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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불신지옥

by 똥이아빠 2014.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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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불신지옥

공포영화로는 꽤 잘 만든 영화. 출연하는 배우들도 모두 일류 배우들인 점이 '공포영화는 B급 영화'라는 일반론과 거리가 있음. <건축학개론>을 만든 이용주 감독 작품.


제목만 보면 '개신교'와 관련된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신교를 포함한 '종교' 일반에 관한 내용이며, 특히 '광신', '미신', '집착' 등의 단어를 주제어로 사용할 수 있겠다.
주인공 희진은 서울에서 자취하며 혼자 대학도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지방에는 엄마와 여동생이 살고 있는데, 어느 날, 동생 소진의 이상한 전화와 함께 엄마가 전화해서 동생이 실종되었다고 말한다.
동생을 찾기 위해 집으로 내려간 희진은 동생의 실종을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단순 가출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다.
하지만 엄마와 소진이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이상한 일이 발생하고, 아파트 주민들이 자살하면서, 소진의 실종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가족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병을 앓는 사람, 무당 등 예사롭지 않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소진이 교통사고에서 회복하는 과정에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신이 들렸다'고 여기게 된다.
무당은 '신 들린' 소진에게서 영험을 담은 부적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태워서 먹은 사람은 병이 낫기까지 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주인공의 엄마는 더욱 자신의 신앙(개신교)에 집착하게 되고, 이웃들은 저마다의 사정-질병, 영적 교류-으로 소진의 '신들림'을 이용하게 되지만, 조금씩 정상을 찾아가는 즉, '신들림' 현상이 줄어드는 소진을 보면서 이웃사람들은 불안해 한다.

공포영화 답게 장면은 어둡고, 애매하며,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객관적인 입장의 주인공 희진과 형사를 등장시켜 그들의 시각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소진이 겪는 이상한 행동이 무속에서 말하는 '신들림'인지, 아니면 교통사고로 발생된 일종의 정신질환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저마다 문제를 가지고 있던 이웃들은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소진의 행동이 '신'과 '영험'의 표현이라고 믿게 되고, 그 믿음은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이기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변질된다.

결국 소진의 행방은 엄마와 이웃들이 알고 있었으며, 그들이 소진을 죽인 것임을 알게 된다. 소진의 엄마는 소진이 살아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주인공 희진이 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소진이 죽은 것이라고 협박한다.
종교는 인간에게 있어 필요불가결한 요소일 수 있다. 적어도 인간의 진화가 미개한 단계에 있을 때까지는. 현재의 상황 역시 인류의 지적 진화는 미개한 단계이며, '신'이나 '종교'가 유치한 장난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고, 자연스럽게 그 미신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지적 진화의 한 단계로 뛰어오르는 것을 뜻한다.
이 영화 역시 '종교'가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삶에 있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영향력이 크다는 것과, 과도한 집착이 부르는 종교행위가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있음을 말하고자 했다. 별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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