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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만화를 읽다

선생님의 가방

by 똥이아빠 2022.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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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가방

 

세미콜론에서 나온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원작 소설을 만화로 그렸다. 원작 소설가는 가와카미 히로미라는 작가로 1958년생인데, 이 만화의 원작인 '선생님의 가방' 2001년에 발표되었다.

이 만화는 말하자면, 소설의 그림판이라고 보면 되겠다. 물론 원작과 똑같지는 않지만, 원작이 갖고 있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 했다고 다니구치 지로는 말한다.

일본 현대소설의 특징인 '사소설'로 분류할 수 있는 이 소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두 사람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30대 후반의 여성이 갖고 있는 감성을 읽을 수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독특한 감성임에는 분명하다.

주인공 쓰키코는 자기와 비슷한 나이의 젊은 남자들과 연애를 하지만 곧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우연히 선술집에서 고등학교 때 학교 선생님이었던 마쓰모토를 만나면서, 쓰키코의 마음에 감정의 물결이 일렁인다.

만화에서는 주인공 쓰키코의 과거와 내면에 대해 드러난 것이 거의 없지만, 이 만화에서 쓰키코에게는 아버지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없는 가정에서 자라고 성장한 쓰키코의 무의식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이 자리잡기 시작하고, 그런 무의식이 아버지처럼 나이가 많은 남자를 동경하도록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딱히 '일렉트라 콤플렉스'라고까지 말할수는 없고, 또한 어렸을 때 아버지가 있는 집에서 자란 젊은 여성이라 해도 나이 많은 남성에게 연애 감정을 갖게 되는 여성들이 꽤 많은 것이 사실이다.

쓰키코 역시 일찍 집에서 독립해 혼자 살아가고 있었고, 자신의 외로움을 품어주고, 받아주는 남자는 비슷한 나이의 남자보다는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남성이 더 마음의 여유가 있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구분하기 어려운 것은 누구나 비슷하다. 또한 그렇게 연민으로 시작해서 연애 감정으로 발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쓰키코가 마쓰모토를 만나서 빠져들게 되는 과정은 보통의 연애 감정과는 조금 다르다. 쓰키코가 일찍 (심리적으로) 늙어버렸을 수 있고, 감정적으로 젊은 남자의 열정적인 대쉬를 불안하거나 두려워하는 심리가 있었을 수도 있다. 젊은 남자의 열정과 조금은 치기어린 태도를 보면서 쓰키코는 자신보다 정신연령이 어린 남자들의 행동이 유치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반면, 마쓰모토는 초로의 노인이지만 쓰키코와 식성도 비슷하고, 말이 없는 것도 비슷하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뜨겁게 불타오르지 않는, 냉정하지만 온기를 지닌 거리감이 오히려 쓰키코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분명 사랑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도, 전달하는 태도도 여느 연인과는 분명 달랐다. 사랑의 목마름과 떨리는 감정의 긴 여운을 남기며, 쓸쓸하고도 슬픈 마음을 안고 만났으며 헤어진 것이다.

소설에 무게가 있다면, 이 만화의 원작 소설은 가볍다는 느낌이다. 삶의 진실한 내면을 그리기는 했지만, 일본인 특유의 '혼내(진심)'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이를테면, 도스또예프스키의 소설과 비교해 보면, 등장인물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 작가의 의지와 관계없이 격렬하게 분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분출하는 것이 좋고, 내면으로 가라앉히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과거의 삶을 통해 현재를 반추하는 의식적인 행위가 철학적인 의미를 띄면서 인물의 말과 행동에 생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작가 가와카미 히로미의 이 소설은 깊이가 그다지 깊지 않다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담담하고, 솔직하며, 감정을 다치지 않도록 섬세하게 그려내는 솜씨는 뛰어나다. 만화가 소설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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