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하하하

by 똥이아빠 2015. 7. 12.
728x90



<영화> 하하하

영화 '하하하'를 보다. 홍상수의 영화를 관통하는 극사실주의.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드러난다. 하지만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 이후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감독의 시선이나 감성에 여유가 생긴 것일까. 개인적으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같은 신선한 충격의 결말이 없는 것이 아쉽다.

영화는 두 남자의 이야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남자가 만나서 막걸리를 마시며, 자신이 다녀왔던 통영의 여행에 관한 기억을 반추하는 것이다. 두 남자의 기억이 교직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한다.
두 남자는 각각 자신의 기억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 기억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아무도 모르고, 말하는 남자 자신도 모른다. 기억은 반드시 왜곡되게 되어 있고, 그 왜곡은 자신에게 이로운 쪽으로 이루어진다.
두 사람 모두 통영과 인연이 있고, 통영에서 있었던 일은 '여성'과 관계되어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두 사람의 기억을 들여다 보는 관객은, 두 사람이 만난 사람과 다녔던 곳, 어울렸던 사람들이 모두 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지만, 정작 당사자들만 모를 뿐이다.
영화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 추억, 과거, 지나간 시간에 관한 내용은 있는 그대로 화석이 되지는 않는다. 많은 부분이 삭제되고, 극히 일부만이 부각되어 남게 된다. 
이들의 기억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들이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는 것이다. 물론 역사적 기록까지도 믿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개인의 기억은 매우 편리하게 가공되고 재구성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기억'에만 의존하지 말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사실 홍상수의 영화는 너무 소소한 일상만을 다루고 있어서, 그것이 어떻게 영화적 의의를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소재가 '하찮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하찮은 일상들이 결국 우리의 삶이고 생활이라는 데서 영화적 의의를 의심하기 어렵다.

이 영화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주인공들이 모두 통영을 다녀왔다는 것이고, 우리 가족이 다녔던 여행지들이 영화 속에도 그대로 나오고 있었다.
통영시역사문화관, 통제영(세병관), 한산도 등 모두 낯익은 곳이다. 영화를 통해 우리가 다녔던 여행지를 다시 보는 재미도 있었다. 별 세 개. 
------------
두 남자가 이야기하는 여름 통영의 이야기들 
"캐나다로 이민을 결심한 문경(김상경)은 선배 중식(유준상)을 만나 청계산 자락에서 막걸리를 마신다. 둘 다 얼마 전 통영에 각자 여행을 다녀온 것을 알게 되고, 막걸리 한잔에 그 곳에서 좋았던 일들을 한 토막씩 얘기하기로 한다. 

문경의 이야기. 통영의 관광 해설가, 성옥
"통영에 계신 어머니(윤여정) 집에서 묵게 된 문경은 통영을 쏘다니다가 관광해설가인 성옥(문소리)을 만나 그녀를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성옥의 애인이고 해병대 출신인 정호(김강우)와 부닥침이 있지만, 끝내 성옥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하고 같이 이민을 가자고 설득까지 하게 된다. 

중식의 이야기. 통영에 같이 온 여자, 연주
중식은 결혼했지만 애인 연주(예지원)가 있고, 함께 통영에 여행을 왔다. 애인은 중식에게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 할 것을 요구하면서 중식은 괴로워한다. 통영에 내려와 있는 시인 정호와는 친한 사이라 거의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어울려 다니면서 정호의 애인인 아마추어 시인 성옥과도 알게 된다. 

안주 삼아 여름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던 두 남자, 그러나 알고 보니 그들은 같은 사람들을 만났던 것! 오직 좋았던 일만 얘기하겠다는 두 남자의 만담 같은 코멘트가 청량한 통영에서 일어난 두 커플과 우울한 시인의 만남을 미묘한 댓구의 그림으로 완성해나간다. 

반응형

'영화를 보다 > 한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  (0) 2015.07.24
<영화> 모비딕  (0) 2015.07.23
<영화> 무뢰한  (0) 2015.07.15
<영화> 고령화 가족  (0) 2015.07.15
<영화> 은교  (0) 2015.07.13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0) 2015.07.09
<영화> 돼지의 왕  (0) 2015.07.09
<영화> 코리아  (0) 2015.07.07
<영화> 악인은 너무 많다  (0) 2015.07.06
<영화> 감시자들  (0) 201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