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미국영화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by 똥이아빠 2019. 11. 2.
728x90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멋진 영화'. 이 영화를 온전히 즐기려면, 터미네이터 1, 2편을 마치 금방 본 것처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터미네이터는 1984년 처음 개봉되었고, 영화사상 가장 뛰어난 영화에 속하는 '터미네이터2'는 1991년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들었다.

이후 영화저작권이 팔리면서 제목만 같은 시리즈가 나오는데, 전부 쓰레기같은 영화들이다. 터미네이터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2009),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가 그 시리즈인데, 이 영화들은 이름만 같을 뿐, 같은 영화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번에 나온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가 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2'의 뒤를 잇는 진짜 속편이고, 영화는 매우 훌륭하다.

영화를 보기 전,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 영화를 보고 느낀 감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영화관에서 터미네이터2를 본 나는, 이 영화 역시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터미네이터2를 본 충격이 오래도록 남았다면, 이 영화가 바로 그 뒤를 잇는 훌륭한 영화라는 것도 인정할 것이다.

이 영화에는 오리지널 배우인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린다 해밀턴이 등장한다. 이 두 사람이 없는 터미네이터는 말할 것도 없이 가짜다.

 

영화는 바로 전편, 즉 터미네이터2보다 훨씬 크고 화려하며 훌륭한 액션을 보여준다. 미래에서 온 인공지능 로봇은 훨씬 강력하고, 놀랍게도 미래에서 '강화된 인간'도 도착한다. 

2편과 마찬가지로,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는 멕시코에 살고 있는 평범한 젊은 여성을 죽이려 한다. 그를 보호하는 건 역시 미래에서 온 '강화된 인간' 군인, 그리고 이제는 할머니가 된 사라 코너.

영화가 2편보다 훌륭한 이유는 액션의 스케일이 훨씬 크고 화려한 것과 함께, 이 영화의 주인공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에 있다. 액션의 화려함은 2편보다 무려 30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기술의 발달과 함께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주인공을 모두 여성으로 설정한 것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제작을 맡으면서 시나리오를 썼고, 새로운 터미네이터의 주인공이자 미래사회의 주인공은 여성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2편에서 사라 코너는 자신의 아들 존 코너가 스카이넷에 맞서 싸우는 인류 저항군의 사령관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싸우지만, 3편에서는 지금의 평범한 여성 다니엘라가 지도자가 된다. 즉, 여성이 미래인 것이다.

과거의 여성 사라 코너, 현재의 여성 다니엘라, 미래의 여성 그레이스는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을 막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싸운다. 사라 코너의 아들 존 코너는 결국 미래의 사령관이 되지 못하고, 스카이넷보다 발달한 인공지능 리전에 의해 인간은 절멸 직전에 있고, 인류를 모아 로봇과 전쟁을 시작한 지도자가 여성이라는 것은 2편과 비슷하게, 현재가 미래를 규정하고, 다시 미래가 현재를 규정하는 순환구조를 갖고 있다. 미래는 오지 않았지만, 우리는 미래가 어떨지 알고 있으며, 그것이 위험하다면 막을 방법도 알고 있다. 다만, 인간이 만들어 가는 미래는 필연적으로 인류의 절멸을 예고하고 있다는 건 막을 수 없는 운명이다.

영화가 2편과 연결되는 중요한 요소는 모두 보여주고 있지만, 존 코너를 죽인 터미네이터 T-1000의 존재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장면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에 등장하는 로봇의 진화를 보는 듯하다. 아주 낮은 단계의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인간과 함께 생활하면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도록 진화하고, 결국 자신이 인간과 다르지 않다는 동일한 정체성까지 갖게 될 수 있을까를 질문하게 만든다.

한때 아들을 죽인 원수였지만, 이제는 자신을 돕는 T-1000과의 갈등과 애증이 사라 코너에게는 있고, 미래에서 온 '강화된 인간' 그레이스는 과거의 사건을 알지 못한다. 더 강력한 로봇을 제거하기 위해 네 사람이 뭉쳐야 하고, 미래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 벌어진다.

 

이 영화가 비판을 받는 몇 가지 이유가 있긴 하다. 2편에서 보여주었던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장면들이 3편에서 너무 가볍게 처리되거나 의미가 사라져버리는 것도 있었다.

터미네이터의 세계관이 완벽하지 않아서, 2편과 3편의 개연성,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 역시 옳은 지적이다. 그렇더라도 이 영화는 2편을 잇는 정통성을 갖고 있으며, 앞서 나온 시리즈의 엉성함과는 분명 다르다. 영화에서 다음 편을 예고하는 듯한 대사가 나오는데, 과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다음 터미네이터는 어떨지 기대하게 된다.

 

 

 

반응형

'영화를 보다 > 미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랙 매스  (0) 2020.01.18
미드웨이  (0) 2020.01.09
찰리 윌슨의 전쟁  (0) 2020.01.07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0) 2020.01.05
아이리시맨, 미국현대사의 한 장면  (0) 2019.12.01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  (0) 2019.11.01
와킨 피닉스의 두 영화  (0) 2019.10.20
시크릿 세탁소  (0) 2019.10.20
높은 풀 속에서  (0) 2019.10.10
자아의 각성, 조커  (0) 20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