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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by 똥이아빠 2015.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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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재미있다. 역사 인물과 이야기를 버무린 팩션 영화. 이덕무와 백동수는 재미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영, 정조 시기는 이야기와 컨텐츠가 풍부한 시대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영화. 많이들 보시길. 별 세 개 반.
영조와 정조가 왕으로 있던 시기를 흔히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한다. 이 두 왕의 시기는 거의 한 세기(1700-1800년)에 걸쳐 집권한 시기였고, 이때는 조선의 내외부 정치경제적 변화가 빠르게 움직이던 때였다.

우리가 역사를 해석할 때, 누구의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글의 탄생'을 두고 세종대왕의 업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시기의 민중의 요구와 시대적 상황에 의해 집권 세력에서 '한글'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개발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무릇 시대적 상황이라는 것은 위에서 일방으로 만들거나 분위기를 조성하기는 어렵다. 물론 조선 건국 초기처럼 집권 세력의 강력한 의지로 인해 불교를 억압하고 유교를 숭상하도록 하는 이데올로기의 변화가 일어날 수는 있지만, 그것 역시 지배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역사에서 일어난 어떤 현상을 놓고 볼 때, 그것이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한글의 탄생'을 두고 누구의 이익이라고 생각할까. 당연히 '한글'은 '언문'으로 민중의 이익에 더 큰 무게를 두게 된다. 따라서 '한글'이 세종대왕의 업적이라고 할 수는 있으나, 그것을 만들도록 추동한 힘은 민중에게 있었다는 해석 역시 정당한 것이다.

이렇듯, 영조와 정조 시대가 르네상스라고 하는 것은, 그 시기가 민중(인민)에게 있어 새로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시기였고, 지배 집단도 민중의 정치, 경제적 발흥에 일정한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던 때였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조선은 1492년, 임진년 전쟁을 전후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즉 임진년 전쟁 전은 조선의 건국과 안정을 이루려는 시기로 약 100년, 즉 2-3세대가 지나면서 체제의 안정을 꾀하던 때였다면, 임진년 전쟁은 지배 세력에 대한 불신과 민중의 역량이 강화되는 시기로 말할 수 있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100년이 지나면서, 양반계급에 의한 인민의 수탈은 점차 도를 넘게 되고, 민중의 불만은 팽배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영조, 정조 시기의 르네상스라고 하는 것도 지배 세력이 체제의 위기를 느껴, 민중과의 힘겨루기에서 일정하게 양보를 한 결과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객관적으로도, 조선의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실학의 영향으로 '실사구시'의 정신이 사회에 퍼지면서, 고루한 유교적 지배이데올로기는 위기를 맞게 된다. 이 영화의 무대가 되는 정조 왕조의 무대인 18세기 후반은 중국과 일본과의 물물교류가 활발하고, 천주학을 비롯해 외래의 종교, 학문, 과학, 기술 등이 하루가 다르게 조선으로 들어오던 때였다.

실존 인물인 이덕무와 백동수는 모두 서자로, 당시 양반의 자식이라도 서자는 대우를 받지 못하던 때였고, 서자들은 양반의 껍데기를 갖고 태어났지만, 벼슬을 할 수 없어 공부를 해도 아무 쓸모가 없던 때였다. 정조 후기에 들어와 서자도 벼슬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이 바뀌어 이덕무도 낮은 벼슬을 하게 되지만, 이 영화는 실존인물을 등장시켰지만 가상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당시로는 매우 귀했던 얼음을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는, 마치 움베르코 에코의 '장미의 이름으로'에서 책 한 권을 두고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루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추리, 액션영화다. 물론 당시 조선의 상황과 비교하면 환타지에 불과하겠지만, 얼음이 매우 귀한 것만은 사실이었고, 얼음을 매점매석하는 벼슬아치와 한양의 장사꾼들의 실랑이는 이때 이미 자본주의의 맹아가 시작되었음을 알게 한다.
이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조선에서 자본주의의 맹아를 발견하게 되는 시기를 어디로 볼 것인가를 두고 경제학자와 역사학자들의 논의는 매우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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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명함은 타고났으나 우의정의 서자요, 잡서적에 빠져 지내던 ‘덕무’(차태현). 얼음 독점권을 차지하려는 좌의정 ‘조명수’에 의해 아버지가 누명을 쓰게 되자 그의 뒤통수를 칠 묘안을 떠올린다. 바로 서빙고의 얼음을 통째로 털겠다는 것! 한때 서빙고를 관리했지만 조명수 일행에 의해 파직당한 ‘동수’(오지호)와 손을 잡은 덕무는 작전에 필요한 조선 제일의 고수들을 찾아 나선다. 

한양 최고의 돈줄 ‘수균’(성동일)을 물주로 잡고, 도굴 전문가 ‘석창’(고창석), 폭탄 제조 전문가 ‘대현’(신정근), 변장술의 달인 ‘재준’(송종호), 총알배송 마차꾼 ‘철주’(김길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불러모은 덕무와 동수. 여기에 동수의 여동생인 잠수전문가 ‘수련’(민효린)과 아이디어 뱅크 ‘정군’(천보근), 유언비어의 원조 ‘난이’(김향기)까지 조선 최고의 ‘꾼’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되고, 3만정의 얼음을 훔치기 위한 본격 작전에 나서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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