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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은교

by 똥이아빠 2015.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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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은교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 가운데, 이 영화가 '로리타' 영화라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노시인인 이교수와 여고생인 은교의 섹스 장면이 있느니, 없느니 말들이 많았다. 정작 영화를 본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가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이와 같은 스토리의 영화를 원작 없이 만들었다면, 이 영화는 훨씬 다른 느낌으로 와닿았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영화의 원작이 박범신의 소설임을 모르고 봤는데,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들이 왜 문학을 하는 사람들인지 무척 궁금했다. 지금까지 나름대로는 꽤 영화를 봤다고 생각하지만, 단 한 번도 '국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온 경우는 없었다.
물론, 영화에서 주인공의 직업이나 전공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영화를 구성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 주인공의 직업이나 전문성은 중요한 연결고리나 메타포가 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 이 교수의 직업을 교수나 시인이 아닌, 자동차정비소의 정비공으로 바꿔 놓는다해도,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인'이라는 이미지가 '은교'와의 관계에서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마지막에 이 교수가 '잘가라 은교야......'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인간의 '사랑'은 사람과의 관계 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어떤 사랑은 고귀하고, 어떤 사랑은 추잡하다고 누가 단정할 수 있을까? 로맨스와 불륜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천박함 때문이지, '사랑'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노인과 소녀의 사랑이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이나, 그런 사랑을 비난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를테면 동성연애에 대해 혐오감을 보이는 사람들도 그렇다.

주인공 이 교수는 한국 문단에서 매우 유명한 문학가, 시인으로 존경받는 사람이다. 그는 대학교수이며, 시인이고, 한국 문단에서 비중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외로운 사람이다. 그리고 은교를 만난다. 은교도 외로운 청춘이다.
이 교수는 젊고 아름다운 은교를 보며 스러졌던 욕망이 살아나는 것을 느끼지만, 그의 현실이 그를 냉정하게 만든다. 그런 그의 마음이 은교를 사랑하는 방식을 다르게 드러낸다.

이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삼각관계가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대필과 원고도둑질이라는 극단의 형태로 스승과 제자의 갈등이 중요한 얼개를 이루고 있다. 결국 스승은 제자를 죽이고, 그 스스로 죽어간다. 자신의 문학이 더럽혀지는 것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과 다다를 수 없는, 이루어질 수 없는 소녀와의 사랑에 대한 목마름으로 이 교수는 침몰하지만, 그래서 이 영화는 '로리타' 영화가 아닌, '인간의 아름다운 관계'에 대한 영화로 남을 수 있었다. 별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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