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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by 똥이아빠 2017.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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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프란체스카가 죽을 때까지 말하지 않은 비밀을 자식들이 알게 되었을 때,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결국은 고백해야 했을 때, 프란체스카는 후회가 아닌, 삶의 한 과정을 정리한다는 의미가 있었으리라.
로버트가 다시 찾아온 그날, 빨간 신호등 앞에 멈춘 그때, 남편의 차문을 열고 로버트의 차로 뛰어 갔다면, 어땠을까, 더 행복했을까.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결혼하자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다는 말은 사실일지 모른다. 하지만, 함께 살을 맞대고 살아가다보면, 사랑보다 더 진한 '정'이 생기게 된다. 사랑처럼 뜨겁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애틋함과 연민으로 이어지는 감정은 사랑보다 더 깊고 질기다.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한 눈에 반한 사랑'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사랑이 어느 한 순간, 짧은 기간의 연애를 넘어 오랜 시간 함께 하며 서로를 고양시킬 수 있는 감정이라면, 이 영화처럼 '짧은 순간'을 다룬 이야기는 여운과 애틋함을 느낄 수 있는 삶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그 짧은 순간을 평생 마음에 담아두었던 프란체스카.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이민 와 산골 마을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그녀에게 짧지만 강렬했던 경험은 쉽게 잊을 수 없었으리라.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듯이, 유부녀 프란체스카의 외도는 '첫 눈에 반한 남자와 애틋하고 강렬한 사랑'으로 포장된다. 당연히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진실이겠지만.
프란체스카와 로버트 두 사람 모두, 두 사람의 감정을 진심으로 믿고 있었으며, 짧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도 미래를 약속할 정도로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두 사람의 마음을 의심할 여지는 없다.
하지만 프란체스카는 남편과 아직 어린 아이들을 '버리고' 떠난다는 생각을 하자 두려워진다. 사랑은 식었지만 좋은 남편이고, 아직 어린 두 아이는 엄마가 없으면 비참하게 살아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아무리 강렬하고 운명적인 사랑이 눈앞에 다가왔어도, '엄마'의 본능과 직감은 그 운명조차도 거부하도록 만든다. 단지 가정을 지켰기 때문에 올바른 태도라고 말하기에는, 여성, 모성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으로는, 로버트가 기약 없이 떠도는 사진작가라는 것에서, 이미 불안의 싹이 트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현실에서 도피한다고 해도, 새로운 현실 속에서 과연 나(프란체스카)는 행복할까를 본능적으로 따져 묻고 있었던 것이다.
사랑하지만 함께 살 수 없는 안타까움과 애틋함이 사랑의 감정을 증폭시키고, 그리움의 대상을 정도 이상으로 미화하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다. 프란체스카의 감정에 동조하면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으로 함께 울게 되지만, 삶은 그보다 훨씬 길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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