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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그대 안의 블루

by 똥이아빠 2015.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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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대 안의 블루

  뤼미에르에서 영화 <그대안의 블루>를 보았다. 한국 최고의 영화배우 안성기씨와 강수연씨가 주연하는 이 영화는 예전에 만들어졌던 많은 한국영화와는 몇 가지 점에서 눈길을 끈다. 팜플렛에서는 이 영화의 성격을 설명하는 글이 없었다. 다만, 이 영화가 얼마나 정성을 들여 만들어졌으며 영화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프로근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자화자찬의 목소리 뿐이었다. 이 영화의 성격을 드러내는 글은 단 두 줄, ‘모던하게, 사랑을 자극적으로, 생을 말한다!’라는 카피가 그것인데, 이 또한 너무 관념적이어서 영화의 성격을 단번에 짚어내기는 어려웠다.
 우리가 서양영화를 보게 될 때면 신문광고나 영화간판에 써있는 광고문구만으로도 그 영화의 성격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집시의 시간」이나 「토토의 천국」, 그리고 「그대안의 블루」 같은, 서로 다르지만 그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는 영화들도 있기는 하다.
 영화의 주제가 분명한 것이 좋은 이유는 관객들이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 갈등을 일으키지 않아도 좋다는 데 있다. 물론, 영화의 주제가 분명하다는 것이 곧바로 영화가 좋다라는 뜻은 아니다. 관객의 이해와 감동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는 바로 주제에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가운데 내용이 있는 영화로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한 사람의 힘(The Power of One)」을 들 수 있다. 영화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의 의미와 무게를 충실하게 한다는 점에서 영화가 가지는 미덕을 살리고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그대안의 블루」는 어떤가. 이 영화에는 주제가 없다. 아니, 주제는 있지만 모호하다. 이 영화를 이루는 골격은 여주인공 유림의 자아발견과 존재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디스플레이어라는 직업의 두 남녀가 보여주는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애정, 일에 대한 맹목, 그리고 무엇보다 화려한 세트로 대충 넘어가려는 심미주의적 포스트모더니즘-이런 말이 있다면-의 겉치레 뿐이었다.
 아마도 페미니스트로 불러주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진 남자주인공 호석과 여자는 사랑으로서 완성된다고 믿는 유림 두 사람은 모두 전문직업인으로서 프로근성을 가지고 있다. 호석의 24시간 고용제의를 받아들이는 유림은 호석을 통해 일을 배우고 자리를 잡아나가지만 호석이 가지고 있는 우울함과 늘 갈등을 겪는다. 이 스토리 역시 마지막에는 유림이 자기 자리를 찾는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지만 스토리의 진부함과는 관계없이 나는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어설픈 점을 짚어보겠다.
 이 영화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남녀 주인공이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라는데 있다. 내가 좋아하기도 하는 이 두 남녀 배우는 그래서 연기 또한 흠잡을 곳이 없다. 그러나 두 주인공을 빼고 나머지 조연이나 액스트라로 등장하는 사람들의 연기는 정말 수준 이하였다.
 먼저, 호석의 친구이며 학원원장이 유림을 불러세울 때 대사를 보자.
 “아가씨, 디스플레이 배울래요?”
 이렇게 무식하게 말하는 원장도 있던가. 그리고 그 자세하며 억양 등은 참으로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기본이 되어있지 않았다. 대사의 촌스러움때문에 영화의 맥이 끊어지는 것같을 정도였으니까. 이런 장면은 곳곳에서 나왔다. 락 까페에서 유림이 혼자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있을 때, 함께 있던 젊은 남녀들의 모습은 마치 지금 영화를 찍고 있다라는 것을 거칠게 드러내고 있었다. 어색한 몸짓, 무표정, 그래서 느껴지는 촌스러움. 또한 호석의 작업실에서 누드사진을 찍던 모델여자의 단 한마디 대사는 어떤가. “더 이상 힘들어서 못올리겠어요.” 단 한마디의 대사인데도 원고를 읽는 것같은 억양과 표정이 참, 해도 너무한다 싶었다. 옷만 벗기면 대순가. 대사 한마디 제대로 연습시키지 않고 찍어대는 안일함이 보이는듯 해서 짜증이 났다.
