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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소설을 읽다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by 똥이아빠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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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스티븐 킹 작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책을 내려 놓기 어려울 정도로 흡인력이 대단한 소설이다. 9살 트리샤가 겪는 산 속에서 길을 잃고 며칠을 헤매는 상황. 미국의 넓은 땅과 인적조차 발견할 수 없는 원시의 숲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과 두려움, 그리고 고작 아홉살짜리 여자 아이.
스티븐 킹의 입담은 참으로 대단하다. 나는 꽤 오래 전부터 스티븐 킹이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실제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는 단지 '공포,호러문학'만 하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엄마와 오빠-부모가 이혼을 해서 아빠는 다른 곳에 살고 있다-와 함께 산으로 트레킹을 하러 간 트리샤는 앞서가는 엄마와 오빠가 말다툼을 하는 것도 지겹고, 마침 오줌도 마려워서 길 옆으로 내려간다. 오줌을 누고 다시 내려 온 길로 가려던 트리샤는 앞쪽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엄마와 오빠를 앞질러 가려고 숲을 가로지를 생각을 한다.
그렇게, 사건은 시작된다. 숲을 가로 지르려던 트리샤의 생각은 빗나가고, 자기가 내려 온 길이 어디인지,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건지, 판단하지 못하고, 조금 더 앞으로 가면 분명 도로가 나올 거라고 여기고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숲은 결코 만만하지도, 너그럽지도 않다. 트리샤는 두려움에 떨며 울기도 하지만 어떻든 끈질기게 자신을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숲속에서 홀로 밤을 지새게 되고,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을 느낀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무려 열흘 가까이를 산 속에서 혼자 있었던 트리샤는 조난 당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겪으며 고군분투 하며 살아남으려고 애쓴다. 그리고 적막과 무서움과 공포 속에서 그를 지켜 준 것은 워크맨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방송, 그것도 야구 중계방송이었다. 
트리샤는 아빠와 함께 야구장에 가는 걸 좋아했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무리 투스인 톰 고든을 특히 좋아했다. 미치도록 무서울 때, 트리샤는 톰 고든에게 이야기를 건냈고, 숲속에서 톰 고든은 트리샤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감탄을 하게 된다. 스티븐 킹의 다른 소설들도 물론 그렇지만, 산 속에서 길 잃은 소녀의 이야기를 이렇게 한 권의 장편소설로 만들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나도 아주 잠깐 산속에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공황과 공포는 꽤 충격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도로가 있었음에도, 산속에 혼자 갇혔다는 생각이 들자 거의 정신이 나갈 정도로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홉살짜리 소녀 트리샤의 정신력을 참으로 놀랍고 대단하고, 훌륭하며 대견하다. 불과 며칠만에 몸무게가 44kg에서 35kg으로 줄어들 정도로 고통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그것을 견디고 마침내 스스로 산에서 벗어나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트리샤는 마치 바로 직전에 읽었던 '호흡법'에 나온 여자 주인공 샌드라 스탠스필드처럼 의지가 강한 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트리샤 같은 딸이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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