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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by 똥이아빠 2016.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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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고산자 김정호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실존 인물이고, 그가 '대동여지도'라고 하는, 조선의 위대한 유산을 만든 업적을 샅샅이 밝히고 드러내기에는 김정호에 관한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1804년 생으로 알려졌으니 그리 오래된 인물도 아닌데, 그의 생애가 이렇게 알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조선이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을 정도로 방대한 기록을 남기긴 했으나, 정작 이렇게 중요한 인물에 관한 기록이 없다는 것은, 기록의 편향성, 기록의 계급성을 철저하게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설적으로, 자신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은 고산자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는 오늘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조선지리전도로 남아 있다. 물론 '대동여지도'를 김정호 혼자 만든 것도 아니고, 그 전에 지리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니, 대동여지도의 업적이 김정호 혼자만의 것은 아님은 분명하다.
오늘날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의 제작자로 이름을 날린 것은 일제강점기 시기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어독본'의 영향이다. 이 책에서 최남선은 김정호가 지도제작자이고, 그가 조선 정부의 도움 없이 홀로 전국을 헤매며 지도를 만들었다고 했고,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김정호를 잡아들여 조선의 기밀을 누설했다는 죄로 감옥에 잡아 넣었고, 결국 옥중에서 죽었다는 내용이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 내용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김정호가 백두산을 여덟 번이나 올라가고, 조선 전국을 세 번이나 돌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만, 김정호는 정부 관료의 도움과 지원을 받아 기존에 있었던 다양한 판본의 지도를 통합, 보완, 수정해 당대에서 가장 정교하고 완벽한 지도를 만든 것은 사실이다.
실제의 '대동여지도'는 그 크기-가로3미터, 세로7미터-도 놀랍지만 휴대하기 좋도록 22첩의 목판으로 만들었고, 지도의 세밀함도 매우 뛰어나다. 요즘과 같은 과학적 장비가 없었던 시대에 오로지 사람의 판단만으로 이렇게 완벽한 지도를 만든 역사적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차라리 영화에서 김정호가 지도를 완성하는 과정만을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한다. 영화에서는 김정호가 지도를 만드는 열정은 보여주었지만, 그의 비극적 가족사와 함께 흥선대원군의 등장 등 역사적으로 고증이 틀린 내용을 넣으므로써, 영화의 리얼리티를 오히려 떨어뜨리고, 영화를 '역사 환타지'로 격하하고 말았다.
김정호가 지도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깊이 천착해, 기존 지도와 대동여지도를 비교하고, 지도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를-이 영화에서도 그런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보다 역사적인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도 기록은 남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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