 그리고 호석이 가지고 있는 그 비싼 매킨토시 컴퓨터는 꼭 컴퓨터가 없어도 될 정도록 간단한 작업이었다. 컴퓨터로는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으면서 무슨 대단한 기계인양 소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컴퓨터를 조금 아는 사람에게는 한심하게 보였다. 실제로 유림이가 하는 일의 거의 전부는 책상에서 이루어졌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저 근사하게 보일려고 셋트를 꾸며놓은 것이 눈에 너무 띄었다. 영화 속에서 소품들은 나름대로의 분명한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모를리 없을텐데, 그 화려하고 파격적인 실내장치와는 사뭇 달라보여서 형식미를 앞세우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영화가 포스트모던하다고 느낀 것가운데 하나가 영화 「러브스토리」를 의도적으로 베꼈다는 것으로 확인된다. 「러브스토리」에 사용된 음악과 그 배우들의 행동을 유림과 유림의 애인이 그대로 흉내내고 있는데, 이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특징이다. 그리고 그 포스트모더니즘이란 것도 부모가 불분명한 사생아처럼 족보에도 없는 것을 무슨 대단한 이즘인 것처럼 포장하고 선전해대는 상업주의자들의 상품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것은 주인공 호석의 편집증적인 관음증에 관해서이다. 호석은 자신이 단 한번도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여성에 대해서 편견을 가질려고 하지 않았으며 유림이 곤란할 때 자신이 모두 도와주는 행동을 통해 여성을 평등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호석이 어쩐 일인지 유림이 하는 행동을 모두 비디오카메라에 담아서 보관하고 있다가 유림이가 평범한 생활로 돌아오자 그 테이프를 보냄으로써 다시 유림을 가정에서 뛰쳐나오게 만들었다. 왜일까.
 그리고 호석이 가지고 있는 비밀, 바로 엑스에게서 자주 오는 메세지의 비밀을 이 영화에서는 끝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유림이 호석에게 콘돔을 쥐어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이 성립된다면 정말 그것은 비밀이 아니라 호석의 매매춘을 보여주는 행동을 확인하는 것이나 아닌지.
 이 영화는 페미니즘을 그린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직업인의 치열한 삶을 그린 것도 아니다. 그저 두 남녀가 만나서 감각적으로 사랑하고 헤어지는 통속적인 내용을 포장만 그럴듯하게 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영화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영화상의 기법이나 편집, 제작진들의 디자인, 촬영기법 등 일반인들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내용들뿐이고 모호한 주제와 어수선한 영화를 아름답게 포장한 영화에는 속지말아야 한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두 배우가 나온 영화임에도 이렇게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은, 영화가 다양한 장르와 제작기법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해서가 아니다. 현대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성 상실에 대해서 영상적 미학으로 표현하려는 의도까지도 알겠는데, 과연 그런 효과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아직 리얼리즘에 충실한 작품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현재의 수준에서 너무 앞서가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관객들이 이런 내용을 충분히 수용하고 있다면 분명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관객들도 이 영화가 어렵고 뭐가뭔지 모르겠다고 한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욕심이 있고, 또 그런 의욕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분명하지만 관객의 감성을 서둘러 끌어당기려는 노력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것은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안하고의 차이와는 별개의 것이다. 아주 좋은 영화도 흥행에 실패할 때도 있고, 그저 그런 영화도 흥행에서는 성공할 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제작자가 시대의 흐름과 동시대 사람의 의식, 사회의 모순, 갈등구조 등을 보다 사실적으로 풀어나가는 데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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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강수연)은 결혼식장에서 뛰쳐나와 거추장스런 웨딩드레스 자락을 과감하게 잘라낸다. 디스플레이 디자이너인 호석(안성기)이 이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고,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호석의 제안으로 작업 동료가 된다. 유림은 호석과의 관계에서 일과 사랑 모두 완벽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호석은 서로간의 계약에 관해 철저하고 유림을 작업 파트너로서만 생각한다. 호석은 유림이 일하는 여자로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유림은 사랑을 선택해 떠나고 호석은 이태리로 유학을 떠난다. 
한편 결혼생활에 안주하던 유림은 어느 날, 호석으로부터 유림이 일에 몰두해 있는 과거 모습이 담긴 비디오 테입을 받는다. 이 일을 계기로 유림은 호석을 찾아 이태리로 간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두 사람은 반가운 해후를 하지만 그 후 유림은 남편도 호석도 뒤로 한 채 혼자의 삶을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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