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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국내여행을 하다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2017에 다녀와서

by 똥이아빠 2017.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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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2017에 다녀와서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모두 14명의 강사의 강연을 들었다. 올 겨울 들어 서울도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추위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강연을 듣기 위해 모였고, 우리 가족도 이틀 연속 서울 나들이를 했다.

사실, 이 강연의 핵심은 리처드 도킨스였다. 물론 다른 강사들도 한국에서는 널리 알려진 분들이 많지만, 리처드 도킨스는 이번에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고 했다. 존경하는 리처드 도킨스를 가까이서 보고, 그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을 듯 해서 기꺼이 이틀의 강연을 모두 듣기로 했다.

강사와 주제, 강의 시간은 아래 표와 같다.


첫날 아침, 집에서 9시에 출발해 세종대학교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였다. 입구에 티켓 부스가 있었고, 이미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날씨가 추웠고 영하 8도쯤 되었다. 우리도 줄을 따라 섰는데, 줄을 서서 거의 30분 가까이 지나서야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시간에도 우리 뒤쪽으로 줄을 서는 사람들은 더 늘어났고, 11시 시작에 맞추기는 어려워 보였다.

관객을 아침부터 추위에 떨게 하고, 이렇다 할 대책도 세우지 않은 주최측에 화가 났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항의하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결국 시작 시간인 11시에서 20분을 넘겨 강연이 시작되었고, 이 행사를 주관한 '마이크임팩트'라는 회사의 대표라는 사람이 나와서 사과를 했다.

강사들의 강의 사이에 강사를 소개하고, 이 행사를 안내하는 사회자가 바로 '마이크임팩트'의 대표라는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큰 행사를 주관하는 회사의 대표치고는 나이가 젊어보였고, 말하는 태도나 내용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차라리 전문 사회자나 어느 정도 이름있는 사람을 사회자로 내세우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다.

 

이 강의는 처음에 경희대학교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나중에 장소가 바뀌었다. 세종대학교 강당에서 열렸는데, 수용인원이 경희대 강당보다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을 들었다. 즉, 처음 계획보다 인원이 적어서 장소를 바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메모한 것을 아래에 적어본다. 나의 주관적 기록이므로 강사의 강의 내용과 다를 수 있다.

1강 : 최진석 교수(서강대 철학과) : 왜 배우는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배운다. 삶의 모든 과정이 배움이다. 생존을 위해 배우고, 배움이 커질수록 생활의 질과 양이 높아진다.

배움은 내가 자유롭기 위해 필요하다. 배울수록 자기주도권이 커져서 생존력이 증가하고 자유로워진다. 배우지 못하면 종속적인 삶을 살게 된다.

최초의 배움은 '구분하기'였다. 구분을 통해 생존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것이 경험으로 발전해 인류의 지식시스템으로 전승되었다. 개인의 생존 뿐 아니라 집단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지식의 공유는 필요했다.

배움이란 지식을 통해 내면의 영역을 확장해서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 위한 것이다. 문명사회의 모든 지식은 기존에 존재했던 문제를 해결한 결과이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발견하는 사람은 윤리적이고 도덕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지식은 윤리적이고 공적이다. 기존의 지식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정답'을 찾으려고 한다. '앎'은 과거지향적이다. 기존의 앎을 바탕으로 모르는 것으로 넘어가는 발버둥치기가 중요하다.

모르는 영역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떨치고 지적 영토를 확장하는 것은 용기이며 모험이다. 모든 지적 활동은 도전이다.


2강 : 정재승 교수 : 왜 미신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

인류는 겁장이의 후손이다. 미신을 믿는 것은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는 불안감에서 시작한다. 

