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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by 똥이아빠 2017.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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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1968년 '혹성탈출' 오리지널의 프리퀄이자 트릴로지 3부작의 마지막 작품. 이 영화만 처음 본 사람들은 조금 재미없을 수 있겠지만, 나는 최근에 1부 '진화의 시작'과 2부 '전쟁의 서막'을 이어서 보고 이 영화를 봤기 때문에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느꼈다.
영화의 시작에 1부와 2부에 관한 짧은 설명이 있어서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아무래도 영화를 본 것과는 거리가 있겠다.
3부의 영화 속 시간은 2부에서부터도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유인원은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종족 번식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반면 인간들은 각 지역별로 고립되어 있고, 더 놀라운 일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생해 감염이 되면 퇴화하면서 언어와 지능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들이 만든 약물에 의해 멸종의 단계에 이르렀고 유인원은 진화의 질적 도약을 맞게 된다. 여기에 극히 소수가 남은 인간은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해 퇴화하면서 절멸의 수순으로 접어들게 된다.
'대령'으로 상징되는 인간 외인부대는 유인원과 평화를 유지하려는 비둘기파 인간들과 대립하면서 고립된다.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인간이 아닌 유인원의 시각과 입장으로 감정이 이입되는 것은, 인간이 악의 세력으로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인원 시저의 품위 때문이다. 시저는 유인원이지만 외모를 제외하면 인간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이성과 지성을 보유한 동물이다. 인간도 한때는 진화의 단계에서 시저처럼 유인원의 외모를 가졌던 적이 있었다.

유인원의 진화는 역설적으로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되었다. 같은 이유로 인간은 스스로 자멸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유인원은 인간의 멸종 이후 스스로 문명을 일궈나가야 한다. 그 길이 인간과 같은 길이 될 것인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많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쩔 수 없이 인간은 유인원보다 발달한 문명을 만들어 왔고, 인간이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걸었던 것까지 본 이상, 인간의 문명을 참고하되, 인간과 같은 길을 걷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수 천 년의 시간이 흐르게 되면 유인원의 문명 역시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문명이 발생하고 소멸하는 필연적이면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고등한 생물의 등장은 인간이 최초였다. 그것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고, 전혀 이의가 없는 내용이기에 인간의 멸종 이후 새로운 고등한 종의 등장이 유인원이 될 것이라는 것 역시 터무니없는 발상은 아니다. 다만 영화에서는 유인원의 진화가 인간의 뇌치료제의 부작용으로 발생했다는 것인데, 인간의 개입 없이 유인원이 인간처럼 문명을 일으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영화는 1편(종의 진화)와 2편(전쟁의 서막)과는 조금 다르게 '종의 전쟁'이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크게 보면 유인원이 인간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는 내용이다. 즉 인간이 멸종되는 과정은 성서에서 표현한 '묵시록적 상황'이고, 유인원이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는 것은 '엑소더스'다. 종말과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 상징하는 것은 대령의 군대가 표기하는 '알파와 오메가'의 표기다. 
즉, 영화는 유인원이 지구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새로운 종으로 탄생하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주며, 과학문명을 유지했던 인간 종의 멸종과 새로운 종의 대체는 시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자 진화의 필연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 시저는 유인원의 지도자로서 '영웅적 운명'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는 개인적인 고난(아내와 아들의 죽음)을 겪으며, 자신을 포함한 무리 전체가 대령의 군대에 포로로 잡히는 고난을 겪는다. 
영웅 서사에서 길을 떠나는 것과 고난을 겪으며 그 과정을 극복하는 것은 영웅에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그것이 없으면 '영웅 서사'는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기독교의 구약에 등장하는 모세처럼, 부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는 장대한 서사를 닮아 있다. 인류의 고대 설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그대로 유인원의 역사로 묘사된다. 그리고 새로운 땅에 도착한 유인원 부족을 보면서 시저는 장엄한 죽음을 맞이한다. 즉 부족을 새로운 땅으로 이끄는 그의 운명은 끝이 나는 것이다. 새로운 땅에서는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해야 한다. 그것이 역사다. 영웅은 자신의 출현과 퇴장을 극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신화'와 '전설'로 남게 된다. 

유인원이지만 시저가 보여주는 존엄한 태도는 인간이 잃어버린 고귀함이다. 우리는 시저에게서 인간이 진화의 단계에서 가졌던 존엄성과 품위를 보게 된다. 위기를 극복하고 공동체(부족)가 생존하기 위해 지도자는 앞서 나가고, 서로 믿음으로 뭉쳐 고난을 극복하는 모습은 인간이 잃어버린 먼 시대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겸손하지만 단호하고, 엄격하지만 부드러운 지도자 시저의 품위는 그래서 인간을 압도한다. 미래가 유인원의 시대가 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인간의 타락과 함께 유인원의 품성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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