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이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지만, '다크 나이트'를 보고 나서 받았던 충격과 감동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나처럼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 오른 내용은 '연출은 과잉, 결과는 소박'하다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평소에 완벽하기로 유명한 작곡가 한스 짐머의 음악도 정도가 지나치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엔딩 타이틀에서 이 영화가 '과잉과 소박'한 이유를 알았는데,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혼자 시나리오를 쓴 것으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동안 놀란 감독이 만든 영화들은 거의 2시간이 훌쩍 넘어 2시간 30분이 넘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불과 100분 정도에 불과한 시간이다. 게다가 40만 명의 군인을 철수하는 작전인데, 정작 화면에 나오는 것은 해변에 몰려 있는 군인들을 제외하면 배에 탄 군인들, 영국 전투기 세 대, 해군에 징발되어 군인들을 실으러 가는 작은 민간 요트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 등으로 규모가 매우 적고, 소박하다.
자칫, 냉정한 관객이라면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영화의 규모는 광고나 예고편에 비해 형편 없어 보인다. 게다가 적군인 독일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40만 명이 모여 있는데 적군의 공격-전투기와 포격-으로 사상자가 나오긴 하지만 극히 적다. 독일군이 뭔가 심각하게 멍청하거나 전술 착오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영국군과 프랑스군 대부분이 안전하게 본국으로 돌아가는데, 이 와중에서 발생한 격렬한 전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놀란 감독은 세 부분의 에피소드를 짜집기해 교차 편집으로 극적 구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교차 편집은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이야기를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대규모 전투나 전쟁 특유의 사투 장면이 없어서 영화를 보는 재미가 적다. 물론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가능한 실제 상황을 완벽하게 재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므로 사실성을 높인 연출을 한 것으로는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놀란 감독의 명성이 거품이 아니라는 것을 영화는 뒷부분으로 가면서 보여준다. 극적 긴장감과 감동의 순간들이 나타난다.
전쟁의 비극적 순간과 감동의 장면들은 필연이다. 상황이 장면을 만드는 것은, '난세가 영웅을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군인들은 필연적으로 비극적 영웅으로 아이콘화 되고, 국가는 그런 군인들을 상징 조작으로 이용한다. 처칠의 연설은 영국이 당하고 있는 전쟁의 불리함을 애국심으로 바꾸는 효과를 나타내도록 만든다.
연료가 떨어진 상태에서 적기를 격추하고 프로펠러가 멈춘 채 해변에 내려 앉는 영국 전투기 조종사의 결연한 태도는 독일군에 체포되는 장면에서 애국심을 들끓게 만든다. 전투함이 독일군의 포탄에 가라앉는 상황에서, 해변에 있는 40만 명의 군인을 실어나르기 위해 민간인 배가 징발되고, 이들이 석양을 뒤로 하며 바닷가에 나타나는 장면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전쟁영화라고 말하기 보다는, 전쟁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감동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 있는 극한 상황은 인간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만들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극적인 상황은 인간을 추하게도, 악하게도, 영웅으로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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