확률과 통계의 눈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능력, 과학적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전에 두 개의 강의를 듣고 점심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왔다. 세종대 근처에 있는 서브웨이 샌드위치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서브웨이 샌드위치

첫날 점심은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었다. 미국에서 먹었던 경험으로, 샌드위치가 비교적 맛있다는 평가에 기대어, 그리고 빠른 시간에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주문해서 먹었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샌드위치 안에 들어가는 내용물을 주문하는 사람이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자 장점인데, 미국에서는 이 과정이 더 복잡해서 영어를 잘 못하면 주문하기가 어렵다. 물론 미국에서 주문할 때도 샌드위치 번호를 입력하면, '전부 넣어주세요'라고 말하면 되긴 하지만, 세세하게 주문하기는 어렵다.
자기의 기호에 맞게 먹으려면 미국에서는 영어를 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자유로우니 그게 재미있다. 샌드위치와 샐러드, 음료수까지 주문해서 먹었다. 사람들이 많고 시간이 촉박해서 조금 급하게 먹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오후의 강연에서 은희경&신영철과 김경철의 강연은 거의 내용이 없어서 조금 졸았다.

5강 : 오찬호(사회학자) : 우리는 각자도생의 삶을 벗어날 수 있는가

연대를 못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암울한 사회를 암울하다고 말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좋은 사회란 '대단한 결심' 없이 평범하게 살아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보장되는 사회를 말한다.

경쟁의 심화, 금기의 확대, 더 폭력적, 허세적, 과잉과 위축의 확대, 불안의 확대, 그럴수록 연대의 필요성은 커진다.


6강 : 조국 교수 : 대한민국의 재화는 정의롭게 분배되고 있는가

재화는 돈 뿐 아니라 지위, 영향력 등을 말한다. 한국은 재봉건화의 사회로 변하고 있으며 세습 자본주의 체제로 나아가고 있다.

정의는 사회제도의 제1덕목이다. 용이 아니어도 살만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7강 : 이어령 교수 : 언어의 힘으로 내일을 바꿀 수 있는가

표현의 다름이 사람의 태도를 바꾸게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말이다.

말의 중요성, 말은 '문화유전자'다. 한국말의 다양성과 우리 말의 생존이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푸챠오

첫날 강의가 끝나고 저녁. 서울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하남에 있는 단골 중국음식점 푸챠오에 들러 저녁 식사를 했다. 푸챠오 사장님하고는 우리 동네에서 중국음식점 '팔선생'을 할 때부터 알고 지내니 10년이 넘었다.
문호리에 있을 때는 자주 갔는데, 하남으로 옮기고 나서는 그리 자주 가지 못하고 있다. 어제도 퍽 오랜만에 간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 꿔바로우하고 동파육을 주문하고, 각자 볶음밥, 짜장면, 딴푸면을 주문했다. 중국음식은 푸짐하게 먹어야 맛있다. 맛있게 먹고 나니 사장님이 직접 내린 커피를 주셨다. 커피도 맛있게 마시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돌아왔다.

강연 둘쨋날. 아침에 도착해 세종대학 학생회관 분식집에서 먹은 음식.

떡볶이 세트

세종대학교 학생회관 안에 있는 분식집에서 먹은 떡볶이 세트. 떡볶이, 튀김, 순대가 나왔는데, 분식으로는 먹을만 했다. 아침으로는 양이 조금 많은 듯 했는데도 둘이 다 먹었다.
공간은 좁은데 사람은 많았다. 어느 여성께서 조금 넓은 자리를 우리에게 양보해 주셔서 고맙게 인사하고 앉았다. 좋은 분들에게 배려를 받는 것은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나도 기회가 되면 다른 분에게 그런 배려를 해드릴테다.


1강 : 이수정 교수(범죄심리학) : 무엇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만드는가. 인간은 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가.

