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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Badlands

by 똥이아빠 2015.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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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Badlands

황무지. 테렌스 맬릭 감독의 데뷔 작품. 1973년에 발표한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로 만들었고, 편집 기간이 2년이나 되는, 그의 스타일을 처음부터 보여준 영화. 주인공 마틴 쉰이나 시씨 스페이식이나 당시로는 무명에 가까운 배우들이었지만, 이 영화를 찍고나서 모두 유명배우로 발돋움한 영화.
미국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싸이코패스라는 말이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 싸이코패스 인물의 전형을 그려낸 영화. 
싸이코패스라고는 해도, 두 주인공은 천진난만하다. 그들에게 살인 행위는 마치 일상처럼 벌어진다. 어린아이들이 순진무구한 상태에서 개미를 밟아 죽이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도 살인이 심각한 범죄행위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텐데, 어떻게 아무런 심리적 충격 없이 살인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환타지 속에서 살아가고 믿고 있었다. 그들에게 현실의 삶은 황량하고 변화가 없는, 지루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답답한 것이었다.
현실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살인을 하지는 않는다. 보통의 경우, 집을 떠나 다른 지역-대부분 큰 도시-으로 가서 새로운 방식의 삶을 살아가려 한다. 두 주인공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으로 인해 그 뒤는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그러고 보면, 주인공들은 타고난 살인자들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던 어리고, 어리석은 젊은이들이었고, 그들은 심지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조차 벗어날 용기를 내지 못한 겁장이들이기도 했다.
주인공 키트가 영화배우 흉내를 내고 다니는 것이나, 홀리가 영화잡지를 열심히 구독하면서 '스타'들의 삶을 동경하는 것은, 그들에게 현실의 삶은 상당히 지루하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을 젊은이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사회의 주류가 어떤 세력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의 경우, 독립 이후 줄곧 자본가들이 세력을 장악하고 있었고, 미국 인민의 삶은 '자본'에 종속되어 왔다. 이것을 잘 모르고 있거나, 의식하지 못한 상태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불행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 수 없게 된다.
즉 '개인적'이라고 생각되는 각종 일탈과 범죄는 사실 '자본주의'라는 항아리에 갇힌 쥐들의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항아리에 쥐를 여러 마리 가둬두면 그들끼리 서로 잡아 먹는 일이 벌어진다.
항아리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모든 쥐들이 협력해야 함에도, 개별화된 쥐들은 그런 생각을 하기 어렵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놓여 있는 체제가 우리를 불행하게 할 때, 우리는 그 체제를 바꿀 수 있지만, 개별화, 파편화된 사람들은 한꺼번에 뭉쳐서 행동하지 못한다.
자본과 권력의 강력한 통제-당근과 채찍-는 개인이 쉽게 저항할 수 없는 압력으로 내리 누른다. 많은 사람들은 체념한 상태에서 체제의 통제를 받아들이고 적응해 살아간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은 그래서 잘못된 말이다. 인간도 절대 다수는 어리석고 멍청한 상태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놓여 있는 사회적 위치를 알 리 없었고, 자신들의 욕망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조차 모르는 무지한 청년들이었고, 항아리를 벗어나지 못한 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바로 테렌스 멜릭 감독이 의도한 것이고, 개인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별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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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다코다의 포트 되프르에 살고 있는 15살의 홀리는 엄마없이, 다른 그 또래의 소년들처럼 물고기와 강아지를 키우고 음악 레슨을 받고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생활하는 평범한 소녀이다. 평범한 생활을 하던 홀리는 영화 잡지 속의 스타들의 생활을 읽으면서 강한 인상을 받는다. 그런 그녀가 키트에 끌리는 것은 당연할 일일 수밖에 없다. 키트는 마치 영화 속의 제임스 딘이 살아나온 것 같은 데 <이유없는 반항>에서 그랬던 것처럼 키트는 흰색 티셔츠에 자켓을 걸치고, 입술에 담배를 반쯤 걸치고는 흔들어 댄다. 홀리는 키트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와 함께 도망다님으로써 자신이 모험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녀는 자동차 뒷자석에서 키트를 애무하고(50년대 영화에는 노골적인 성행위를 볼 수 없다) 그와 함께 황야에 집을 짓고 총을 장전하고 총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여행 중 일어난 모든 일들이 그녀에게 진실로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죽어가는 사람들 조차도 <키트와 홀리의 모험>이라는 이야기 속에서 죽어 넘어지는 영화속의 한 장면일 뿐이다. 한편 키트는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기 위해 벽을 온통 낙서로 장식하는 빈민가의 십대처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또한 법률에 따르는 사람들 가운데 특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기록을 남기는데 사로 잡혀있다. 그는 유명인이 되면 사인을 해주고 생활의 비도덕성까지도 허용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 역사속에 주목받지 못하는 운명이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불행하게도 그는 살인자가 됨으로써 그의 믿음을 성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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