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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

by 똥이아빠 2016.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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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씽:사라진 여자


이 영화를 '여성주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만든 중요한 사람들-시나리오, 감독, 주연배우-이 여성이라는 점, 영화에서 말하고픈 이야기도 '모성애'와 관련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를 '여성주의' 영화라고 해도 지나치진 않을 것이다. 또한 영화에서 남성의 존재는 매우 희미하거나 의미 없는 경우가 많아서, 이 영화는 여성의 삶, 특히 어린 아이를 둔 엄마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데, 우리는 그것을 '모성애'라고 말한다.
'여성주의' 영화와 '모성애'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동질성을 가질 수 있을까부터 생각해 볼 내용이다. 여성이 만들고, 등장하고, 주제로 작동한다고 해도 '여성주의' 영화라고 할 수 없는 영화들은 많다. 극단적으로 '여성 포르노'를 우리는 '여성주의' 영화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모성애를 주제로 만든 영화라서 '여성주의' 영화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는, 모성=여성이 아니기 때문이고, 핵심은 영화에서 우리사회의 젠더구조적 모순을 여실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영화는 여성과 엄마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영화가 말하고 있는 것은 낮은 차원의 '본능적 모성'에 불과하다. 영화는 비극적이고 아픔을 느끼지만 그것이 오로지 '엄마'이기 때문에 감당하고 벌어져야 하는 일인가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영화에서 주인공 여성들은 남성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이혼을 하거나, 남편의 폭력 때문에 도망을 나왔거나. 그리고 그들은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고, 육아는 오로지 엄마인 여성 혼자만의 몫으로 남겨진 상태다. 자신의 아이 양육권을 뺐기지 않으려는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이 '모성'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남편이 의사이고, 시어머니가 젊고 건강한데, 주인공은 자신의 생활조차도 꾸리지 못하면서 끝내 아이의 양육권에 집착한다. 그 집착을 '모성'이라는 애매한 감성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 명의 여성은 외국에서 태어나-아마도 조선족 동포로 보인다-한국남자와 결혼한 여성으로, 남편과 시어머니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를 낳고, 그 아이에게 심하게 집착한다. 마음 둘 곳이 없어 아이에게 집착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두 여성 모두 자식에게 집착하는 것을 '모성애'로 생각하고, 자기연민에 빠져드는 오류를 저지른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겪는 비극적 상황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엮어가고 있는데, 주변인, 특히 남성들의 역할은 거의 존재도 의미도 없이 그려지고 있다. 이 말은, 여성의 비극을 부각하기 위해 남성들의 폭력과 가부장적 사회구조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이 고통을 당하는 이유의 가장 큰 원인은 당연히 남성지배구조 때문이고, 가부장적 사회구조와 남성우월주의로 인한 폭력에서 발생하는 것을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가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두 여자 주인공의 비극적 결말은 남성(주의) 폭력과는 별개인 것처럼 그려지고 있고, 그 결과의 책임도 오로지 여성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가 을의 입장이고, 그들이 놓여 있는 사회적 위치 역시 '을 중에 을'일 정도로 열악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여성성과 여성의 사회적 존재가 심하게 억압당하고 있다는 것을 영화에서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지만, 남성들이 배재된 상태에서 여성들의 억압적 상황이 극적으로 드러나거나 표현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스릴러 형식을 빌려 여성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성과 공감을 드러내려 했다는 것은 알아볼 수 있겠다. 두 배우의 연기도 훌륭하고, 연출 의도도 좋았지만, 남성 관객의 입장에서는 마치 배경이 없는 영화를 본 듯 하다. 물론 영화에서 남성들은 대개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어서 여성이 당하고 있는 고통의 근원을 유추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성'을 강조하려던 것이 오히려 이야기의 현실성을 떨어뜨린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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