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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명량 - 민중의 승리

by 똥이아빠 2015.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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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 - 민중의 승리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펙타큘러한 액션. 이런 영화를 기다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줄기차게 하나의 주제로 밀고 나가는 영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영화로 만든 것은, 김한민 감독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애국심 마케팅'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가? 이런 애국심 마케팅이라면 얼마든지 동의할 용의가 있다. '영웅화 마케팅'이라고? 이순신을 영웅화하는 오류를 저지른다고? 이순신은 이미 영웅이다. 어느 시대건, 초인적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을 우리는 '영웅'이라고 말한다.
애국심이든 영웅이든 그 자체로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지금까지 더러운 정권과 권력집단에 의해 '애국심'과 '영웅'이 이용당해 왔기 때문에, 그렇게 이용당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애국심'이든 '영웅'이든 일단 거부하고 보는 심리를 만든 것이다.
'군도'와 '명량'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스케일과 연출, 스토리에서 '명량'이 압도적으로 훌륭하다는 판단이다. '군도'도 민중의 이야기를 그리긴 했지만, 한계가 너무 뚜렷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흩어지면 백성이고, 뭉치면 도적'이라는 말은 이미 당대에 나온 말이지만, '군도'는 도치와 조윤 두 사람의 대결로 몰아간 반면, '명량'은 이순신이라는 영웅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를 도운 수많은 민중을 전면에 내세우며, 임진년, 정유전 전쟁의 진정한 승리는 민중이었음을 보여준다.
'명량'에서 읽을 수 있는 코드는 크게 두 가지로, 이순신이 선조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것과, 위기에 놓인 이순신의 배를 민중들의 힘으로 구해내는 장면이다.

선조가 이순신을 두려워한다는 말이 있다. 이순신은 자칫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이지만, 그를 아끼는 중신들이 선조를 설득해 겨우 살린다. 백의종군을 하는 이순신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순신의 죽음을 두고 선조의 시기와 질투가 낳은 암살이라는 둥, 이순신의 자살이라는 둥 말들이 많지만, 이순신의 죽음으로 '영웅'은 완성되었다. 만일 이순신이 살아남고, 민중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는 이순신이 칼날을 선조에게 향했다면 어땠을까. 역사에 만일은 없다지만,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이순신은 울돌목의 거센 물살을 이용해 일본 해군을 격파한다. 그 과정에서 이순신의 배가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을 백성들이 조각배를 타고 달려와 구출하는 장면은 감동적인 장면이다.
마치,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주변에 있던 어선들이 달려와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을 구출하던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느낌을 주었다.
이순신은 자신의 충성이 백성을 향한다고 말하면서, 충성의 대상이 '왕'이 아닌 '민중'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한다. '왕'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민중'은, '백성'은 '왕'을 만들고, '장군'을 만드는 거대한 대지인 것이다.
즉,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더럽고 역겨운 정치상황을 일시에 뒤집을 수 있는 것도 역시 '민중'이라는 말이다. 민중들에 의해 한시적으로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이 마치 자신들이 권력을 독점한 것처럼, 마구 휘두르며 민중을 업신여기고, 노예처럼 천대하는 상황이 계속될 때, '민중' 사이에서 '영웅'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시대를 반영한다. 김한민 감독은 시대의 흐름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영화라는 도구로 뛰어난 작품을 만들었다. 우리시대에 필요한 것은 죽음을 불사하는 용기다. 더럽고 역겨운 정권에 반대하고, 불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백성들의 용기. 그것을 보여준 영화가 바로 '명량'이다. 별 다섯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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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군의 계략에 의해 누명을 쓴 채 파면 당하고 ‘원균’이 이끄는 수군의 대패로 삼도 수군통제사에 재임명된 직후, 패배감에 사로잡힌 군사를 이끌고 절망의 위기에서 조선을 지켜야 하는 이순신 장군. <명량>은 이순신 장군 생애 가장 고난의 시기와도 같았던 명량대첩 직전의 이야기를 통해 23전 23승의 장수이자 한국 역사를 대표하는 영웅, 그 이면에 있는 이순신의 번민과 고뇌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그려낸다. 육군으로 합류하라는 왕과 조정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지키기 위해 홀로 전쟁을 선택한 신하로서의 갈등,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아들에게 “충이란 백성을 향해야 한다”며 전장으로 나서는 아비의 아픔, 마지막 거북선이 불타 없어지는 걸 보며 오열하는 장수의 슬픔, 죽음을 두려워하는 군사를 이끌기 위해 먼저 목숨을 걸어야 했던 리더로서의 결단과 외로움 등 영웅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이었던 이순신의 처절한 모습은 <명량>의 강렬한 드라마를 관통하며 진한 연민과 감동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330척의 왜군에 맞서 적진의 허를 찌르는 고도의 심리전과 독창적 전술을 발휘하는 전략가로서의 면모,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줄 아는 진정한 리더로서의 위용과 용맹함은 짜릿하고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외로움과 두려움에 포기하지 않고 불가능에 맞서 싸웠던 인간이자, 자신의 목숨보다 백성을 먼저 염려한 충신, 신념과 용기로 승리를 이끈 진정한 리더 이순신 장군을 묵직하면서도 진심 어린 시선으로 담아낸 <명량>은 현시대를 관통하는 공감대와 울림을 전할 것이다. ('다음 영화'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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