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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Day of Heaven

by 똥이아빠 2015.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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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Day of Heaven

천국의 나날들. 1978년 테렌스 멜릭 감독 작품. 젊은 나이의 리차드 기어와 샘 쉐퍼드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멋진 영화임에 틀림 없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시대적 상황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영화가 가진 힘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하겠다.
스토리만 보면 단순한 줄거리를 갖고 있다. 비교적 평면적인 이야기 구조 속에 미국의 20세기 초를 살아가는 가난한 노동자의 삶을 비극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영화가 보여주는 시대성, 역사성을 잘 구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세기 초의 미국 즉 1900년에서 1930년대까지의 미국 사회를 살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즉 업튼 싱클레어가 쓴 소설 '정글'부터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로 이어지는 일련의 미국 현대 소설들은 당대의 현실을 매우 비판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 시기에 이미 놀라운 판매와 함께 여론을 집중한 베스트셀러였다.

'정글'과 '분노의 포도' 사이에 이 영화의 시대가 있다. '정글'은 시카고 도살장에서 일하는 유르기스는 리투아니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가난한 노동자다. 그는 도살장에서 일하는데, 그가 일하는 도축장의 현실은 생지옥이 따로 없는, 참혹한 환경이다. 그가 받는 임금은 집세를 내기에도 버겁고, 말할 수 없이 더럽고 참혹한 공장 환경을 비롯해 그가 살아가는 환경은 최악이다.
'정글'은 이 시기의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지만 그보다는 주인공 유르기스가 고통스러운 삶에 허덕이는 평범한 노동자에서 각성하는 사회주의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시기에는 미국에서도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상이 노동자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은 30년대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분노의 포도'에서도 조드 일가가 겪는 고통스러운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이 가진 재산을 모두 잃고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은 바로 이 영화와도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또한 '분노의 포도'에서도 당시 미국의 노동자들이 사회주의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의 무대는 텍사스의 농장이다. 대도시인 시카고에서 노동자로 일하던 빌은 공장장과 말다툼을 하다 의도치 않게 살인을 하게 되고, 그의 애인과 여동생을 데리고 도망한 곳이 텍사스의 농장이다. 광활한 농장은 밀을 키우는데, 수확철이 되면 떠돌이 노동자들을 불러 들여 그들을 먹이고 재우면서 밀 수확을 하게 된다.
백여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리고 그 노동자들은 왜 떠돌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이 물음에 답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미국의 자본주의를 들여다 봐야 한다. 20세기가 시작되면서 지금 우리에게 매우 낯익은 이름들-J.P 모건, 록펠러, 카네기, 제이 굴드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미국의 자본주의 역사에서 유명한 자본가들의 이름이며, 지금까지도 미국의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강력한 힘으로 작동하는 지배집단이기도 하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자본주의는 자본과 노동계급의 대립이 매우 격렬하게 맞붙게 되는데, 이에 관한 자세한 기록은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이후출판사)'에서 볼 수 있다. 지금의 미국사회는 거대 자본에 저항하는 세력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순치되어 있는 반면, 20세기 초에는 미국에서도 강력한 노동조합과 사회주의자들의 활약으로 미국노동자들의 계급적 각성은 세계에서도 알아줄 정도로 훌륭했다.
하지만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고 미국의 자본가들은 러시아에서 권력을 장악한 공산주의자들의 영향력이 미국의 노동자 계급으로 전이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폭력적인 방법으로 노동조합을 박살내고 사회주의자들을 살해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도저히 먹고 살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들이 자본(가)을 향해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결국 모든 노동쟁의와 반자본투쟁의 원인은 바로 자본(가)이 만든 것이다. 이것을 마르크스는 '자본의 내적 모순'이라고 정확하게 지적했고, 자본주의가 붕괴되는 것 역시 이러한 내적 모순에 의해서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미국의 자본주의는 지금도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지만, 폭력적인 방법으로 노동운동을 파괴하고 말살시킨 이후, 미국은 제3세계를 통해 착취한 이윤의 일부를 자국의 노동자들에게 분배함으로써 노동계급의 불만을 완화했고, 미국의 노동자들은 순치되었다.

이 영화는 그러한 미국의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공장에서 쫓겨나거나 배제된 노동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게 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빌과 그의 애인 애비, 여동생은 텍사스의 농장에서 밀 수확을 하게 되는데, 그 농장의 주인은 미혼의 젊은 남성으로, 애비를 눈여겨 보게 된다. 빌은 자신의 애인을 여동생이라고 소개하는데, 그들이 애인 사이인 것을 드러내면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 사이에서 오가는 미묘한 감정 싸움은 빌이 애인인 애비를 설득해 농장주와 결혼하라고 권하면서부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빌은 농장주가 병이 있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결국 빌과 애비의 관계를 눈치 챈 농장주(샘 셰퍼드)는 빌과 다투는 와중에 빌에게 살해당한다. 두 번씩이나 사람을 죽인 빌은 도망자가 되어 쫓기다가 결국 경찰관의 총에 맞아 죽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나지만, 겉으로 드러난 빌의 범죄-살인-는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몰린 노동자가 두려움에 저지른 실수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자본주의가 급격하게 발전하던 시기였던 20세기 초는 특히 노동자의 생존 조건이 말할 수 없이 열악했고, 노동자는 그야말로 소모품에 불과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던 때였다. 지금의 미국은 자본주의와 함께 민주주의도 발달한 나라로 인정받고 있지만, 적어도 지금의 상황까지 오는 동안 미국의 프롤레타리아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과 탄압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거의 유일하게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가 그것을 증거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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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시카고 슬럼가 제철소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빌(리차드 기어)은 우발적으로 공장장을 살해하고 여동생(린다 만츠 분)과 애인 애비(브룩 아담스 분)를 데리고 도망친다. 텍사스까지 흘러든 빌 일행은 떠돌이 노동자들과 함께 수확철 밀 농장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빌은 사람들에게 애비를 누이동생이라고 속이고, 이들이 남매인 줄로만 안 젊고 병약한 농장주(샘 셰퍼드 분)는 애비에게 청혼한다. 우연히 농장주와 의사의 대화를 들은 빌은 농장주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욕심에 애비에게 농장주와 결혼하도록 설득한다. 두 사람의 결혼으로 빌 일행은 농장주의 집으로 옮겨가 한적하고 아름다운 농장에서 꿈같은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금방 죽을 거라는 빌의 예상과는 달리 농장주의 병세는 악화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빌과 애비의 관계는 모호해진다. 

한편, 둘의 관계를 눈치챈 농장주는 배신감과 분노를 삭이는 가운데 애비의 마음 속엔 차츰 농장주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싹트게 된다. 이듬해 수확철을 앞두고 거대한 메뚜기떼가 습격하여 밀 농장을 뒤덮고 잘못 던진 불씨로 인해 농장은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가 된다. 이 와중에 빌과 애비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한 농장주는 빌에게 덤벼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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