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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소설을 읽다

11/22/63

by 똥이아빠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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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63


오랜만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었다. 12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다. 사흘을 꼬박 이 책만 붙들고 있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감동의 눈물이 솟았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주인공 제이크는 이혼을 하고 혼자 살아가는 고등학교 영어 교사이다. 그는 아무리 슬퍼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기도 한데, 그렇다고 슬픔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와 가까운 친구로 간이 식당을 하는 앨을 통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통로를 알게 된다. 그 통로는 과거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였고, 1958년 9월 9일로만 들어갈 수 있으며,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과거의 시간에서 했던 모든 행동은 '리셋'된다.
폐암으로 곧 죽을 것으로 예상하는 앨은, 제이크에게 역사를 바꿔달라는 요청을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JFK 암살 사건을 저지하라는 것이었다. 제이크는 당연히 거절하지만, 의외의 변수 때문에 과거여행을 승락한다.
그것은 자신이 가르치던 성인들을 위한 고등학교 졸업반에서 만난 해리의 리포트를 봤기 때문이었다. 해리는 아주 착하고 성실한 학교의 수위이기도 했는데, 그는 어릴 때 아버지가 자기의 가족 모두를 몰살했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제출했다.
그리고, 그 시기가 바로 1959년이었고, 제이크는 해리를 위해 이 과거를 돌려놓기로 결심하고 과거로 여행하기로 결정한다.
1958년부터 JFK 암살사건이 발생하는 1963년까지는 무려 5년의 시간이 지나가야 하는데, 제이크는 5년 동안 과거에 살면서 해리 가족을 구하고, JFK의 암살을 막기 위해 차분하게 준비를 하면서, 무료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 작은 마을에서 임시교사로 취직해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 과정에서 새디라는 젊은 여교사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한편으로는 JFK 암살범으로 알려진 리 오스왈드의 행적을 쫓아 알리바이를 캐면서, 이중생활을 한다.
JFK 암살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과거는 집요하게 제이크를 방해하고, 온갖 역경을 딛고 리 오스왈드의 암살 행위를 저지하는데 성공하지만, 새디가 그 와중에 리 오스왈드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그리고 다시 현재 시간으로 돌아오지만, JFK 암살 사건의 '나비효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현재'를 인정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었던 제이크는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가 현재로 돌아와 자신이 했던 행동-JFK 암살 저지-을 리셋한다.
이 소설의 제목이 JFK 암살 사건이 일어난 날이라는 것은 다 아는 일이지만, 소설의 내용에서 JFK 암살 사건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물론, 제이크가 JFK 암살범인 리 오스왈드를 집요하게 추적하고는 있지만, 제1권에서는 해리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시간을 다 보내고, 2권에서도 JFK 암살과 직접 관련되는 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
거의 모든 시간은 제이크가 던햄 고등학교의 임시교사로 일하면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새디'라는 매력적인 여성과의 만남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스티븐 킹의 장점이랄 수 있는 사건의 교직이 이 소설에서도 매우 교묘하고 정교하게 짜맞춰지고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다. 또한 JFK와 관련한 세부적인 정보도 이 소설을 통해 거의 완벽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도 소개되고 있지만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JFK'가 그동안 나왔던 JFK 암살 사건의 집대성이었다면, 이 소설은 그보다 더 다양하고 세부적인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스티븐 킹의 의견에 따르면, JFK 암살 사건은 리 오스왈드 단독 범행이 99% 확실하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과거로 회기하는 시간이 1958년인 것은 매우 깊은 뜻을 가지고 있다. 스티븐 킹은 1947년생으로, 1958년이면 11살이었다. 그는 그때부터 이미 소설을 쓰고 있었고, 50년대와 60년대의 문화에 매우 호감을 갖고 있는 세대이다.
그는 소설 속에서도 주인공을 통해 50년대와 60년대가 '사람이 살만한' 시대라고 증언하고 있고, 그 시대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느끼고 있다.
사실, 과거든 미래든 시간여행을 한다는 설정은 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이미 시도하고 있었고, 이 소설에서도 과거의 특정한 시간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은 한편으로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런 설정의 억지스러움을 상쇄하고도 남는 것이 바로 '리얼리티'이다. 일단 과거로 돌아간 다음, 주인공이 겪는 모든 경험들은 너무도 생생하고 디테일해서 시간여행의 억지스러움을 잊게 만든다.

이 소설을 읽기 전이나, 읽고 나서라도 올리버 스톤의 영화 'JFK'를 함께 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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