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마인

by 똥이아빠 2017. 6. 29.


[영화] 마인

전투영화로 알고 봤다면 낭패. 이라크인지 이란인지 알 수 없는 사막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두 명의 미군 병사는 주어진 임무에 실패하고 사막을 건너 도망가야 한다. 모래 폭풍을 만나고, 작열하는 햇볕 아래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탈출을 하다 한 명은 지뢰를 밟고 죽고, 주인공도 지뢰를 밟은 상태로 멈춰 선다. 미군 부대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사흘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 하는데, 낮에는 뜨거운 햇볕, 밤에는 추운 기온과 들개들의 습격에 견디면 한쪽 발을 떼지 못한 채 구출해 줄 부대를 기다려야 한다.

한국에서는 이미 코미디의 소재로 잘 알려진 내용이기도 하다. 짧은 코미디로 충분할 내용으르 90분씩이나 끌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뢰를 밟은 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주인공의 몸부림은 안쓰럽고 애처럽다. 그는 갈증과 환상에 시달리며 구출 부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그 긴 시간 동안 고향에 두고 온 애인 생각, 부모 생각을 한다. 과거의 시간에 벌어졌던 많은 오해와 반목과 갈등의 시간을 되새기고 반성한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의 씻을 수 없는 갈등의 상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 죽음을 앞둔 주인공의 눈앞에는 마치 실제처럼 그 모든 장면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1인극 영화는 연극 무대와 같다. 연극 무대에서 혼자 독백을 하는 장면을 영화로 찍는 것과 같다. 아주 적은 예산으로 만들 수 있는 영화이고, 좁은 무대에서 최소한의 장치만으로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1인극 영화는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신선한 아이디어는 예산보다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지뢰를 밟았다는 것 자체는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미 말했듯 한국에서는 예능 프로에서 이미 코미디 소재로 써먹은 내용이기 때문에 전혀 신선하지 않다. 지뢰를 밟고 난 이후가 중요한데, 그 이후의 장면들 역시 신선함보다는 오히려 철학적으로 접근했다. 죽음을 앞둔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현실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존재론적 의미를 다루는 영화이고,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 '나'를 비롯한 인간의 존재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어 깊이 있게 들여다 보면 의미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지뢰를 밟고 서 있는 인간의 존재는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어 스스로 고립되어 있는 주인공의 실존을 드러내는 장치다.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에게 마을 주민이 찾아와 물을 주고, 발을 떼어 놓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 주민의 말을 믿지 못하고 끝까지 그 자리에 서 있는데, 철학적으로 해석하자면, 물을 가져다 준 마을 주민은 현자, 스승, 지혜와 같은 존재다. 그의 말을 듣지 않는 주인공은 어리석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중을 상징한다. 결국 주인공은 미몽에서 깨어나지만, 자신의 어리석음을 뒤늦게 깨닫고 나서야 '그 자리에서 벗어나라'는 말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더라도 이 영화는 소재가 빈약하고, 주인공 혼자 영화 전체를 끌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또한 복선도 없고, 클라이막스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 이야기의 흥미를 오래 끌고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영화를 보다 > 미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조디악  (0) 2017.07.25
[영화] 47미터  (0) 2017.07.24
[영화] 덩케르크  (0) 2017.07.21
[영화] 에일리언 커버넌트  (0) 2017.07.10
[영화] Dark City  (0) 2017.07.02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  (0) 2017.06.23
[영화]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0) 2017.06.18
[영화] The Village  (0) 2017.06.18
[영화] Snitch  (0) 2017.06.18
[영화] To Rome with Love  (0) 2017.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