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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무뢰한

by 똥이아빠 2015.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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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뢰한

짧은 순간의 만남은 끝났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재곤 형사는 혜경을 잊을까? 시간이 지나면 잊겠지. 거짓으로 시작했지만, 정 형사에게 일말의 순정과 혜경에 대한 사랑은 없었을까?
인연이 길어지면 결국 평범한 일상이 되고 만다. 구질구질하고, 지루한 일상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과연 정재곤과 김혜경은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사채빚으로 인생이 망가지기 시작한 혜경에게 장미빛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끝없는 나락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혜경이 선택할 수 있는 미래는 불행한 결과만을 예측할 뿐. 
하드보일드한 멜로는 짧은 순간 가능하다. 그 순간이 끝나면, 격렬한 감정의 불꽃이 튀고,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지나면, 하드보일드한 멜로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혜경은 비극적인 인물이다. 그가 원했던 삶은 아니지만 그는 그 비극적 삶을 외면하거나 비켜가지 않았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위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내주었고, 그것에 대한 책임과 결과는 오로지 스스로 짊어졌다. 그런 면에서 혜경 자신은 모르겠지만, '독한' 여자다.
그리고, 그런 '독한' 여자 혜경을 가까이서 지켜본 정재곤 형사는 자기가 만났던 여자들과는 다른 혜영의 모습에 끌린다. 그것이 진정이었는지, 거짓이었는지는 아마 정재곤 형사 자신도 잘 몰랐을 것이다. 사람의 감정이 늘 선명할 수는 없으니까.
범인의 애인에게 접근하기 위해 자신을 숨겼듯,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만나는 상대에게 진심은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처음 만나서 줄곧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혜영은 이미 잘 알고 있었고, 어쩌면 그가 형사라는 것까지도 알았을 수 있었다.
자기가 사랑했던 사람을 죽인 형사를 사랑할 수 있을까. 결국 둘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지만, 아주 짧은 순간, 두 사람은 진심으로 '사랑'을 느낀다. 그 찰나의 감정, 짧은 순간의 사랑으로 두 사람의 만남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두 사람의 비극적인 만남 이후,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고, 다시는 만나지 않을 듯 하다. 하지만 혜경의 처지를 잘 아는 정재곤 형사가 그를 그냥 모른 체 하며 살아가기는 또한 어려울 것 같다. 어떻게든 혜경이 놓여 있는 비참한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그것이 혜경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별 세 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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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을 잡기 위해선 어떤 수단이든 다 쓸 수 있는 형사 정재곤(김남길 扮). 그는 사람을 죽이고 잠적한 박준길(박성웅 扮)을 쫓고 있다. 그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는 박준길의 애인인 김혜경(전도연 扮). 재곤은 정체를 숨긴 채 혜경이 일하고 있는 단란주점 마카오의 영업상무로 들어간다. 하지만, 재곤은 준길을 잡기 위해 혜경 곁에 머무는 사이 퇴폐적이고 강해 보이는 술집 여자의 외면 뒤에 자리한 혜경의 외로움과 눈물, 순수함을 느낀다. 오직 범인을 잡는다는 목표에 중독되어 있었던 그는 자기 감정의 정체도 모른 채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언제 연락이 올 지도 모르는 준길을 기다리던 혜경은, 자기 옆에 있어주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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