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01
2016/12/15(목)-비행기

약간의 두통. 눈 내린 마당과 소나무 가지에 핀 흰꽃이 만발한 겨울날,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한국의하늘을 날아 태평양의 섬으로 가고 있다. 여행용 가방에 짐을 싸면서 비로소 여행을 떠난다는 실감이 나고, 공항에 도착해 짐을 부치고 비행기표를 받아들자 저 먼 곳, 이국의 땅이 비로소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실감이 든다.
사람들 틈에 줄을 서서 몇 군데 관문을 통과하며 이 땅을 떠나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가를 실감한다. 살고 있던 집과 도든 것들, 이웃과 사람들을 두고 떠나는 것은 단지 다른 나라로 떠나는 것만이 아니라 죽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한다.
남기고 떠나는 것은, 오로지 떠나는 자의 몫이다. 남기는 것들이 떠난 자에게 의미 없듯, 가지고 있는 것들 역시 대단한 것이 없음을 떠나고서야 알게 된다.

비행기 창으로 보이는 지상의 불빛들은 아름답지만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갈 때는 내딛는 발걸음마다 고행이다. 삶이 한땀한땀 시간의 공백을 메워가는 것이라면 나는 삶을 핍진하게 살아왔는지 반문하게 된다.

비행기가 밤 늦게 출발해서, 공항주차장에 차를 세운 것은 저녁 때였다. 장기주차장에 차가 빈 자리 없이 들어차 있어서 차를 세우는 일도 만만찮다. 날씨는 추웠고, 찬바람에 몸을 움츠렸다. 장기주차장을 돌아다니는 셔틀 버스를 타고 출국장으로 갔다.

3층 출국장. 우리가 탈 비행기는 하와이 국적기로 한국 국적기보다 비행기삯이 많이 싸다. 12월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마침 할인하고 있어서 그리 비싸지 않게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다.

화물로 보내야 할 짐을 먼저 부치고, 비행기 표를 발급 받은 다음, 빠뜨리지 말고 해야 할 일이 휴대전화의 로밍서비스와 환전이다.

여기에 여행자보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들어두는 것이 좋다. 

입국 절차도 까다롭고, 시간도 생각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에, 조금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입국심사대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짐과 사람 모두 무사히 통과하면 다행이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입국심사대로 가기 전에 여권과 비행기표를 확인하고, 비행기에 가지고 타는 배낭 안에 금지물품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일도 필요하다.

늦은 밤, 비행기에서 출발을 기다리며 찍은 공항의 한 장면. 멀리 떠난다는 것은 설레임과 함께 불안도 동시에 안고 떠나는 것이다.

미지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는 그 먼 곳의 목적지는 여전히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장소일 수밖에 없고, 경험하지 못한 시간과 공간으로 들어가는 호기심과 불안감이 뒤섞인 묘한 감정 상태가 된다.

비행기 안에서 먹은 첫 기내식. 예전에는 메뉴가 두 가지 였는데, 이번에는 메뉴가 한 가지여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차라리 이렇게 한 가지 메뉴로 나오는 것이 편하긴 하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이유에서였는지, 메뉴는 쌀밥과 불고기, 고추장 등이 나왔다.

한국에서 하와이로 가는 비행기는 바람이 뒤에서 불기 때문에 비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비행시간은 약 9시간 정도인데, 이 정도 시간은 미리 휴대전화에 내려받은 '파파이스' 3편을 다 보고, 화장실에 두 번 다녀오고, 기내식 먹고 하다보니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하와이에 살고 있는 처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몇 년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이다. 처제는 변함없이 밝고 건강한 모습이다.

공항에 내리니 훈훈한 바람이 불었다. 무덥지는 않았지만 바람은 약간 더웠고, 온도가 우리나라의 초여름처럼 느껴졌다.

