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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Enemy

by 똥이아빠 2016.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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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Enemy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도플갱어'가 원작. 드니 뷜뇌브 감독 작품. 드니 뷜뇌브 감독이 만든 작품 가운데서는  내용이나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영화다. 원작 소설이 있긴 하지만, 소설의 내용도 소재가 조금 특이하달뿐, 소재 이외의 이야기는 상투적이다.
자신과 완전히 똑같은 사람을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 사람마다 반응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당연히 의심하고, 반문하고, 고민하고, 무수한 상상을 하게 될 것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똑같이 생겼다는 것은 100억 명의 인구 가운데서도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도시에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면, 이것은 단순히 우연의 일치를 노린 드라마가 아니라 하나의 알레고리로서 작동한다는 것을 뜻한다. 흔히 평행우주론-그것이 옳은 과학이론인지는 일단 차치하고-에서는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다른 우주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인간의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DNA 복제를 통해 똑같은 인간을 반복 생산할 수 있는 기술도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완벽하게 똑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만, 그럴 경우 두 사람이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동등한 인간으로, 서로 다른 인격체를 가진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면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쌍둥이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쌍둥이들은 무수히 많지만, 그것이 전혀 사회적으로 문제되지는 않는 것처럼.
똑같은 사람이라도 생물학적 진화와 출산을 통해 태어난 사람과 유전자 조작으로 '생산'된 클론의 경우라면 이야기를 달라진다.  영화 '아일랜드'가 바로 그런 문제를 다룬 내용이다. 클론은 자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실제로도 인간이 맞지만-그는 대량생산된 복제인간, 클론에 지나지 않는다.
똑같은 사람인데, 누구는 인간이고, 누구는 클론이라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구조를 비판하는 내용을 말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똑같은 인간이지만 누구는 지배계급이고 누구는 피지배계급에 속한다.
그리고 '돈'이라는 수단으로 계급을 나누고 통제한다. 미래의 세계에서는 '돈(화폐)' 대신 '시간'이 곧 계급을 나누는 수단이 된다. 
영화 '인 타임'에서는 시간이 곧 화폐다. 시간을 많이 가진 자는 오래 살 뿐 아니라, 갖고 싶은 것도 마음껏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적은 사람은 시간을 벌기 위해 힘겨운 노동을 해야 하고, 지배계급의 통제에 따라야 한다.
이런 논리를 따라가다보면, 과학기술이 발달한 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을 복제하는 기술이나 이런 기술을 구입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게 되고, 자신의 클론을 많이 보유할수록 지배계급에 가까워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가끔, 내 몸이 몇 개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돈도 벌고, 놀기도 하고, 집안 일도 하고, 하고 싶은 여러 일을 다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들을 맡길 수 있는 또 다른 '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이런 생각이 단지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다고 하면, 그것은 오로지 유전자 복제를 통한 클론의 생산이거나 로보트를 이용하는 것 뿐인데, 로보트가 완벽하게 인간의 역할을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유전자 복제를 통한 클론의 생산이 더 현실적이고 빠르지 않을까.

이 영화에서는 자신과 똑같은 다른 사람을 두고 '적'으로 상정하고 있다. 자신의 쌍둥이나 클론이 결국 자신을 해칠 것이라는 두려움은 인간이 갖고 있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아닐까. 별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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