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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Mr. Holmes

by 똥이아빠 2015.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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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r. Holmes

국내 미개봉 영화. 노인이 된 셜록 홈즈의 마지막 사건 해결을 좇는다. 별 세 개.
이 영화의 키워드는 양봉, 일본, 여인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관련이 없지만, 또 아주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영화의 편집은 세 이야기를 꼬아 놓아서 복잡한 양상처럼 보인다.
양봉은 홈즈의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 아들과 함께 이야기를 이어간다. 귀한 식물을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간 홈즈는 자신을 초대한 사람이 영국에서 실종된 남자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홈즈는 집으로 돌아와 소설 형식으로 기억에 남는 마지막 사건에 대해 쓰기 시작하는데, 이 원고의 초고를 가정부의 아들(소년)이 읽도록 배려한다.
이야기의 한 축이자 가장 핵심이 되는 홈즈의 마지막 사건은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세 가지 에피소드 가운데 양봉과 관련한 것만이 현재 시점이고, 두 에피소드는 과거의 일이지만, 셋 모두 현재 진행형처럼 묘사되고 있다. 그것은 세 가지의 이야기들이 모두 하나의 결과로 수렴한다는 것을 뜻한다.

50년 전, 홈즈의 사무실에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리고 아내에 대해 조사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시작된 사건은, 사건이랄 것도 없이 허무하게 끝나고 만다. 홈즈는 이 사건을 통해 인간 본성의 수수께끼,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를 깨닫는다. 사건에 대해 성공적인 추론은 했지만 그 의미는 알 수 없었다.
사실, 셜록 홈즈는 그가 맡은 사건을 모두 해결한 완벽한 탐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삶에서 마지막 사건이었던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홈즈는 스스로 자괴감에 빠진다.

그는 고백한다. 평생 외톨이로 살아왔노라고. 이 사건에서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것은 사건의뢰인의 아내인 앤의 심리적 상태다. 사실 이 영화는 홈즈가 앤을 만나면서 사건이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앤의 남편은 자신의 아내와의 결혼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대략적으로 홈즈에게 설명했다. 두 사람은 아이를 갖고 싶은 열망이 강했고 특히 앤은 아이를 갖는 열망이 너무도 강해서 지나칠 정도였다고 했다.
하지만 두 번의 유산 이후 앤의 건강 문제 때문에 더 이상 임신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앤은 취미 생활로 악기 연주를 배우지만 그것도 남편이 그만두도록 한다.

어느 날, 하루 종일 앤의 뒤를 쫓던 홈즈는 공원에서 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사실 앤은 홈즈가 자기 뒤를 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남편의 의뢰 때문이라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겉돈다. 홈즈의 추론은 완벽할 지도 모른다. 앤은 홈즈의 추론에 대해 한 마디도 반론하지 않았다. 그것은 홈즈의 추론이 모두 옳다는 것이거나, 어쩌면 홈즈가 틀렸어도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다는 뜻이 된다.
앤이 떠나고 홈즈는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결국 앤은 자살하고, 홈즈는 자신이 앤에게 큰 잘못을 했다는 걸 깨닫는다. 어쩌면 사건은 처음부터 일어나지도 않았던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은 해결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홈즈의 추론은 완벽했지만, 그것이 곧 사건의 해결은 아니었다. 앤이 놓여 있는 상황, 앤의 심리적 상태를 그의 남편은 물론 홈즈도 간과하고 있었다. 앤은 우울증이 깊어가고 있었고, 그는 임신 초기에 유산한 두 아이에게 여전히 집착하고 있었다. 20세기 초에 정신분석, 심리상담과 같은 분야는 여전히 낮은 단계에 있었고, 우울증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방법은 거의 없었다. 요즘은 약물로 우울증을 개선할 수 있기도 하지만 적어도 심리상담이라도 꾸준히 했다면 앤은 그렇게 안타까운 죽음을 맞지 않았을 것이다.

홈즈는 그의 삶에서 이 사건을 가장 후회한다. 앤이 자살하게 된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자책감도 크다. 그 사건 이후 평생을 마음 속에 담고 살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여전히 홈즈는 앤의 마음을 읽지 못한다. 아마도, 남자들은 모를 것이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것이 가슴 아프다.

* 배경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특히 홈즈와 앤이 대화를 하던 공원에서의 배경음악은 앤의 슬픔을 절절이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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