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혹성탈출 1968 오리지널

[영화] 혹성탈출 1968 오리지널

최근에 개봉한 혹성탈출 3부작(진화의 시작, 반격의 서막, 종의 전쟁)은 1968년 오리지널 '혹성탈출'의 프리퀄 트릴로지다. 세 편의 영화를 다 봤다면 오리지널 혹성탈출을 다시 보는 것도 퍽 재미있다. 특히 3편 '종의 전쟁'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오리지널의 내용으로 이어지는 것이 놀랍다.

우주인들은 지구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져 인간이 절멸하게 될 거라는 사실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지구를 떠난다. 이들은 시간여행을 통해 지구가 무려 2천년의 시간이 흐른 다음 돌아오는데, 처음에는 자신들이 불시착한 행성이 지구라는 것을 전혀 상상하지 못한다.

주인공 테일러(찰튼 헤스턴)는 동료 가운데 유일하게 멀쩡한 정신으로 살아남아 유인원의 포로가 되는데, 이때 이미 유인원은 인간의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문명 수준은 여전히 낮아서 총은 있지만 과학문명이나 기술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또한 나무를 잘 타고 몸이 유연하던 유인원들은 진화를 하면서 인간처럼 몸이 느리고 나무도 타지 못하게 되었다.

인간들은 언어와 지능이 퇴화한 상태로 등장하는데, 이것은 '종의 전쟁'에서 새로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이 보여주는 특징이 결국 인간을 멸종 시키지는 못했어도 예전의 이성적이고 똑똑한 인간이 아닌, 원래 유인원 수준의 미개함으로 되돌아간 것을 보여준다. 인간들은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이성도 없으며 동물처럼 취급당한다.

시간의 흐름과는 물론 다르지만, '종의 전쟁'에 나오는 '노바'라는 어린이가 이 영화에서는 어른으로 나오고 역시 말을 하지 못한다. 인간들은 유인원의 노예가 되어 짐승 취급을 당하며 살아가고, 유인원은 자신들의 보금자리-'종의 전쟁'에서 지도자 시저가 이끌고 탈출한 지상낙원-에서 1천년 이상을 살아왔다. 그들은 외부로 나가는 것을 거부하고, 외부는 극히 위험한 곳이라고 다른 유인원들을 세뇌시킨다.

말을 하고 이성이 있는 인간을 처음 본 유인원 학자들은 유인원보다 더 오래 전에 고등한 동물의 문명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인간이 거의 멸종하고 소수가 남아 있지만 이성이 사라지고 언어까지 잃어버린 인간은 예전의 그 인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주인공 테일러는 그런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멸정과 현재의 모습이 전염병이나 외부 행성과의 충돌 등 몇 가지 가설을 유인원들에게 제시한다. 최근의 영화 세 편은 바로 테일러가 한 이 말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원래 모습을 알게 된 유인원 과학자들이 테일러의 탈출을 돕고, 테일러는 노바를 데리고 유인원들이 금기로 여기는 외부의 세계로 탈출한다. 

이 영화는 1968년에 만든 것임에도 매우 훌륭한 영화다. 분장이며 특수효과 등이 50년 전 영화라고 하기에는 탁월한 수준이고,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인간의 미래가 결코 아름답지 않을 뿐 아니라, 비극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SF 작품들이 많은데, 이 영화도 그런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우리 세대에서는 볼 수 없겠지만 먼 미래에 인간의 종말이 어떤 비극적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지는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