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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일본영화

[영화]신 고질라

by 똥이아빠 2017.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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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신 고질라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를 만든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대개 실패했다. 이 영화는 그나마 흥행에 성공했지만, 그럼에도 완성도는 많이 떨어진다. 완성도가 낮은 이유가 제작비 때문인지, 아니면 일본의 전통인 특촬물의 특징을 살리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헐리우드의 컴퓨터 그래픽과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민망한 수준이다.

영화의 형식은 말할 것도 없이 형편 없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꽤 중요한 내용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건 이후 핵문제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폭탄을 직접 맞아본 나라이기도 하다. 1945년 이후 일본은 핵폭탄과 지진이 사회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데, 그런 일본의 의식을 반영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바다에 핵폐기물을 내다 버리고, 핵폐기물을 먹고 자란 생명체가 진화하면서 거대한 생명체로 나타난다는 설정은, 핵의 공포를 '괴물'로 표현했을 뿐, 일본인들이 핵에 대해 느끼고 있는 공포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핵 폐기물을 먹고 사는 괴물이 바다에서 나오는데, 처음에는 용암이 분출하고, 땅이 흔들린다. 이것은 지진이 일어날 때의 조짐과 같은 것이어서, 일본이 지진을 몹시 두려워하고 있음을 또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고질라가 등장하자 자위대를 동원해 방사능 물질로 범벅이 된 고질라가 도쿄로 진행하는 것을 막으려 하지만 실패한다. 결국 미군이 개입하고, 미군의 공격으로 고질라의 진행 방향을 바꾸게 되는데, 일본에게 있어 미군(미국)은 제국주의 일본을 패망시킨 적군이기도 하지만, 마치 후견인처럼 든든한 배경이 된다는 이중의 심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일본 전체가 인지부조화 상태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고질라의 등장은, 인류가 만든 핵물질이 결국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아포칼립스의 은유이기도 하다. 인류는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멸종에 이르게 될텐데, 그것이 오로지 외부의 충격에 의한 자연적 현상일지, 아니면 인류의 내부에서 시작한 인위적이고 의도적인 멸종이냐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라면 전세계에 수 백, 수 천발의 핵폭탄이 이미 존재하고, 전쟁의 위협은 항상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핵전쟁이 발생해 인류가 절멸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긴 하다.

또한 고질라는 핵폐기물과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발생한 돌연변이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지금 후쿠시마 근처에서 발견되는 모든 돌연변이 생물들은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물질로 인해 발생한 것이므로, 그 책임은 오로지 인간들이 짊어져야 한다. 고질라와 같은 거대 괴수가 등장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고, 크고 작은 돌연변이들이 자연에서 발생해 인류에게 역습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충격을 받지 않으려면 인류가 먼저 핵과 관련된 모든 물질을 안전하게 폐기해야 하지만, 인류-극소수의 인류-는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핵을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까지 죽음의 나락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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