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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The Tree of Life

by 똥이아빠 2015.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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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Tree of Life

영화는 한 편의 서사시를 이룬다. 유장하고, 거대하며, 인간의 이성과 능력과 한계를 뛰어 넘는 초월적 존재와 그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이 영화는 많이 지루할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충격적인 영상과 스케일로 다른 영화와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하지만 그 단순한 줄거리를 둘러 싼 서사구조는 우주와 지구의 탄생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억겁의 인연을 말하고 있다. 1950년대와 현재를 이어주는 한 가족의 서로 다른 이야기는 달라진 세대를 보여준다. 아버지의 세대와 아들의 세대이며, 과거와 현재이며,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세대이기도 하다.

한 장면, 장면을 마치 작품처럼 찍어가는 테렌스 멜릭 감독의 독특한 개성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아들의 죽음을 전해 듣는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의 장면마져도 아름답다.
이 영화는 1950년대의 모던한 미국 건축물과 현재인 2000년대의 모던한 건축물이 서로 뽐내듯 어울리는 장면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1950년대는 미국에서 모더니즘이 한창 유행하던 시기로, 이때의 건축물들 가운데 유명한 건축가들이 지은 건물이 많다. 지금처럼 획일화된 목조주택이 아닌, 독일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은 모더니즘 건축은 오늘날에도 현대 건축의 역사에서 중요한 시기로 기록되고 있을 정도다.
주인공 잭이 어렸을 때 살았던 집도 꽤 훌륭한 모더니즘 양식으로 지은 건축물이었고, 잭의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의 건물과 내부도 매우 훌륭한 모더니즘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것들은 우연이 아니고 감독의 명확한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의 시간에서 잭은 중년의 성공한 건축가가 되었다. 그가 있는 자리와 그의 배경을 눈여겨 보면, 현대건축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다양한 각도로 잡은 고층빌딩과 모던한 건물들, 역시 모던한 내부의 인테리어 등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모더니즘은 영상미의 하나로도 작동하지만 감독이 추구하는 영화의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영화는 사건을 일찍 보여주고, 새롭게 시작한다. 잭의 동생이 사고로 죽게 되고, 잭의 부모와 아이들은 둘째가 죽기 전의 세계로 돌아가는데, 그 과정에서 영상은 오랜 시간 마치 우주 다큐멘터리와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우주의 시작부터 은하계, 태양계, 지구의 다양한 자연 환경이 웅장하고 장엄하며 위대하고 아름다운 영상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우주의 탄생으로 시작해 지구의 생성과 모든 생명의 근원을 하나의 나무로 상징한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나무. 우리는 그것을 '인생의 나무'라고 부르고, 이 영화의 제목과도 같다.

젊은 부부에게 아기가 태어나고, 그 아기는 존재 자체로 아름답고 완벽하다. 부부는 아이를 귀하게 여기고, 자신의 생명보다 더 소중하게 보듬는다. 아기는 자라고, 자신의 생각을 갖게 되고, 친구를 사귀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려 한다.
아버지는 엄격하고, 어머니는 자애롭지만 아버지의 권위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한다. 아이들은 그런 아버지가 밉고 싫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방식으로 사랑의 표현을 한다. 
잭은 동생의 죽음으로 아버지를 더욱 미워하고, 집을 떠나 건축가로 성공하지만 어릴 때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생을 죽은 것은 분명 사고였지만, 아버지의 엄격함이 동생을 죽인 것으로 생각되곤 한다. 그 집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잭은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아버지를 이해할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니다.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부모는 이제 늙었고 곧 세상을 떠날 것이며, 동생의 죽음으로 생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자신의 삶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잭은 알고 있다. 별 네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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