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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국내여행을 하다

강릉 1박2일 여행

by 똥이아빠 2019.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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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초당에서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순두부전골을 시켜놓고 옆을 보니 몽양 여운형 선생이 이 마을에서 한때 서당을 운영했다는 내용이 보인다. 일제강점기 때 몽양은 어쩌다 강릉의 산골마을로 들어와 서당 선생 노릇을 했을까.
몽양이 운영한 서당 이름이 '약천서당'인데, 여기서 '약천'은 이 마을에 있던 샘물의 이름이자, 조선시대 인물 '약천 남구만'을 일컫는다. 남구만은 1629-1711년 사람으로 1689년 강릉으로 귀양을 와서 한동안 지냈다. 약천서당은 남구만이 이곳에 유배된 이후 남구만이 1711년 사망하고 17년 뒤에 '약천사'라는 사당을 지었는데, 이후 사당에서 공부를 가르치는 서당으로도 운영이 된 듯 하다.
몽양은 기존의 '약천서당'에서 훈장 노릇을 했는데, 여운형과 함께 이 고장의 학자 김남용도 선생으로 함께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허난설헌, 허균 생가
이곳을 처음 찾은건 10년도 훨씬 전이었다. 그때는 이곳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생가 주변은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였고, 고즈넉하고, 고졸한 풍경이었다. 좁은 오솔길로 들어가서 드러나는 낮지만 옆으로 길고 반듯한 한옥 처마가 나타날 때의 그 감동이 새로운데, 이번에 방문한 허씨 생가는 어느덧 관광지가 되어 있었다.
생가 자리는 변함이 없었지만 그 둘레로 여러 채의 건물과 넓은 주차장이 세 개씩이나 생겼고, 사람들도 많이 방문하고 있었다.
조선시대의 풍운아라고 할만한 허균과 안타까운 삶을 살다간 그의 누이 허난설헌의 삶이 새로이 조명되고,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곳을 관광지처럼 만든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강릉의 양반으로 허씨 집안이 살았던 이 한옥은 규모도 크기 않고, 호화롭지 않으며, 숲속에 낮게 자리잡아 자연에 스며드는 모습이다. 소박하되 품위와 기품이 깃들어 있고, 고졸하고 우아한 품격을 지닌 건물이어서 이 집에서 살던 사람의 품성을 느낄 수 있다.

강릉 바닷가에 이제 막 문을 연 호텔에 묵었다. 객실에서 바다가 보인다. 주말이기도 하고, 이 호텔이 여러 곳에 프로모션을 하면서 객실 요금을 좀 낮춰 판매한 까닭으로 체크인 하는 로비에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 그 전에 이미 주차장에 차를 세울만한 곳을 찾기 어려울 만큼 차들이 가득했고, 로비에도 사람이 많았다.
호텔은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한 듯, 건물은 깨끗했으나 빈 상가와 점포가 눈에 띄었고, 실내 인테리어도 허술한 곳이 눈에 띄었다.
로비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니 공사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은 곳이 눈에 보였고, 인테리어 재료와 자재가 값싼 느낌이었다. 엘리베이터는 객실키를 대고 층수를 눌러야 하는 방식이었고, 객실은 카드키로 열었다. 객실 내부의 침대와 침구류, 화장실 변기와 샤워기 등은 좋은 편이었으나 가장 큰 문제는 옆방의 소음이 들리는 것이었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어야 할 호텔에서 옆방 소음이 들리는 건 이 호텔의 수준을 한순간에 깎아내리고 있었다. 의자 끄는 소리, 말소리, 심지어 새벽에 옆방에서 코고는 소리까지 들렸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호텔 주차장에서 차를 빼면 나중에 차를 세우기 곤란할 정도여서 호텔 근처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저녁이 되면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밖은 추웠는데, 호텔 주변에는 걸어서 갈마한 곳이 거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호텔 앞 상가건물에 있는 한우식당에서 불고기를 먹었다. 
이곳은 관광지여서 그런지 음식값이 다 비싸다. 비싸도 제대로된 음식이면 괜찮은데, 사먹는 음식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불고기는 냉동고기를 썼다. 식당은 한층을 다 써서 매우 넓었는데, 아무래도 단체손님을 위주로 하는 곳으로 보인다.
1층은 대게와 킹크랩을 전문으로 파는 식당인데, 1kg에 10만원 전후다. 대게든 킹크랩이든 한 마리에 작아도 1kg이 넘고, 2kg 가까이 되니 두 사람이 대게나 킹크랩을 먹으면 최소 18만원-20만원 이상이다. 그러면 한 사람당 10만원꼴. 엄청나다. 모처럼 놀러왔으니 기분을 좀 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나는 돈도 없지만, 돈이 있어도 이런 음식을 부담없이 사 먹지는 못한다. 
강릉 바닷가에 있는 횟집도 회를 먹으려면 한 사람당 10만원은 들여야 한다. 1인 10만원이면 큰 돈이다. 그것도 한 끼 밥값으로 쓰는 돈이라니, 언감생심 아닌가. 내가 좀생이여서 그럴까. 음식이 삶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생존 뿐아니라 문화적으로도-라고 인정하지만, 돈이 있다고 호화로운 음식만 먹는 사람은 세상을 더불어 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관광지에는 이런 식당에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신기하다.