하와이+1
떠나온 집의 온도가 영하14도까지 내려갔다고 이웃의 페이스북이 알린다. 겨우 몸 하나 웅크리고 앉아야 하는 비행기 좌석에서 9시간 동안 화장실 한 번 안 가고 버티며 규격화된 기내식을 의무적으로 먹으며 겨우 하와이에 도착했다.
그래도 비행기 타고 바다를 건너는 일을 아무나 할 수 있느냐고 한다면 요즘은 오히려 외국 나가지 않은사람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되지 않았을까 반문해 본다.
태평양 한 가운데 섬에 내리니 후텁지근한 공기가 몸을 휘감는다. 몇 시간의 비행으로 한겨울에서 한여름으로 시공간을 뛰어넘었다. 햇살은 뜨겁지만 그늘의 바람은 선선하다. 복잡한 입국수속을 끝내고 이곳에 살고 있는 가족을 만났다. 오랜만의 상봉이다.
오후1시 도착.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로수다. 아름답게 구부러진 가지와 파란 잎사귀가 그 자체로 한폭의 예술품이다. 시내는 높은 빌딩들이 불쑥불쑥 솟아있고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낮게 엎드려 있다. 뭉게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은 파랗고, 이국의 풍경은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은 초행이다.

말설고 물선 낯선 풍경은 신기하고 경이롭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같은 시공간에서 얼마나 다양하고 놀라운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지를 새삼 느낀다.

마침 점심 때여서 지역 주민들이 드나드는 허름한 식당(리키리키 드라이브 인)에 들러 간단한 식사를 했다. 샌드위치를 주문하자 한국에서보다 두 배는 될만한 푸짐한 샌드위치가 나왔다. 미국의 음식점은 양이 많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적게 달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위장이 늘어나는 것을 느끼며 접시를 비우고 처제의 아파트로 들어와 커피를 마셨다. 

우리는 저녁을 어떻게 먹을까 의논하다, 먼저 창고형 매장에 들러 마실 물과 몇 가지 물건을 산 다음 한국 식재료를 파는 마트로 갔다. 이곳에서 쇠고기도 샀는데, 쇠고기 값이 무척 싼 것이 부러웠다. 한국과 비교하면 1/3에 불과한 가격이었다.

짐을 부리고, 아파트에서 보이는 풍경에 감탄하며 오랜만에 만나는 즐거운 회포를 풀고 오후에 시내에서 쇼핑을 했다. 창고형 매장(샘스 클럽)은 눈이 휘둥그래지는 곳인데, 물건의 다양함과 거대한 물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에도 미국식 창고형 매장이 있고,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대량구매에 익숙하긴 하지만, 핵가족과 1인 가족이 대세인 사회에서 대량소비를 자극하는 창고형 매장이 어떤 의미인지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한국에서 먹었던 것보다는 하와이에 사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그대로 먹고 싶었지만, 첫날은 간단하게 먹기로 하고 일단 된장찌개를 준비하러 갔다. 한국 식품을 파는 매장(키오모쿠)에 들러 음식 재료를 구입하고 집에 돌아와 된장찌개를 만들고, 고기를 구웠다. 미국에서의 첫날 저녁이 한식이 된 것은 자의반 타의반 우연이지만, 이국땅에서 먹는 우리 음식은 여전히 맛있다. 쇠고기 스테이크와 된장찌개.

하와이에는 한국 식재료를 취급하는 마트가 여러 곳에 있었다. 또한 일본 식재료를 취급하는 대형 마트도 있었다.

하와이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아시아 사람들의 비율이 꽤 높았다. 오히려 백인들이나 흑인들이 소수자였고, 아시아 사람들의 비율이 다수여서 의외였다.

첫날 저녁 식사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다. 쇠고기 스테이크와 밥, 된장찌개 등이었는데, 역시 이 정도 밥상이면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았다.

처제가 사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 본 호놀룰루의 야경. 앞에 흐르는 강은 강이 아니고 '아이아와이 운하'다. 구글 지도에는 '에이러와이 운하'라고 표기되어 있다. 밤이 되고 빌딩에 불이 켜지자 낮에 보던 풍경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하와이의 야경은 퍽 아름답다. 물론 이런 야경은 호놀룰루 시내 일부에 국한되는 장면이다. 


오늘 하루 움직인 행적을 보여주는 구글 지도. 이 지도에서 보이는 거리가 무려 8,000km가 넘는다.

멀고 먼 길을 비행기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세상에 산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 한 겨울에서 훌쩍 한 여름으로 뛰어 넘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첫날은 밤에 출발해서 오후에 도착해 별 다른 일정이 없었다.

Posted by 똥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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