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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국내여행을 하다

충남 서천 1박2일 여행

by 똥이아빠 2022.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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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초에 다녀온 충남 서천군 바닷가 풍경입니다. 1박2일로 가볍게 다녀왔고, 서천 바닷가와 밤에는 군산시에도 잠깐 다녀왔습니다. 첫날은 서울에서 서해고속도로를 따라 내려가서, 서천 홍원항, 마량리 동백나무숲, 한국 최초 성경 전래지 공원, 마량항, 춘장대 해수욕장, 부사호 방조제, 월하성어촌마을을 거쳐 장항읍에 있는 숙소로 갔습니다. 아래 지도는 첫날 움직인 경로입니다.

홍원항은 잠잠하고 조용했습니다.

충남 서천군 홍원항에서 먹은 바다음식들. 광어회, 전어회, 꽃게찜, 조기찜, 홍합, 전어회무침, 매운탕. 바다와 면해 있는, 몇 발짝이면 파도가 치는 이 집은 공식 식당은 아니다. 예전에 한때 식당을 했지만, 지금은 영업하지 않는데, 우리를 데리고 간 회장님과의 인연으로 음식을 차려주었다.

아침9시에 서울 압구정에서 출발해 서천군 홍원항에 도착한 것이 오후1시 가까웠을 때다. 서울, 경기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구름이 개고,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홍원항에 와보니 오래 전, 이곳에 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을에는 전어와 꽃게로 유명한 곳이지만, 봄에는 주꾸미축제를 여는 곳이기도 하다. 거의 20년 전, 주꾸미축제 때 가족과 함께 홍원항과 마량포구를 왔었는데, 이곳에 '마량 동백나무숲'이 있고, 그 작은 동산에 '동백정'이 서 있는 걸 기억했다.

'식후경도 금강산'이라고, 우선 점심을 먹었다. 우리를 인솔한 회장님 고향이 서천이어서 이 지역에 관한 자부심이 있으셨고, 서천의 좋은 곳, 맛있는 음식을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려고 애쓰셨다.

홍원항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멀리 대천이 보이는데, 직선 거리로 약 16km에서 18km 정도다. 이것도 회장님이 알려주셔서 이번에 확인했다. 날씨가 좋을 때는 아주 먼 거리까지 잘 보인다는 걸 현대인들은 잘 모른다. 그렇게 멀리까지 볼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행 모두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 체질이라 점심을 푸짐하게 먹은 다음에는 더 이상 음식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마량 동백나무숲과 동백정. 점심을 넉넉하게 먹고 홍원항에서 멀지 않은 이곳에 왔다. 오래 전 왔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인데, 우선 동백나무숲 주변을 깨끗하게 정비해서 단정해 보였다.

입장료도 받고 있었고, 휴게 시설과 화장실도 잘 정비해 놓았다. 우리가 갔던 약 20년 전에는 동백나무숲 입구 쪽으로 해산물을 파는 천막이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지금은 사람이 없기도 하고, 그런 노점 자체를 원천에서 없애버렸다.

동백나무숲 바로 옆에 있는 거대한 화력발전소는 지금 해체하고 있는데, 이 화력발전소에서 멀지 않은 자리에 기존보다 훨씬 큰 화력발전소가 이미 가동하고 있었다. 그러니 꽤 오래 여기를 오지 않았던 것이 확실했다.

지도에서 보면, 홍원항에서 여기 마량 동백나무숲까지 직선으로 간척한 땅이 보이는데, 매우 넓은 지역이 모두 화력발전과 관련한 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절반의 크기는 화력발전소가 완공되어 시설을 가동하고 있고, 그 옆으로도 공사를 계속하고 있으니, 규모가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생산한 전력이 거대한 탑으로 연결된 고압전선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서해는 마침 해가 기울고 있어 멋진 풍경이었다.

마량 동백나무숲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국 최초 성경 전래지'가 있다. 여기 마량진 앞바다에서 1816년 9월 5일, 해상 교역로를 확보하려던 영국 함선 알세스트호(함장 머레이 맥스웰)와 리라호(함장 바실 홀)는 이곳 마량진 갈곶에 정박하게 되었고, 당시 마량진 첨사 조대복과 비인현감 이승열에게 모두 세 권의 책을 주었는데, 그 가운데 한 권이 성경이었다.

마량포구 근처에 '최초 성경 전래지' 공원을 만들어 기념비도 세우고, 영국인들이 타고 온 배도 큼직하게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기독교도들에게는 퍽 의미 있는 장소겠다.

마량에서 나오는 길에 춘장대 해수욕장에 잠깐 들렀다. 사람이 전혀 없는 풍경이 오히려 반가웠다. 길고 긴 해변에는 갈매기가 느긋하게 앉아 있고, 매우 완만한 모래 해변으로 파도가 조용히 올라왔다 내려가곤 했다. 해가 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고 왼쪽으로 홍원항이, 오른쪽으로 부사호 방조제가 보인다.

서쪽 위로 대천해수욕장이 가장 유명하고, 그 아래로 용두, 무창포, 독산, 장안 해수욕장이 있는데, 춘장대 해수욕장은 훌륭한 해변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이다. 여름이 끝난 해수욕장에 서니, 빈 바다에 갈매기들이 소란을 피우던 인간이 사라진,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 위로 파도가 깨끗이 씻은 표면 위에 갈매기 발자국이 여리게 남았다.

월화성어촌체험마을 앞 갯벌. 작고 조용한 평범해 보이는 어촌마을. 함께 간 어른의 고향이기도 하다.