범죄원인론 설명. 고전주의는 오류. 실증주의, 베카리아의 이론
실증주의-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원인론
사회학적 원인-물리적인 도시 환경, 공동화, 슬럼화, 공동체 해체
심리학적 원인-소외감, 경쟁, 욕망의 충족
맹자의 성선설, 순자의 성악설, 프로이트의 이론
사회생물학-DNA로 환원-뇌로 귀결-뇌과학
에드워드 윌슨-본성은 선악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즉 성선설과 성악설의 이론은 잘못된 것이다.
뇌과학의 발달로 예비범죄자의 뇌구조를 미리 알 수 있고, 뇌의 활성화는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의 교육, 사회(학교를 비롯한 공조직)화 과정을 통해 자율적인 통제가 가능해지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다. 어릴 때의 환경 때문이거나 천성적으로 타고나는 경우도 있다.
자율 통제가 불가능하면 타율 통제를 통해서라도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2강 : 김진명 소설가 : 어떤 힘을 기를 것인가

외면의 힘-현실, 돈, 권력, 외모. 외면의 힘을 키우다보면 자기 자신을 잃게 되는 치명적 결함이 있다.
내면의 힘-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진다. 교육이 해결하지 못한다.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라멘

점심. 어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기 전에 바로 옆에 있는 이 라멘집을 봤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샌드위치를 선택했다. 오늘은 라멘집에 들어갔는데,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일본 라멘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물론 국물 베이스는 몇 가지로 비슷하지만 그 위에 올라가는 토핑이 다양하고, 면이 다르기 때문에 종류가 기하급수로 많아지게 되었다.
나는 베트남쌀국수를 더 좋아하지만, 일본 라멘도 퍽 좋아한다. 라멘에는 한국의 면요리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이 있다.
오늘 먹은 라멘도 국물이 진하고 구수해서 먹을만 했다.


3강 : 강신주(철학자) : 죽음에 미소지을 수 있는가


가장 큰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 폭주하는 기관차. 미래는 더 나빠질 수 있다.

죽음에 전전긍긍하지 마라. 꽃은 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지 못할 것을 걱정한다.

고개 돌리지 말고 죽음에 직면하라. 살아 있으니까 죽는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죽음을 스스로 감당하라.


4강 : 하지현(정신과의사) : 불안은 사라질 수 있는가


불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은 당연한 기제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반응이다.

우울은 과거의 시간을 반추하는 것이고, 불안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며, 공포는 구체적인 대상이 있고, 짜증은 불안과 우울의 상태에서 건드릴 때 반응하는 것이다.

비교, 부러움, 경쟁심은 불안의 원천이다. 짜증은 이제 그만하라는 신호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인식하고 통제하면서 살아야 한다.


5강 : 송호근(사회학자) : 우리는 시민인가


사회는 이타적 유전자가 필요하다. 동류의식, 공감, 공명

광화문 광장은 정치적 공간이다. 유림의 공론 장소

교양시민-비판의식이 있는 시민. 

교양시민+경제시민=자유민주주의의 쌍두마차

시민정치-대의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을 때 시작한다.

인지적 시민성은 높지만 참여적 시민성은 낮다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민회'의 구성이 필요하다.


6강 : 전우용(역사학자) : 인간은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람이 동물과 이별한 때는 인류에게 추상적 관념이 발생한 다음부터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신-인간과 동물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척도

7강 : 리처드 도킨스 : 진화는 어떻게 예측 가능한가?

리처드 도킨스의 강연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의 이론은 이미 한국에 번역된 그의 책을 모두 읽었기 때문에 알고 있는 내용이었으므로, 그의 모습과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특별한 시간이었다.

인류의 멸종은 확실하다는 그의 전제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그가 바라보는 진화의 관점 역시 신뢰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한국에 처음 온 것이어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물론 이 날의 강연 이전에 이미 다른 곳에서 강연을 했고, 또 이 강연 이후에도 고려대학교에서 강연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자이자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를 열렬히 반기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책을 읽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잔치국수

이틀의 행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호리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이어서 식당들이 일찍 문을 닫았다. 8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도 이 동네는 이미 한밤중이다.
버스종점 앞에 있는 국수집엘 갔더니 막 문을 닫으려는 참이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괜찮다고 하셔서 우리는 잔치국수와 비빔국수와 주먹밥과 못난이 김밥을 주문했다.
소박한 국수로 저녁식사를 했지만, 이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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