호텔 아침 뷔페
아침 8시쯤 뷔페식당에 내려가니 이미 식당은 사람으로 가득하다. 어제 체크인할 때 이미 예상했던 시나리오다. 잠깐 기다려 식당에 들어가 아침을 먹었다. 죽, 달걀, 감자튀김, 쌀국수, 빵과 쨈, 과일과 커피로 마무리.
아침에도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어 밖으로 일부러 나가기가 꺼려졌다. 어차피 오전 11시에 체크아웃을 해야하므로, 아침밥을 먹고 씻고 짐을 싸면 시간이 얼추 맞는다. 
우리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 식당 입구에는 우리처럼 뷔페 이용권을 가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지금까지 여러 호텔을 다녀봤지만, 호텔 체크인 할 때 줄서고, 아침 뷔페식당에서 줄을 서야 하는 경우는 여기서 처음이다. 그만큼 호텔은 장사가 될지 모르지만, 인상은 좋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어차피 호텔에 묵을 사람이라면 이렇게 돗대기 시장같은 복잡한 호텔을 다시 찾지는 않을 것이다. 
커피 머신이 두 대인데, 그나마 한 대는 고장나서 작동을 멈추고, 한 대에 줄을 서서 커피를 받아가는데, 그나마도 커피가 아래로 흘러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이런 진풍경을 호텔에서는 처음 본다. 돈을 들여 호텔에 묵는 이유는, 여유롭고 좋은 서비스를 받으려는 목적인데, 모텔이나 민박처럼 복닥거리고, 서비스도 별로라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없는 노릇이다.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우리도 서둘러 나왔다.

강릉에서 점심도 안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강릉에서 집까지 고속도로로 달려서 2시간이다. 이른 오후에 도착해 농협마트에서 설 차례음식을 위한 장을 보고, 저녁을 먹었다. 장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 장어덮밥을 먹었는데, 음식에 비하면 값이 비싸다. 이 식당은 돈 좀 있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어서 자주 갈 일은 없다. 그나마 가장 저렴한 음식이 회덮밥으로 8천원이다. 우리가 밥을 먹으러 들어갔을 때, 옆자리 식탁에는 모두 젊은 연인들이 있었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로, 괜찮은 일식 또는 장어를 먹으려고 들렀을 것이다.
밥을 먹고 걸어서 카페 무카로 가서 커피를 마셨다. 일요일 저녁의 느긋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카페에는 사람이 적어서 조용하고, 듣기 좋은 음악이 흘렀다. 

강릉 커피거리에서 커피도 한 잔 마시지 않고, 바닷가에서 회도 안 먹고 돌아왔다. 동네에서 마시는 커피가 가장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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