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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Force Majeure

by 똥이아빠 2015.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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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Force Majeure

불가항력. 이 영화가 코미디 장르였기에 망정이지 진지한 드라마였다면 숨도 쉬기 어려웠을 듯 하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가족, 소통, 남자와 여자로 압축할 수 있겠다. 영화 초기에 발생한 사건(?), 상황을 보면 명백히 남편이자 아빠인 토마스가 잘못했다. 그리고 본인도 그런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담백하게 인정하기는 참 자존심도 상하고, 스스로 많이 부끄럽다.
그런데 아내는 남편의 잘못을 공공연하게 여러 사람 앞에서 떠들고, 잘못을 인정하라고 다그친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고, 감싸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2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도 여전히 남편에 대해 잘 모르는 걸까.
남자와 여자의 생각과 사고방식이 얼마나 많이 다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영화가 유럽 영화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기에는 매우 높은 시민의식과 훌륭한 상식적 행동을 보여주고 있어서, 우리나라처럼 개인주의와 시민의식이 덜 발달한 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배웠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주인공 가족이 프랑스의 알프스 어딘가 스키장이 있는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영화 속 인물들 사이의 긴장감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많이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카메라에 잡히는 겨울 풍경은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작품처럼 아름답다.
심지어 이들이 묵는 리조트의 건물 디자인과 인테리어도 북유럽 스타일의 모던하면서 깔끔한 스타일로 나무를 주재료로 사용한 것이 독특했다. 

스키장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겪게 되는 상황으로 인해 토마스와 에바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고, 이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한다. 대화를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다시 대화를 하고...
결국, 사소한 것 같았던 우발적인 상황이 토마스의 내면을 건드리고,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슬픔으로 터져나온다. 토마스에게도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이다. 토마스 같은 남자는 퍽 훌륭한 남자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극복할 수 없었던 많은 문제들을 이런 일을 겪으면서, 가족 앞에서 솔직하게 털어 놓으며 펑펑 우는 모습은, 진정한 사람만이 보여주는 태도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남성성은 심하게 왜곡되었다. 남자는 참아야 한다, 남자는 울면 안 된다, 남자는 씩씩해야 한다, 남자는... 남자로 규정하는 사회의 통념들은 남자를 심하게 억압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토마스가 말한 것처럼, 자신(남자)도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였다고, 그것을 깨닫기도 어려웠고, 인정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결국 남성성을 강조하는 남성우월주의 사회나 마초이즘,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들이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와 함께 기득권을 행사했지만, 많은 남성들은 여전히 피해자였음을 우리 여성들께서도 알아주셨으면 한다.

토마스의 솔직한 고백과 진정한 모습은 며칠 전 겪었던 섭섭한 감정을 털어내는 계기가 되고, 이들은 다시 행복한 중산층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만일 이 영화가 코미디가 아니고, 진짜 드라마였다면 이런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 있었을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비록 피를 나눈 가족이거나 진정 사랑하는 배우자라 해도 소통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소통은 곧 심장박동과 혈관에 피가 도는 것과 같아서, 멈추는 순간 죽어가기 때문이다. 별 네 개.

늘 일에 쫓기는 남편 토마스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휴가를 즐기기 위해 아내 에바, 딸 베라, 아들 해리와 함께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스키 리조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둘째 날, 그림같이 눈 덮인 야외 리조트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산꼭대기에서 엄청난 양의 눈덩이가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한다. 이것이 진짜 눈사태인지 아닌지 모두 혼란스러워하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식당으로 돌진하는 눈에 에바와 아이들은 공포에 휩싸여 토마스를 찾는다. 

찰나의 순간 토마스는 본능적인 결정을 하게 되고, 그 결정은 한 가정의 가장인 그를 예상치 못한 위기로 몰고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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