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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미드웨이

by 똥이아빠 2020.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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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웨이

 

전쟁(전투) 영화는 하나의 장르다. 역사적 사실에 기인했든, 창작으로 만들었든 전쟁(전투)은 사람(특히 남성)의 심장을 뛰게 한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고, 전쟁은 참혹한 학살과 반인륜범죄의 현장이기도 하다.

전쟁은 인류의 진화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며, 인류의 진화 초기부터 서로를 죽이고, 노예로 부리고, 재산을 약탈했다. 씨족 단위에서 부족으로, 도시국가에서 민족 단위로 전쟁의 규모는 커졌고, 현대 전쟁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전쟁의 참상을 누구나 알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약 5년간 지속되었고, 900만 명 이상의 군인이 죽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약 7년간 지속되었고, 군인 사망자가 2,500만 명, 민간인이 약 3,000만 명이 죽은 대학살 전쟁이었다.

1941년 여름(6월)에 독일은 모스크바를 향해 동쪽으로 진격했고, 그 해 겨울(12월)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하기 위해 동쪽으로 진격했다. 독일은 유럽 전체와 아프리카까지 전선을 확대했지만, 주 전장은 쏘련 영토였고, 주적 역시 쏘련군이었다. 나찌 히틀러의 독일군은 1941년 쏘련 침공을 시작하면서 그 해 겨울이 오기 전에 모스크바를 함락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기대했다.

 

일본은 미국과 불가침조약을 맺을 것처럼 암수를 쓰다가 진주만을 기습했다. 독일은 쏘련과 불가침조약을 맺었음에도 기습 침략을 했으니 독일이나 일본의 야비함은 전쟁을 일으킨 전쟁범죄자다운 행동이었다.

일본은 이미 아시아 전체를 점령했고, 중국도 침략해 내륙으로 깊숙히 들어가고 있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중립을 유지하려 했지만,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고, 총알이 든 총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일본이었다. 일본은 그때 원유의 80%를 미국에서 수입했는데, 전쟁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동남아시아 점령은 필연이었다. 그럼에도 미국을 공격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본질은 동남아 국가에서 나오는 원유의 확보였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필리핀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맥아더 사단이 걸림돌이 되었다.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점령하면, 하와이에서 군수물자를 보급받던 필리핀 주둔 미군부대는 호주로 후퇴해야만 하고, 하와이를 일본이 점령하면 미국 본토를 공습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한 것은 당시 일본 군부의 선택 가능한 전략이었다.

따라서 일본의 선택은 하나로 귀결되었다. 여기에 일본의 군사기술, 높은 생산성, 과학기술, 함정 건조, 전투기 능력 등에서 미국을 압도하고 있었기에 일본 군부는 진주만 기습을 통해 미군을 제압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독일 역시 쏘련 연방인 우크라이나에 있는 유전을 목표로 침공했지만, 모스크바를 쉽게 점령할 수 있다는 히틀러의 망상이 유전보다 가까운 모스크바로 진격하도록 명령했다.

독일의 침공에 맞서 쏘련은 모스크바에서 가까운 레닌그라드에서 옥쇄작전을 펼치며 독일군의 엄청난 화력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레닌그라드를 지키기 위해 쏘련군은 날마다 증원되었고, 레닌그라드 시민들도 전투에 직접 참가하지는 않았어도 탄약을 나르거나, 다친 병사를 치료하거나, 음식재료를 나르고, 음식을 만드는 일, 참호를 파고, 방호벽을 만드는 일 등 각종 부역에 참여했다. 이 레닌그라드 전투에서 약 80만 명의 시민이 굶어 죽을 정도로 독일의 공세는 파괴적이었다.

미드웨이 해전은 막강한 일본 해군과 공군의 공격에 맞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던 미국의 해군과 공군이 어떻게 전세를 역전하고 태평양 전체를 장악하는가 보여주는 영화다. 이 시기만 해도 미국은 분명 일본에 비해 해군력과 공군력에서 밀리고 있었다. 전쟁 물리력에서 열세였던 미국은 천만다행으로 일본의 비밀통신을 가로채 해독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암호 전쟁'으로도 유명한데, 영국과 미국은 각각 독일과 일본을 상대로한 암호전에서 우월한 조건을 갖게 되었다.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미국은 곧바로 일본을 상대로 전투태세에 돌입하는 한편,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다는 걸 공식 선언했다. 영화 '미드웨이'는 하와이에서 북서쪽 방향에 있는 작은 산호섬을 말하는데, 일본 함대가 이쪽으로 집결하고 있다는 걸 미국정보장교와 암호해독가들이 정확하게 탐지하면서, 미군이 일본군을 선제 공격할 기회가 생긴다. 무기에서는 열세였지만, 기습공격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미군은 급강하폭격전대를 출격한다.

 

바다와 하늘에서 뒤엉켜 싸우는 전투기와 거대한 항공모함, 구축함은 대규모 전투의 웅장함을 보여준다. 시각 효과로는 더 없이 훌륭하지만, 이 전투는 아주 짧은 시간에 끝났고,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고는 해도 쏘련-독일 전쟁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숫자다.

레닌그라드에서는 독일군에 맞서는 쏘련군과 쏘련시민의 처절한 혈투가 겨울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었고, 쏘련군도, 독일군도 비참하게 죽어가기는 마찬가지였다. 폐허가 된 도시는 눈에 덮였고, 쏘련군은 시가전을 게릴라전처럼 치고 빠지는 방식으로 독일군을 괴롭혔다.

폐허의 도시 그 자체가 은폐, 엄폐물이어서 쏘련군이 저항하기에는 적당했다. 그리고 겨울이 끝나기 전에, 쏘련군은 동부에서 거대한 사단을 집결시켰고, 독일군을 양쪽에서 그물로 둘러싸듯 포위했다. 독일군도 보급로가 차단되었고, 겨울의 러시아땅을 너무 우습게 여겼다. 연료가 얼어붙은 탱크는 움직이지 못했고, 말이 끄는 수레를 써야 했다. 겨울에 익숙한 쏘련군은 독일군을 밀어부쳐 레닌그라드를 구출하고, 80만 명이 넘는 독일군 포로를 잡았다.

헐리우드 자본은 미국이 참전한 영화를 '영웅화'하기에 유리하다. 미국쪽 문화에 익숙한 나라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의 역할이 매우 컸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태평양 해전을 제외하면 미군의 역할은 미미했다. 1941년부터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제2차 세계대전의 주역이자 핵심은 쏘련군이었다. 쏘련군은 해전을 치르지 않았기에 화려한 비주얼을 보여줄 수 없지만, 눈덮인 땅에서 붉은 피를 흘리며 죽어간 쏘련군 병사들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 추축국과의 전투에서 희생된 모든 군인의 명복을 빌면서, 우리가 전쟁영화를 보는 것은, 다시는 이런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인 것을 새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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