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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북촌방향

by 똥이아빠 201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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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 - 10점
홍상수 감독, 김보경 외 출연/디에스미디어


홍상수 감독의 작품은 늘 문제작이자 화제작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의 영화를 분석한다.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열 두번째 영화다.
나는 홍상수 감독이 만든 영화 열 두편 가운데 열 편을 봤다. 나름대로 열심히 챙겨본 셈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의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불편함'을 좋아한다.
홍상수의 영화는 불편하다. 배우들이 말하는 대사는 진부하고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하다. 배우들의 행동은 마치 의도한 것처럼 엉거주춤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바라보는 것조차 민망하게 만든다. 그들이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너무도 뻔뻔하고 속물적이기 때문이다.
'속물근성'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빠뜨릴 수 없는 메타포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개 지식인이거나 전문직-특히 영화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하나같이 속물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것도 속물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겠다. 욕망에 솔직한 것은 속물이다. 홍상수 감독은 그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욕망에 솔직하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왜 '북촌'에서 서성대고 있을까. 이것도 '속물' 속에 살고 있는 지식인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상수 감독은 아무 생각 없이 '북촌'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었을까? 나는 그의 의도를 모르지만, 적어도 영화를 '해석'한다면, 이 영화의 제목과 배경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북촌'은 현재 남한에서 문화의 트렌드다. 일본의 식민지 시절에 만들어진, 집장사들이 마구 때려지은 싸구려 한옥이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한옥촌'으로 바뀌고, 그 골목으로 고급 카페와 음식점과 문화상품을 파는 가게들로 즐비하고, 젊은이들이 그 골목으로 몰려가 비싼 돈을 지불하며 음식을 사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블로그에 올린다.
이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지극히 속물적이고 즉물적이다. 이것을 홍상수 감독이 모를리 없을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 영화의 주인공들이 놓여 있는 것이고, 북촌에서 서성이며 즉흥적인 욕망을 배설하는 것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단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느낄테니까.
'북촌방향'은 지금까지의 홍상수 감독 작품들에 비해 상당히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그의 첫 작품,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보고 받았던 충격에 비하면, 그의 작품들은 꾸준히 '순화'되었다고 해야겠다. 그런 점이 아쉽다. 별 네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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