회장님이 하루 묵을 곳을 찾아보라고 하셔서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서천군 쪽으로는 호텔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서천군 장항과 다리 하나 사이로 전북 군산시가 있는데, 이 다리가 놓인 것도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장항읍에 있는 깨끗한 모텔을 찾아서 갔다. 나는 모텔에서 잠을 자보기는 거의 처음(이전의 기억이 없다)이라 모든 것이 신기했다. '무인호텔'이라고 하는데, 관리하는 사람이 있었고, 모텔과 호텔의 혼종 같은 분위기였다.

처음에는 '스탠다드 객실'을 두 개 예약했는데, 침대가 하나인 걸 아신 회장님이 침대 두 개까지 객실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그래서 '스위트룸' 두 개를 얻어 두 명씩 객실 하나를 쓰게 되어, 나는 함께 간 동무와 둘이 널찍한 객실에 머물렀다.

이 스위트룸은 하루 숙박료가 6만5천원-7만원쯤 하는데, 객실 안에 노래방 시설이 있고, 컴퓨터가 두 대, 에어컨 두 대, LG스타일러스, LG공기청정기가 있었다. 냉장고에는 음료수와 생수가 무료였고, 커피와 차도 준비되어 있었다. 호텔처럼 욕실 어메니티가 있는 것도 신기했다.

시설은 깨끗한 편이고, 침구, 화장실 등 기본 시설이 호텔 못지 않았다. 이런 모텔에 일부러 친구들끼리 놀러와서 노래방에서 노래도 실컷하고, 배달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며 컴퓨터 게임도 하고 노는 것이 요즘 청년들의 오락이라고 생각하니 신기하고 부러웠다.

군산의 역사적 장소

7시 넘어 숙소를 정하고, 샤워를 한 다음, 저녁을 먹으러 갔다. 모두 저녁을 간단하게 먹자고 해서 장항읍에 뭐가 있지 않을까 검색해봤지만 마땅치 않았다. 오히려 다리 건너 군산시에 음식점이 더 많았다. 장항읍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바로 군산시였다.

저녁8시쯤, 내가 운전하고 '동백대교'를 건너 군산시로 갔다. 미리 베이커리 카페를 하나 봐두었는데, 군산시내 골목으로 들어서자 네비게이션이 오류를 일으켰다. 겨우 골목을 몇 번 돌아 찾았는데, 8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군산시내는 어둡고 고요했다. 우리가 간 곳이 외곽일 수도 있어서 그랬겠지만, 그 정도가 좀 심해 보였다. 군산도 '시'인데, 이렇게까지 적막하다는 게 이상했다.

그 어둡고 적막한 골목에 '군산과자조합'이라는 예스러운 이름의 베이커리 카페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군산과자조합'은 1939년부터 있었다고 하니, 한국근대사의 증거이기도 하다. 군산이 일제강점기 때 매우 활발한 '군산항'을 중심으로, 전라도에서 생산한 곡물(주로 쌀)이 일본으로 대량 유출되는 전진기지였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이 군산에 많이 살고 있었고, '양과자'로 알려진 센베이를 비롯한 케익 종류들을 만드는 제과점이 군산에 여럿 있었다.

'군산과자조합'도 이 무렵 생긴 것으로, 2층으로 올라가니 서까래가 잘 드러난 풍경이 신기하고, 훌륭했다. 인테리어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천정의 구조물이 당시 지은 건물의 역사를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유, 커피, 스콘을 주문해서 간단하게 저녁으로 먹었다. 이때 동무가 지도를 보다, 바로 가까운 곳에 이성당이 있다고 했다. 군산에 오면 '이성당'에서 빵을 무조건 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성당이 바로 옆에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했다.

우리는 걸어서 이성당 본관으로 가 그곳에서 각자 먹고 싶은 빵과 떡을 구입했다. 나는 팥빵과 찹쌀떡을 샀다. 저녁에 잠깐 군산에 들러 역사적으로 명소 두 곳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간단하게 저녁도 먹고, 먹거리도 샀으니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에서 준비한 조식(식빵, 컵라면, 시리얼, 우유, 포도주스, 커피 등)을 간단하게 먹고 길을 떠났다. 올라오는 길에 서천에 있는 '서천특화시장'에 들러 회장님이 장을 보시고, 우리는 마침 장날이어서 장구경을 했다.

'서천특화시장'은 수산물시장, 농산물시장으로 나뉘어 있고, '먹거리 건물'이 따로 있었다. 이 시장 주변으로 넓게 장이 서는데, 도로 가장자리로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농산물, 수산물을 펼쳐 놓고 앉아 있었다. 넓은 도로에도 신호등이 없는 것이 신기했다. 날씨가 흐려지고 있었는데,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비가 쏟아졌다.

경기도 화성, 발안 '제암리 3.1운동 순국유적지' 근처에 있는 한 식당에서 먹은 갈비탕. 회장님이 운영하는 회사가 발안에 있어서 올라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 먼저 점심을 먹었는데, 이 식당이 갈비탕으로도 유명한 집이란다.

갈비탕을 먹기 전에, 차를 세운 주차장 뒤쪽 단독주택 마당에 커다란 모과나무와 대봉나무가 서 있고, 모과와 대봉이 어마어마하게 달린 걸 봤다. 너무 탐스러워서 부러웠다. 바닥에 모과 두 개가 떨어져 회장님 차에 실어놓고, 부러운 마음으로 식당에 들어가 갈비탕을 먹었다. 점심을 먹는 것으로 1박2일의 공식 일정이 끝났다. 여든의 노인 두 분과 이제 막 예순이 된 중늙은이 둘이 함께 한 여행은 즐겁고 유쾌했다. 격식을 따지지 않고 소탈한 어른들과 함께 보낸 시간도 유익했다. 20년 넘게 차이나는 시간은, 내가 모르던 한국의 현대사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증언을 들을 수 있었고, 어른들의 고향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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