고, 법정은 빈민촌의 다락방에 존재한다. 주인공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구조가 역겹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이유를 알고 싶지도 않다. 그는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송'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좌절한다. 그리고 어느날, 마지막 순간이 찾아온다. 예전에 한 번 읽었고, 이번에 열린책들에서 전자책으로 나온 것을 다시 읽었다. 새삼 느낀 것은, 카.. 2022. 11. 24.
프란츠 카프카의 '성' 프란츠 카프카의 '성' 카프카의 소설은 난해하다, 어렵다, 이상하다, 기이하다, 등등의 평가를 하는 독자들이 많다. 그럼에도 카프카의 소설은 현대 세계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세대를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재해석,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도 '한국카프카학회'가 있고, 세계 여러 나라에도 카프카의 문학을 연구하는 '카프카학회'가 있으니, 이것만 봐도 학계에서나 문학분야에서 카프카의 문학은 특별한 지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카프카학회'에서는 '솔출판사'와 함께 '카프카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동안 카프카의 소설과 그의 일기, 편지 등을 읽으면서 카프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려 애썼지만, 그가 불행한 삶을 살았다는 것 정도만 알게 되었을 뿐, 그의 생각을 .. 2022. 11. 24.
위대한 개츠비 - 열린책들 위대한 개츠비 - 열린책들 최근 페이스북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번역을 놓고 무수히 많은 주장과 반론들이 오갔다. 어떤 출판사(의 대표)가 예전부터 카뮈의 '이방인', '쌩 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분란을 일으켰고, 이 책 '위대한 개츠비'도 마찬가지로 기존의 번역(과 번역자)를 부정하고, 자신(과 출판사)의 번역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독선과 편협함의 극치를 보이면서, 그것이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의심을 충분히 사고도 남을 만했다. 나는 그 출판사에서 펴낸 책은 읽지도 않았고(돈이 아까워서) 읽을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 이미 '이방인'에서부터 보여주었던 번역자의 태도와 번역의 품질에 대해 심각한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나는 그들 전문가들의 의견에 공감했기 때문에 출판사.. 2022. 11. 24.
죄와 벌 죄와 벌 한때 도스또예프스키에 빠져들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또스또예프스키의 마력은 쉽게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범위도 넓고 깊이도 깊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의 이력도 소설만큼이나 드라마틱하죠. 또스또예프스키는 자신이 직접 처형 직전까지 가는 죽음의 공포를 느꼈기 때문에 더욱 삶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가 도박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설을 썼다는 것도, 나이가 들면서 반체제 인사에서 왕정 옹호주의, 보수주의자로 변신해 가는 것도 충격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 인간에게 완벽함을 기대한다는 것은 부조리한 일이죠. 인간은 끊임없이 변하고, 또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그렇더라도, [죄와 벌],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악령] 등 걸작들만을 써낸 작가의.. 2022. 11. 23.
데미안 데미안 같은 책이라도 어떤 시간에 어떤 공간에서 읽느냐에 따라 다가오는 느낌이 매우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그 구체적인 예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었을 때의 느낌을 말씀드리죠. 데미안을 처음 읽었을 때가 10대 후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문고본으로 읽었죠. 다들 읽어보셨으니까 아시겠지만, 이게 그렇게 쉬운 책은 아닙니다. 일종의 성장소설인데, 메타포가 많이 내포된 내용이어서 저같은 경우는 한번 읽고 이해를 하지 못하겠더라구요. 지금도 그렇지만, 헤르만 헤세가 우리나라에서는 꽤 유명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헤르만 헤세를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도 않고,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여전한 것이 사실이죠. 하여간, 10대 후반에는 그런 것들을 알 리 없었으니까, 유명하다는 이유.. 2022. 11. 23.
벗 - 백남룡 벗 - 백남룡 북한 문학 작품을 처음 읽은 건 군복무 하던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기억이 왜곡되었어도 그 언저리였던 건 분명하다. 그러니까 82년을 전후한 시기였고, 나는 부대 근처에서 그 책을 발견했다. 내가 복무하던 부대는 화천에서 산양리를 거쳐 민통선을 지나면 바로 나오는 포병대대였다. 부대 주변으로 가끔 북한에서 보낸 삐라가 떨어지곤 했다. 삐라를 주워도 가지고 다닐 수는 없었다. 만에 하나 관물대에서 북한 삐라가 나오면 말할 것도 없이 국가보안법으로 감옥에 가거나, 최소한 군대 영창이라도 가게 될테니, 삐라를 발견하면 주워서 보고를 하던지, 그냥 두고 지나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내가 주운 삐라에 실린 단편소설은 어린 소년과 기차 그리고 김일성 장군이 나오는 내용이었다. 단편 내용은 김일성을 찬양.. 2022.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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