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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양평여행을 하다

양평 천사봉 산행

by 똥이아빠 2015.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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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천사봉 산행


이번 주 수요산행은 '천사봉'으로 정했다. 지난 주에 다녀 온 '봉미산'과 가까운 곳에 있는 산으로, 1000미터가 넘는 산으로는 양평에서 용문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하지만 '천사봉'은 공식적으로 알려진 산이 아니다. 양평군에서 발행한 '양평등산지도'에는 '천사봉'이라는 산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천사봉'이라는 산 이름도 실제로는 '폭산' 또는 '문례봉'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 이 산에 관한 정확한 표기가 통일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음 지도'에는 '천사봉'이라는 표기가 분명하게 되어 있어서, 어떻게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 다녀 온 '봉미산'도 올라가는 길이 두 곳으로 표기되는데, 우리가 다녀 온 곳은 산음리 쪽에서 올라간 곳으로, 오르고 내려오는 길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산음자연휴양림에서도 '봉미산' 산행을 할 수 있다. 산음리 쪽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조금 더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천사봉'을 오르는 길도 산음휴양림을 통해 올라가도록 되어 있는데, 용문산에서 천사봉으로 오는 길도 있다.

어떤 경로든 '천사봉'은 매우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산이다. 사람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지형이며, 천사봉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첩첩하고 울울창창하다.


늘 그렇듯 아침9시에 집에서 출발해 약 50분 정도 걸려 산음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양평군민이라도 '단월면' 주민이 아니면 무료 입장은 안된다고 한다. 입장료와 주차비로 5천원을 지불하고 들어갔다.

산음휴양림은 양평에 십 년 넘게 살면서도 이번에 처음 갔다. 가 보니 역시 유명한 휴양림답게 시설도 잘 되어 있었고, 자연 환경도 잘 관리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천사봉'을 갈 수 있는데, 우리가 간 경로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입장권을 판매하는 휴양림 직원에게 물었더니 봉미산은 등산로가 잘 되어 있는 반면, '천사봉' 방향은 따로 관리하지 않아서 길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우리가 산행을 하면서 공식적인 등산로를 놓쳤고, 한참을 돌아서 정상까지 갈 수 있었다.



천사봉 입구에서 약 30-40분 정도 올라가서 만나게 되는 송전탑. 어마어마하게 거대하다. 이 송전탑은 나중에도 이정표 역할을 하게 된다.

나중에 산을 내려오면서 알게 되었지만, 이 송전탑 부근에서 길이 갈라지는데, 숲이 너무 울창해서 길을 놓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천사봉을 산행하려는 사람이라면 절대 혼자 산행하는 것을 만류하고 싶다. 또한 산을 자주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천사봉을 산음휴양림 방향으로 오르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숲이 너무 울창하고,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서 등산로를 찾기 어렵다. 우리도 우거진 숲을 헤치며 나아갔는데, 한참을 앞으로 나가다 겨우 등산로를 찾을 수 있었다.



역시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가 올라 간 등산로는 매우 가파른 지형이어서 힘이 많이 들었다. 조금 완만하게 올라가는 길을 송전탑 초입에서 놓쳤기 때문이다.

그나마 '천사봉'은 험한 바위산이 아니라, 흙으로 덮여 있는 산이어서 산을 오르고 내리는 데 그리 곤란한 지형이 아닌 것이 퍽 다행이었다.



등산로 초입에서 약 2시간 정도 걸어서 도착한 천사봉. 해발 1004미터라서 '천사봉'이라는 애칭을 얻었지만, 공식적인 산 이름은 '폭산'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그러니, '천사봉', '폭산'은 결국 하나의 산을 말하고 있었다.

정상에 올라 보니, '천사봉'은 그 이름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양평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에 대한 대접이 좀 소홀해 보였다. 다른 건 몰라도 정상 주위에 있는 나무를 조금 베어내 사방으로 풍경이 훤하게 보이도록 하면 퍽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천사봉 표지석 뒷면을 보니 퍽 의미 있는 숫자가 새겨 있었다. 2004, 1004. 우연이 아니라, 아마 일부러 이 날짜에 맞춰 표지석을 올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산림청과 산음휴양림 직원들의 센스가 돋보였다.



천사봉 정상에서 용문산 정상이 바로 가까이 보인다. 이곳에서 용문산 정상까지 가는 길도 있으니, 자동차를 옮길 수만 있다면 용문산 쪽으로 내려가도 될 것 같았다.

내려 가는 길 역시 올라 온 길과 같은 길이었지만 우리는 올라 올 때 봤던 이정표 가운데 B-6 표지판 앞에서 방향을 바꿨다. 우리의 판단은 정확했고, 올라올 때 어려움을 겪었던 곳을 무사히 다른 길로 지나올 수 있었다.

내려 오는 길은 그래서 훨씬 편했고, 수월했다. 오늘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고, 여름 날씨 같지 않은 시원한 날이었다.

올라갈 때도 편안한 길, 가파른 길이 번갈아 나타나서 산을 오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산이 깨끗하고 시원해서 지난번 다녀 온 봉미산 산행에 비해 퍽 기분 좋은 산길을 느꼈다.



모처럼 1천미터 넘는 산을 다녀왔더니 다른 때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산을 내려와 조금 늦은 점심을 먹으로 광탄으로 갔다. 양평에서도 유명한 음식점으로 알려진 설렁탕을 먹으러 갔다. 이곳은 몇 년 전에 정배학교 어린이들과 아빠들이 홍천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들러 설렁탕을 먹은 곳인데, 지금도 그때와 달라지지 않고 여전했다.

설렁탕과 수육을 주문했고, 당연히(?) 막걸리도 마셨다. 설렁탕의 맛도 그때와 변함 없었고, 수육도 맛있었다. 시원한 막걸리의 첫 잔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주었다. 설렁탕 전문집답게 김치와 깍두기도 맛있었다.

동행인 두 분 선생님도 만족하셔서 다행이었다.



설렁탕 집 현관 입구에 걸려 있는 글. 내가 처음 외웠던 시, 박목월의 '나그네'



역시 현관에 있는 벽화. 오늘도 산행은 기분 좋게 마무리했고, 맛있는 음식까지 있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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